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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웨이 Feb 14. 2021

7. I got your back

네 뒤를 지켜줄게

“Hey, I promise. I got your back, Okay?”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드인 <너의 모든 것> 시즌 2의 조연 포티의 대사다. 막간 영어 표현 공부를 하자면 ‘I got your back’은 ‘네 등을 가졌어’라고 직역하는 것보다 ‘네 뒤를 지켜줄게’ 또는 ‘날 믿어, 걱정하지 마’ 정도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나와 ‘결’이 맞닿아 있는 희희와의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프러포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가 바로 ‘I got your back’ 이었다.


희희를 만난 순간부터 나는 시원한 김칫국을 마셨다. 만나기도 전에 결혼을 생각했었으니까. 안목해변을 다녀온 이후로 친구들에게 희희와의 이야기를 전했고, 어쩌면 결혼까지 할 것 같다고 했다. (마음 같아선 결혼할 거야 라고 단정 짓고 싶었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신중함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들에게 결혼은 추천할 만한 것인지 물었고, 대다수의 친구가 다행스럽게도 주저 없이 결혼을 추천해주었다. 한 친구는 본인의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해주며 결혼 준비하기 전에 프러포즈 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듣자마자 ‘오!’라고 반응했다. 주변 지인들의 경우에 결혼 준비가 얼추 다 끝난 뒤에 프러포즈를 하는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친구와 헤어진 뒤로 프러포즈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희희와 나는 ‘결’이 정말 잘 맞는 사람이었지만, 다른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면 ‘선물’의 관점 차이와 같은 부분은 확연히 달랐다. 나는 실용적인 선물, 즉 내가 갖고 싶은 선물을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이 편하고 깔끔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희희는 반대로 상대방이 본인 생각을 하며 몰래, 그리고 고심하여 고른 선물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카피라이터의 감성은 다르구나 싶은 관점의 차이였다. 그런 희희에게 남들과는 다르고 특별한 프러포즈를 해주고 싶었다. 


희희와 쇼핑을 하면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 슬쩍 물어보기도 했고, 결혼에 대한 로망에 관해 이야기 하며 혹시라도 인사이트를 얻을만한 발언이 있는지 항상 경청했다. 유부남인 회사 선배들에게는 어떤 프러포즈를 했는지 물어봤고, 결혼 준비 커뮤니티의 프러포즈 게시판을 매일 보며 다양한 프러포즈 이벤트 후기들을 공부했다. 장소와 선물 그리고 시기. 이 세 가지 포인트가 프러포즈의 감동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공부하다 보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희 만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인 무언가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연애를 시작한 뒤 데이트가 끝나면 희희를 집 근처에 내려주곤 했다. (당시 희희의 부모님은 연애 사실을 모르고 계셨던 터라 집 앞에 내려주었다간 들키기 십상이었다) 차에서 내려서 집까지 씩씩하게 걸어가던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귀여워 항상 사진을 찍어뒀다. 희희의 뒷모습을 매번 찍는 걸 아는 그녀는 가끔 서프라이즈로 뒤를 돌아봐 요상하지만 귀여운 포즈를 취하곤 했다. 어디에 쓰려고 생각한 사진은 아니었지만, 데이트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뒷모습은 앨범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무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앨범에 있는 희희의 뒷모습 사진을 보아하니 우리의 이야기가 나이테처럼 하나하나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고, 결혼이라는 1차 목적지에는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희희는 카피를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고, 나는 한때 예능 PD를 꿈꾸며 매일 글을 썼었다. 서점 데이트를 마친 뒤,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선물할 때에도 책 첫장에 서로를 생각하며 짤막한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다. 가끔 예전에 썼던 글을 희희에게 보여줬는데 그럴때마다 희희는 나의 글을 굉장히 칭찬해주고, 좋아해 주었다. 희희의 뒷모습 사진들과 우리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글. 이 두 가지가 결합된다면 그녀를 감동하게 할만한 ‘무언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장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인스타의 제목을 ‘I got your back’으로 정했다. 



훗날 프러포즈 날에 선물, 편지, 이벤트와 함께 이 계정을 그녀에게 오픈해 글과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편지와 이벤트를 본 그녀는 울지 않았지만, 그녀만을 위한 이 인스타 계정을 본 뒤 그녀는 결국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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