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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er Lee Jun 24. 2022

21년 12월 셋째 주

원두 가격 상승

12월 13일 월요일


카페 방문객들은 080으로 시작하는 전화로 방문 기록을 남기거나 수기로 쓰고 있다. 오늘부터 방역 패스가 의무화가 되었는데, 아직 카페에는 QR코드를 스캔해줄 단말기가 없다. 어제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그나마 조금 저렴한 전자출입 명부 전용 앱이 깔린 8인치 태블릿 PC를 결재했다.


어제 포토박이 막내딸과 함께 옆집 아주머니에게 구입한 절임배추를 싣고, 김장 속 재료를 마련해 놓고 기다리는 서울 시댁으로 갔다. 아침에는 둘째 딸이 기숙사에 들어갔으니 저녁에는 나 혼자 집을 지켰다. 시간 없다고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요가를 하고 한동안 유행한 드라마를 뒤늦게 1회 시청했다. 부스터 샷 예약을 해도 된다는 알림을 받고 29일 날로 예약을 잡았다.


12월 14일 화요일


민감독과 최 종업원이 외부 일정이 있어 오후 8시 이후 카페를 지킬 수 있다고 하여 설이 오전에 나오지 않는 날이다. 카페 가는 길, 로컬 매장에 들러 딸기를 살펴보았다. 적당한 가격의 딸기가 보이지 않아 잠시 망설이다 구입하지 않고 나와버렸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바로 뒤를 이어 삭이 따라 들어왔다. 이모 선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조카 삭이 선의 토마토 주스와 자신의 초코 라테를 테이크 아웃하려고 온 것이다. 항상 나보다 일찍 오는 바람에 정작 나는 거의 본 적이 없는 단골손님인데, 설이 없는 오늘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카페 음악도 못 틀고, 불만 겨우 켜고, 포스기 전원을 눌러 가동한 후 음료 계산을 했다. 이른 손님을 정리하고 쇼케이스를 보니 딸기 케이크가 한 조각 남아있었다, 아, 아까 그냥 딸기 사 가지고 올 걸 하는 후회. 다시 카페 문을 닫고 매장에 가서 조금 비싸고 상태도 별로 좋아보지 않는 딸기를, 어쩔 수 없이 사 왔다. 12시 30분에 설이 오기 전까지 딸기 케이크를 만들고 스콘을 굽고 쿠키를 구웠다.


근처 고등학교 시험이 끝났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포함하여 점심 이후 끊이지 않고 손님들이 왔다. 이제 카페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것일까. 점심시간에 혼자 있으면 너무 힘들어지고 있다.


종업원 최가 개인 카페를 운영할 때부터 거래해 온 원두 공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가격을 다시 인상한다고 알려왔다. 이미 몇 달 전에 한차례 가격을 올렸는데, 다시 올리겠다는 메시지.


“특히 커피 가격을 크게 좌우하는 국가들에서 피해가 발생하여 내년 되면 좀 나아지길 기대하며 버텼지만 내년에는 더더욱 상승한다 하여 저희도 더 이상은 가격 방어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브라질의 북극 냉해로 인한 자연재해, 콜롬비아의 코로나로 인한 파업, 베트남의 항구 봉쇄, 에티오피아의 내전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 가격을 상승시키는 모든 요인이 발생하였습니다. “


프랜차이즈 카페는 이미 확보한 물량이 있어 내년에는 저가 카페와의 전쟁을 선포한 수준이라니. 이쯤 되면 우리도 가격을 올려야 하겠지만,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카페에서 먼저 가격을 올리면 따라가는 수순이어야 한다는 종업원의견. 개인 카페를 운영했을 , 가격을 인상한  매출이 급감한 경험이 있던 터라, 선제 가격 인상을 많이 부담스러워했다.


12월 15일 수요일


주문한 전자출입 명부 전용 태블릿 PC 거치대가  왔다. 방역 패스 안내문을 인터넷에서 찾아 프린트하여 입구 표지판에 붙이고 옆에 태블릿을 두었다. 이곳 지역은 어른들 접종률 90% 넘기 때문에 웬만하면  접종 완료자인데, QR코드를 받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 방문자 전원이 해야 하지만 아마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어쨌든 카페로서는 이런저런 것들을  마련해두고  도리는  했다고 떳떳이 말할  있는  중요하다.


