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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웨이 Feb 14. 2021

14. 웨딩밴드 투어를 통해 발견한 '결'의 중요성2

“중요한 것은 말하는 것이나 희망하는 것, 바라는 것이나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당신의 선택이 실질적으로 당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분명히 말해준다.”    

- 브라이언 트레이시


결혼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가까운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했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신혼집은 구했어?” 


희희를 만나기 전에도 결혼에 대한 주제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집’ 이야기가 가장 큰 이슈였다. ‘집만 구하면 결혼 준비 반 이상은 된 거다’라는 말을 나 또한 필터링 없이 통념으로 받아들인 거 보면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문구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집은 너무나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내게 결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반지’다. 이전 연애에서 커플링을 해본 적도, 반지를 선물한 적도 없었던 것은 결혼이라는 나의 꿈을 현실로 이뤄주고, 같이 꿈을 꿔 나가는 only one 그녀에게만 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프러포즈의 최초 계획은 반지를 주며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주 몰래(하지만 대놓고) 희희에게 웨딩 반지를 보러 가자고 졸랐다. 희희가 그렇게 급할 것 없지 않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난 ‘미리미리’를 굉장히 강조하며 반지를 보러 가자고 줄기차게 이야기 했다. (희희는 당시 일기에 ‘오빠가 반지를 서둘러 보자고 한다.’ 라고 적었다고 한다) 나의 압박에 못 이겨 희희는 웨딩 반지를 검색하여 정보를 모았다. 나도 정보를 수집했고, 예비부부가 웨딩 반지를 보러 다니는 것을 ‘웨딩밴드 투어’라고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반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나와 희희는 새로운 세계를 접한 놀라움에 스펀지처럼 정보들을 흡수했다. 검색을 마친 뒤 웨딩밴드 투어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루트가 있음을 깨달았다.     


백화점 투어

백화점 브랜드는 반. 알. 못인 나도 아는 브랜드들을 돌아다니며 보는 것이다. 티파니, 까르티에, 불가리 등등 유명 쥬얼리가 내가 아는 대표적인 브랜드였다. 내가 알 정도의 브랜드이니 당연히 단가가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니 플렉스 하는 기분 또한 가장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다. 희희와도 처음으로 향한 곳이 백화점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쥬얼리 브랜드들이 있었다. 잡지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의 반지들도 실제로 착용해보았는데 희희와 나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이 없었다. 그러던 찰나 쇼파드라는 브랜드의 아이스 큐브라는 반지를 발견했다. 반지를 보자마자 그리고 착용하자마자 희희의 눈빛이 번뜩였다. 백화점 브랜드치고는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기에 백화점 투어의 1등을 쇼파드에 주었다.     


디자이너 브랜드

서울에는 다양한 디자이너 쥬얼리 브랜드가 있었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백화점보다는 저렴하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반지를 많이 착용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우린 두 곳을 가보았다. 그중 한 브랜드의 반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었다. 햇빛을 받으면 수려하게 빛이 나며 나무의 결을 딴 반지였는데 여타 다른 반지를 껴보았을 때와는 달리 희희의 눈빛이 반지처럼 수려하게 빛났다. 우리는 이 나뭇결의 반지를 디자이너 브랜드 1순위로 올려두었다.     


종로

희희와 내가 가보진 않았지만, 종로에서 반지를 맞추는 경우도 많았다. 종로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과 기간이었다. 백화점과 디자이너 브랜드보다 확실히 가격 측면에서 강점을 지녔고, 또한 반지가 제작되어 수령하기까지의 기간이 가장 빨랐다. (백화점 브랜드에서 사이즈에 딱 맞는 제품이 있다면 바로 수령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소요된다) 아마 반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면 종로로 웨딩밴드 투어를 가고, 종로에서 반지를 맞추지 않았을까 싶다. 


프러포즈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백화점 1등과 디자이너 1등의 대결을 진행시켰다. 첫 번째로 디자이너 브랜드에 가서 반지를 껴보았다. 분명 예뻤지만 수려하게 빛났던 지난번의 눈빛과는 사뭇 다른 눈빛으로 반지를 바라보는 희희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쇼파드로 결정 나겠군 싶었는데, 역시나 쇼파드의 반지를 다시 껴 본 희희의 눈빛은 영롱하게 빛이 났다. 희희는 눈빛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구나 싶었고, 우리는 반지를 결제했다.  


결혼 준비는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살면서 이토록 많은 결정들을 단기간에 해온 적이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보통 결혼 준비하면서 예비부부들은 선택 때문에 많이 다툰다고 한다. 누군가는 고민해야 할 옵션이 최소한 10개가 필요한 반면 누군가는 옵션이 10개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민하는 시간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일주일 만에 선택을 해서 고민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치워 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최소 한 달은 고민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다양한 요소가 필요한데 일생에 한 번뿐인(웬만하면) 결혼을 위한, 게다가 꽤 큰 지출을 해야 하는 선택들은 점심 메뉴 선택과 감히 견줄 수 없다.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되는 여러 가지의 이유를 종합해보면 그 사람의 결을 살펴볼 수 있다. 희희와 나는 마음에 드는 것들을 빨리 찾고, 고민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 고민해봤자 스트레스만 커지고, 고민하지 않는 시간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가 구매한 가격이 비록 최저가는 아니더라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소비를 했다고 합리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합리화는 우리를 기쁘게 한다. 희희와 나는 빠른 선택을 통해 ‘우리 잘 선택한 것 같아’ 이야기를 많이 하며 즐겁게 합리화 과정을 거친다. 만약 선택 앞에 마주한 우리의 관점이 달랐다면 결혼 준비는 내게 큰 숙제가 됐을 것이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아는 것처럼, 선택하는 것이 서로 잘 통한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선택은 상대방이 실질적으로 어떤 결을 지닌 사람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결혼하고 나서의 삶은 결혼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크고 복잡한 선택의 연속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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