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생활 곳곳에서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능력까지 갖춘, 진정한 생활의 달인이기도 하다. 온라인 장바구니를 몇 군데나 비교해 가장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을 찾아내는 솜씨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공짜 기회가 나타나면 금세 눈이 반짝인다.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그답게, 며칠 전 자주 가는 슈퍼마켓 웹에서 '운명의 수례바퀴(Wheel of Fortune)'를 돌려 식료품에 당첨된 것도 그리 놀랍지 않았다. 그 슈퍼에 가면 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꼭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가끔 빵이나 요거트가 당첨되면 내게 건네주며 “내 손끝이 기가 막히지?”라며 자랑스럽게 웃는다.
이번에 걸린 상품은 "감자 7.5kg, 토마토 다섯 알, 로메인 상추 한 묶음" 중 하나를 고르면 됐다. 남편은 당연히 가장 묵직한 감자를 선택했다. 크기와 무게에 흥분한 그는 마치 올림픽 역도 선수가 금메달을 받은 듯 자랑스럽게 감자 봉지를 안았다.
문제는 우리 집에서는 1kg 한 봉지도 제때 먹지 못해 싹이 나기 일쑤라는 것, 게다가 올해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도 아직 남아 있었으니, 나는 손사래를 치며 “이 감자들을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감자를 처리하기 위해 된장찌개, 감자볶음, 감자전, 감자튀김, 감자밥까지 온갖 요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감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꺼내보니 벌써 싹이 트기 시작한 것들도 있었다. 나는 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두고, 냉장고와 냉동고 사이에서 감자들을 보관할 방법을 궁리해야 했다.
남편의 절약 습관은 때로는 든든한 방패가 되지만, 이렇게 사람을 지치게 할 때도 있다. 감자와 씨름하며 새삼 깨닫는다. 많다고 해서 늘 좋은 것은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가지려는 마음이 결국 부담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늘 알고 있지만 쉽게 잊고 산다.
감자 한 봉지에서 얻은 교훈이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절약도 욕심도 결국 균형이 필요하다. 넘치면 짐이 되고, 적당함 속에서야 비로소 편안함이 찾아온다. 오늘 배운 교훈은 단순하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진짜 여유가 찾아오고, 감자와의 전쟁도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