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전 Gate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킨다.
SI기업의 부실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계약 전에 실패가 내재되어 있다.
무리한 일정, 불리한 계약조건, 검증되지 않은 기술, 경험이 부족한 인력 등이 대표적인 리스크이다. SI기업이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시스템이 ‘수주단계 사업검토 Gate’이다. 조직에 따라 프로세스 이름은 달라도 모든 SI 기업과 건설기업은 계약 전 사업검토 Gate를 운영한다.
사업검토 Gate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조직이 허용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리스크만 감당하고, 반대로 사업검토 Gate가 잘못 운영되면 부실 프로젝트가 증가하거나 부실 프로젝트는 없어도 영업을 제약하여
사업기회를 놓치게 된다.
성공적인 ‘사업검토 Gate’를 운영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사업검토 Gate의 목적은 리스크를 인식하고 완화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사업검토 Gate가 통제관점으로 흐르면 각 부서가 부실 프로젝트 수주에 대한 책임회피를 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영업조직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싶어 하지만 관리조직과 개발조직은 부실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을 두려워한다.
건전한 사업검토 Gate가 정착되면 리스크 없는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리스크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조직에게 감당가능한지,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하게 된다.
조직이 감당가능한 리스크의 크기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조직의 가동률이 낮거나, 수익성의 여유가 있을수록 감당가능한 리스크의 크기는 증가한다.
따라서 사업검토 Gate는 리스크를 드러내고 학습하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하고, 수주를 막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인식한 상태에서 수주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2) 비즈니스 관점과 딜리버리 관점을 함께 고려한다
수주단계의 검토 포인트는 사업성(Business Feasibility)과 실행 가능성 (Delivery Feasibility)이다.
영업은 시장성과 수익성을, PMO는 일정·기술·인력을 검토한다.
Business Gate에서 이익이 높다고 판단해도 Delivery Gate에서 실행 리스크가 수용 가능하지 않으면 수주는 보류해야 한다. 두 게이트는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다른 각도에서 검증하는
보완적 장치다.
SI기업의 현실에서는 Gate를 완전히 분리하거나 완전히 통합하기보다 ‘두 개의 눈으로 보고, 하나의 입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가장 효과적이다.
영업조직/관리조직이 Business Gate를, 개발조직/관리조직이 Delivery Gate를 각각 사전 검토한다.
두 결과를 사업검토 회의에서 함께 논의하고, 회의의 책임 임원이 공동 승인한다.
3) 정량과 정성을 병행하여 평가한다
리스크는 숫자만으로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손익률, 리크스 지수 같은 정량 평가와 함께 고객 성향, 기술 신뢰도, 고객사의 정치적인 상과 같은 정성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 수치로 리스크를 가시화하고, 경험으로 리스크를 분석해야 수주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다.
Business Gate 체크리스트(예)
Delivery Gate 체크리스트(예)
4) Gate의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한다
Gate가 신뢰받으려면 유관부서(PMO)의 평가가 실질적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경영층이 영업 압박으로 Gate 결정을 뒤집는 순간, 현장은 “어차피 통과될 일”이라며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사업검토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경영층의 평가점수 한도를 지정하여 준수해야 한다. 실무자의 검토결과 사업불참 권고를 경영층이 뒤집는 것이 한계가 있어야 한다. 사업검토 프로세스가 살아있고 경험을
축적하면서 발전한다.
많은 조직에서 Gate가 형식화되는 이유는 PMO의 독립성 부족 때문이다. PMO가 영업조직 하부에 속하면 ‘수주를 막는 조직’으로 인식되어 실질적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PMO는 영업본부가 아니라 경영기획실 또는 기술본부 산하에 두어야 한다. 사업검토 Gate는 영업·PMO·기술·재무· 품질 등 다양한 부서가 참여해야 의사결정의 신뢰가 높아진다.
5) 결정은 Yes/No가 아니라 Go/No-Go/Conditional Go로 운영한다.
현실에서 흑백으로 구분하기 힘든 회색이 많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조건부 수주 (Conditional Go)’를 의사결정 결과에 포함해야 한다.
6) Gate 결과는 학습 자산으로 남겨야 한다
Gate는 일회성 절차가 아니라 조직의 학습 시스템이어야 한다. Gate에서 검토된 리스크, 조치계획, 실제 결과를 DB 화하고 프로젝트 종료 후 비교·분석하여 Gate 판단의 정확도를 측정하여 Gate를 발전시켜야 한다. Gate 결과와 실제 수행성과를 비교·분석하여 심의 위원회의 정확도를 수치화하여 위원회 의견이 맞았다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위원회의 발언권은 강화된다.
7) 위험을 관리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Gate의 운영은 늘 양날의 검이다. 너무 보수적이면 기회를 잃고, 너무 공격적이면 부실 프로젝트가 쌓인다. 좋은 Gate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장치가 아니라, 리스크를 인식하고 감당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따라서 Gate는 리스크 회피 또는 제거가 아니라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 Conditional Go를 적극 활용한다. 리스크 완화 조건을 명시하고 책임을 분명히 한다.
- 리스크 허용 한도(Risk Appetite)를 설정한다. 수익률, 납기위험, 기술 난이도 등 조직의 감내 한계를 수치화한다.(이하 예)
• 손익률 하한: 10% 미만이면 Conditional Go
• 납기준수 가능성: 50% 이상이면 Conditional Go
• 신규 기술비율: 40% 이상이면 PoC 필수
-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리스크를 선택할 수 있다. 큰 프로젝트가 아닌 적정규모 이하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큰 리스크를 안을 수 있다.
리스크를 피하는 조직은 생존하지만, 리스크를 관리하며 감내하는 조직은 성장한다.
8) 인센티브의 함정 ― 수주는 성공이 아니라 시작이다
많은 SI기업은 Gate를 통과한 영업조직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부실로 끝났을 때 그 보상은 어떻게 되는가?
이 문제는 성과의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업의 성과는 계약 순간에 발생하지만, 조직의 리스크는
프로젝트 수행 이후에 드러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도 역시 다음과 같이 ‘리스크 기반 보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인센티브는 ‘성과의 보상’이 아니라 ‘리스크와 책임의 분배’여야 한다.
수주는 계약의 성공이지만 실행관점에서는 책임의 시작이다.
수주단계 Gate의 목적은 프로젝트를 막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실패를 예방하고 성공 확률을 높이게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Gate가 형식적이면 리스크는 숨어버리고, Gate가 살아 있으면 리스크는 드러난다. SI기업에서 PMO의 진짜 역할은 ‘보고서를 검토하는 조직’이 아니라 ‘리스크를 드러내고, 학습을 조직의 시스템에 반영하는 조직’이다. Gate는 문서가 아니라 대화이고, 절차가 아니라 통찰이다.
‘좋은 Gate는 수주를 통제하지 않는다. 조직이 더 똑똑하게 성장하도록 만든다.’
제가 삼성 SDS에서 30년 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책 <슬기로운 PM 생활>의 출간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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