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주간
1월 3일 월요일
새해가 되었다. 12월을 장식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정리했다. 단골장이 와서 해체하는 걸 도와주었다. 지난 금요일에 설은 물컵에서 비린내가 난다는 손님의 컴플레인을 받았다. 그렇게 장사하면 큰일 난다는 조언을 들었다고.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곧바로 종이컵으로 교체했다.
방역조치가 다시 2주 연장되었다. 9시까지 영업 가능, 그 이후 테이크아웃만. 모든 출입자 전자출입 명부 작성 의무.
1월 4일 화요일
설이 점심을 먹으러 가고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에는 루틴처럼 어제의 매출 내역을 살펴본다. 저녁에는 어떤 손님들이 왔고 뭘 먹었으며 음료에 할인율 적용이 잘 되었는지, 혹시나 케이크를 먹었는데 할인이 되었는지 체크해본다. 일요일 내역을 보다가 심이 5만 원 선결제를 했는데 포인트 적립이 되어있지 않은 걸 발견했다. 이것은 제대로 된 것인가 실수인가. 카운터를 본 사람만 알 수 있으므로, 종업원에게 확인해보라고 메모에 적어두었다. (역시나 실수였는지 포인트 적립을 해두었다)
이번 주는 졸업주간이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하루 이틀 간격으로 졸업식이 열린다. 민감독의 아들이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카페로 왔다. 엄마가 계산할 테니 알아서 먹으라고 했다며 음료를 시켰다. 블루베리로 알아듣고 스무디 2잔과 목이 칼칼하다는 친구를 위한 생강차를 주었다. 음료를 갖다 주니, 딸기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잘못 왔다고 했다. 엄마가 나중에 계산하지도 않을, 서비스로 주는 음료인데 내가 꼭 다시 만들어서 바쳐야 할까. 난 블루베리로 알아들었다고 하면서 그냥 주고 왔다. 일반 고객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는 않았겠지. 친구들은 주는 대로 먹었고, 민감독 아들은 한 모금도 먹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내가 카페에 없을 거면 내 아이들에게는 여기 카페 가지 말고 다른 데 가서 돈 내고 사 먹어라고 했을 텐데. 주인집 아들이 와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려먹는 것 같은 느낌이라 기분이 더러웠다.
1월 5일 수요일
집 기초 작업을 했다. 뭔가 시작한 것 같지만, 그저 집이 지어질 자리를 표시한 것뿐이다.
1월 6일 목요일
설이 예약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중, 보에게 카페로 전화가 왔다. 케이크 한판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는지. 쇼케이스에는 한 조각 빠진 생크림 케이크와 한 조각만 남은 치즈 케이크가 있었다. 두 개를 합쳐 홀케이크 하나를 만들기로 했다. 설의 케이크를 만들고 다시 쇼케이스에 넣을 케이크를 만들 준비에 들어갔다. 보가 어제였던 남편 생일을 깜빡하고 그냥 지나갔던 것인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생일 알림 서비스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미리 가족 생일을 메모해 두고, 생일 3일 전, “곧 @@의 생일입니다. 케이크를 예약해드릴까요?” 하며 문자를 보내주는 거다. 깜빡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의 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약간의 케이크 강매가 이루어지는 구조랄까. 나에게 그런 문자가 오면 괜히 더 사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정작 보가 왔을 때 내 아이디어는 일절 발설하지 않았다.
오전 나절, 단골장이 오지 않으면 이젠 조금 섭섭해지려고 한다는 설의 말. 그 또한 정작 단골장이 왔을 때 농담 삼아 건네지 않았다.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여 좋아할 것 같아서.
생강이 한 박스 배달되었다. 생강청을 만들기 위해 설이 바쁘게 움직였다.
1월 7일 금요일
설 아들의 졸업식이 있어서 오늘 오전에는 혼자 카페를 지켰다. 단골 장과 늘 오는 키위 농장 사장 손, 학교 밖 친구 윤이 오전 카페를 지켜주었다.
한가한 나절,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천장을 하나하나 점검하며 거미줄을 먼지떨이로 훑었다. 두 개의 설거지 건조대를 씻고 싱크대 내부를 닦으며 물 때를 제거했다.
1월 8일 토요일
둘째 딸의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