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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an 03. 2017

2016년 마지막 여행을 다녀오며

처가댁 식구와 모두와 함께한 첫 여행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이번 여행지는 싱가폴과 대만으로 정했다. 처음에는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싱가폴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나에게 생활 수준이 높다는 싱가폴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이유가 컸고, 대만은 장인어른께서 여러 나라에 흩어져사는 가족이 다함께 모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가까운 나라 하나로 결정하게 되었다.



처음 도착한 싱가폴이라는 도시에 우리 부부는 사랑에 빠져버렸다. 분명히 우리는 서울에서보다 상해에서 훨씬 더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연차로 연봉이 정해지고 권위적인 조직 문화의 한국 기업보다 경력이 얼마든 실력으로 인정 받는 중국 문화는 우리 부부와 잘 맞았다. 발달된 IT 기술 덕에 교통이나 식사도 훨씬 한국보다 편하게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싱가폴에서 우리가 서울보다 나은 상해에서 살기 위해 포기하고 있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맑은 공기, 사람들의 친절한 미소, 5시면 칼퇴근 한다는 사람들의 여유와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 속에 상해에서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부부는 다소 과하게 친절했던 호스트의 에어비엔비 침대에 누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뒹굴며 싱가폴 링크드인을 뒤지고 있었다.



3년째 싱가폴에 살고 있는 부인님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구글 코리아를 다녔던 그녀와 일본의 한국은행인 일본은행을 박차고 나와 싱가폴로 이주한 그녀의 일본인 남자친구는 싱가폴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싱가폴의 영주권을 신청했단다. 최근 2년 간 연봉이 3배가 올랐는데, 영주권이 있어야 싱가폴에서 집을 살 때 비영주권자가 내야하는 세금 10%를 감면 받을 수 있고 싱가폴 내 법인을 세울 수 있다고. 현지에 사는 사람만 알 법한 싱가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 하며 싱가폴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제 처가댁 식구를 만나기 위해 떠난 대만에서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 고민했다. 타이페이 101이라는 빌딩 앞에서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보며 시작된 여행은 우리 식구 모두의 저녁을 대접하기 위해 나온 대만인 친구 한 명과 저녁 만찬을 먹고, 대만 전문가인 부인님의 가이드와 함께 구석구석 가족을 느끼며 마무리 되었다.


대만은 부인님께서 워킹 홀리데이로 1년 가까이 머물었던 나라라서 함께 추억 여행 삼아 온 적이 있고, 처가댁 식구들은 와본 적이 없다고 해서 모든 식구가 이곳에서 모이기로 결정했다. 싱가폴이 조금 후덥지근 했다면 대만의 겨울은 한국 봄가을 같은 너무나도 완벽한 날씨였다. 그리고 같은 중국어를 쓰는 상해와 어찌 이렇게 다르게 친절한지.


장인어른께서는 이렇게 모든 식구가 전세계에 흩어져서 살지만 일년에 한 두 번은 이렇게 모여서 여행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다 큰 자식들이 굳이 부모님 품에서 살 필요는 없다고 더 큰 세상을 품고 살면서 한 번씩 이렇게 모여서 그간 쌓인 이야기를 나누자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부인이 전에 이야기 했던 장인어른과 장모님처럼 꿈이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말이 떠올랐다. 매년 전세계의 다른 도시에서 만나자는 부모와 부모를 닮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자식의 여행은 행복을 가장 많이 닮아 있었다.


우리는 또 우리답게 싱가폴 이주 계획을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공유했고, 두 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너희 부부는 어디가도 잘 살거다."라며 지지해주셨다.


우리 부부는 이제 다시 상해로 돌아간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다.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 기대가 되는 한 해가 시작되었다.




요즘 페이스북에 워낙 정보성 글이 많이 올라와서 제가 쓰는 글도 스팸이 되는 것 같아서 새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원하는 사람만 팔로우 할 수 있게요! 한동안 싱가폴 이주 준비 관련 글과 여러 생각을 나눠볼 생각이니 관심 있으면 팔로우 해주세요 :)

http://bit.ly/facebook-mar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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