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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an 18. 2016

엄마는 몰라.

엄마는 그것도 몰라?

어젯밤 전화가 왔다.


민규야, 아빠한테 동영상 두개 보냈는데.. 요금제가 벌써 다 찼단다 우짜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와이파이를 접속하면 된다고 알려줬고,

그게 어떻게 하는지 전화로 알려주느라 답답해진 나는...


지난 명절에 집에 갔을 때 내가 적어놓은 와이파이 아이디와

비밀번호 메모가 있을 것이다 그걸 찾아보세요 하고는

통화를 종료하고 텔레비전을 보다 잠에 들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고 카톡을 확인하니..

엄마에게 카톡으로 사진이 와있었다.

아.. 엄마가 메모를 찾았구나 안도하고 아침을 먹고,

책도 읽다가, 일도 하다가, 공부도 하다가...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사진 봤느냐.. 그게 비밀번호가 맞느냐..


전화 중에 다시 사진을 보았더니 그건 밴드 아이디와 비번이었다.

이건 밴드 아이디라고 했고, 엄마에게 천천히 설명을 했다.


집에 공유기 있지? 거기 뒤집으면 네트워크나 비밀번호가 있어요.

그거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사진을 받고, 이게 네트워크고..  이게 비번이니 핸드폰에서 이걸 찾고,

이렇게 하면 비번을 쓰라고 나와 그럼 거기에 비번을 쓰고 이래저래 하면

화면 상단에 LTE가 부채꼴 모양으로 바뀔 거야 그럼 된 거예요.


10분 뒤 엄마는 와이파이가 되었다고 다시 전화가 왔고,

회사 와이파이도 이렇게 하면 접속되는 겨냐 재차 물으셨다.


지웠던 밴드를 다시 깔았다고 좋아하셨고,

이제 데이터 걱정이 없다고 말하시며 기분 좋게 전화를 끊으려 하였다.

전화 말미에 엄마가 말했다.


엄마가 이것 때문에 어제 새벽에 잠도 못 자고 씩씩거리면서 
얼마나 고생했는 줄아나~ 메모도 찾고, 서랍도 뒤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랬나? 아이고 ㅋ 그냥 자도 되는데.. 오늘 안되면 내일 되고 그런지 뭐..

식사하세요. 그러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워 어... 어....... 하다가... 난 어제 몇 시에 잠들었다 되뇌었다.

어제 마리텔을 보다 잠들었다. 오래간만에 12시 전에 잠들었네..


어... 어... 엄마는 뭘 이런 걸 몰라...

엄마가 새벽에 고생했네....

아이고.. 집에 내가 있으면 일도 아닌데.. 

엄마가 간밤에 씩씩거리며 와이파이 잡아보려 했다니...

괜히 마음이 이상해졌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모르는 게 많았다.

스마트폰도 다룰 줄 모르고.. 내가 하는 일도 잘 모르고...

내가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난 된장찌개 하나도 못 만들어서 엄마한테 물어보고,

카레 만드는데 당근을 꼭 넣어야 하냐고도 물어보는데...

엄마도 전화를 끓고 나면 아들래미가 고생하네 하시겠지...


글을 어떻게 마무리하지.

엄마는 뭘 그런 걸 몰라.

바보 엄마네.

난 바보 아들이고.


이번 설에 집에 내려가면,

스마트폰 과외를 해드려야지.


그리고 제발 이상한 것 좀 홈쇼핑으로 사지 말라고도

단단히 말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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