서울 간 포토박과 셋째 딸이 시어머니가 만들어 준 김장을 싣고 큰 딸을 얹어 다시 복귀했다. 오는 길에 물론 PCR 검사를 했다. 일요일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나 혼자 집을 지키며 한가롭게 지냈는데 다시 집 안이 북적해졌다.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에 들어갔더니 그곳에 있는 김치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났다. 전원을 끄고 뒤판을 열어 기계 속을 들여다보니 열을 식히는 프로펠러가 돌면서 코일같이 꼬인 물체를 건드리고 있었다. 내년에 집을 지으면 새로 구입할 예정이니 1년만 버티면 되는 일인데,  오래된 기계는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나 보다. 새로 사야 하나 AS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수리기사를 예약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김치는 동네 마을 어르신 저온창고로 대피했다.


12월 16일 목요일


금요일로 예약이 되어 있던 김치 냉장고 수리기사가 일찌감치 와서 수리를 하고 떠났다. 다행히 1년은 버틸 수 있겠다.


 지을 터에 말뚝 박기를 했다. 드디어  을 뜬다. 다시 설계도면을 보니 화장실 구조가 맘에 들지 않았다. 밤새 화장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뒤척였다.  


12월 17일 금요일


바느질 모임 멤버들이 막내딸 초등학교로 면생리대 만들기 수업을 하러 갔다. 5, 6학년 각각 2시간씩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없이 카페 근무는   없었다. 설의 점심시간을 위해 민감독에게 부탁할까 했더니 혼자 알아서 점심 먹고 근무할  있겠다고 해서 오늘은 설이 혼자 일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오전에 카페를 벗어났다고 좋아했는데, 아이들 바느질 지도하는 일은 더 진이 빠지는 일이었다. 2교시가 끝나갈 때 창 밖에 함박눈이 날리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들썩였다. 남쪽 지방이라 눈이 쌓이지 않으니 이렇게 눈이 올 때 열심히 눈을 맞으며 놀아야 하느니.


12월 18일 토요일

아침에 와보니 포스기가 받침대에서 떨어져 나와 따로 서 있었다. 받침대와 모니터를 연결하는 부분이 깨져 버린 것. 목이 부러진 모니터는 책 받침대에 세워져 있었다.


대추농축액은 10일이 지나도록 만들지 않고 있으며 우유 2개는 유통기한이 지나버렸고 남녀 화장실  군데 모두 밤새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마감하는 종업원 최와 민감독은    개씩 빼먹는다.  


결혼식장 가는 빙판길에 미끄러져  범퍼와 앞바퀴가 박살난 민감독 차가 렉커차에 실려 옆집 공업사로 들어갔다. 함께  렉커차 운전자와 친구가 회원가입을 하고 차를 마셨다. 공업사를 들렀다가  조금 늦게 도착한 민감독은 이미 커피를 마시고 있던 학교  청소년 윤과 마주 앉아 이번  개봉한 스파이터맨 영화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었다. 아침에 사고를  사람 같지 않은 발랄함이라니. 민감독의 멘털은 진정 본받을 만하다.


일행 두 명과 함께 온 리는 파인애플 레몬차를 주문했다. 차를 전해 주고 돌아섰는데 다시 찻잔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와서 레몬청을 더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정량에 맞게 넣었으며 아마도 더 들어가면 굉장히 달게 될 것이라고 또 입밖에 내뱉고 말았다. 그냥 ‘네, 알겠습니다~’라는 말만 해도 될 것을. 자꾸 쓸데없는 말이 튀어나온다.


3시, 교대하러 온 종업원최에게 또 맘 속의 말이 그냥 나와버렸다. 대추청을 안 만든 지 10일이 지났는데 안 할 거면 메뉴판에서 빼라고. 아침나절 이런저런 카페 상태 때문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무뎌지지 않고 또 바늘이 되어 튀어나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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