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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광대역 LTE-A?
혼란의 마케팅 전쟁

48부. LTE-A 시대 본격화

by 김문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주파수집성기술(CA)을 이용한 LTE-A 서비스에 앞서 달리던 시점, KT는 여전히 간섭 문제로 발이 묶여 있었다. 다행히 2013년 8월 주파수 경매에서 LTE 주력 주파수인 1.8GHz 인접대역 15MHz폭을 확보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로써 KT는 마침내 네트워크 확장 여력을 얻었고,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통3사는 확보한 주파수를 무기로 기술력뿐 아니라 인식 경쟁에서도 치열했다. 당시 LTE-A는 일반 소비자에게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기술적 차이를 얼마나 쉽고 강렬하게 설명하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 경쟁은 곧 ‘기술 설명의 과열’로 변질됐다. 소비자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려던 마케팅 언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불러온 것이다.

다운로드 (14).jpeg 당시 KT 표현명 사장 광대역 LTE-A 발표 모습 [사진=KT]

불씨는 KT에서 시작됐다.1) KT는 확보한 인접대역을 가동하며 “국내 최초 광대역 LTE-A 서비스 개시”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보다 빠른 서비스를 구현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KT는 자사 LTE가 타사 대비 세 배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곧바로 두 경쟁사의 강력한 반발이 뒤따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광대역 LTE-A라는 용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KT의 주장을 ‘허위 과장’이라 몰아세웠다. 실제로 그 시점에서 KT가 제공할 수 있었던 건 ‘광대역 LTE’까지만이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사실상 150Mbps 속도를 내는 LTE를 300Mbps급 기술로 포장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는 이에 정면으로 맞섰다. “광대역 LTE와 LTE-A는 전혀 다른 개념이며, 둘 다 우리 네트워크에서 구현 가능하다는 의미로 띄어 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기술을 설명하려는 의도였지, 과장할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LTE-A와 광대역 LTE라는 기술 용어가 아직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대역 LTE-A”라는 표현은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하나의 서비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논쟁은 단순한 단어 싸움 이상의 의미를 띠었다. LTE-A라는 말 자체가 이미 ‘가장 빠른 LTE’를 상징하는 마케팅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었기에, 누가 먼저 ‘최초’ 혹은 ‘가장 빠름’을 선점하느냐가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했다. 경쟁사들은 KT의 홍보를 ‘용어 탈취’로 인식했고, KT는 ‘소비자 친화적 표현’이라 항변했다.

다운로드 (15).jpeg 이통사가 설명한 LTE-A와 광대역 LTE [사진=KT]

기술적으로 보자면 LTE-A는 3GPP 릴리즈10 표준을 기반으로 한 LTE의 진화 세대로, 주파수집성기술(CA), 4x4 다중입출력(MIMO), 고도 변복조(256QAM) 등이 포함된다. LTE-A는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이런 진화된 기능의 총합을 의미한다. 다만 이 가운데 소비자에게 가장 직관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CA였기에,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LTE-A = CA”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반면 ‘광대역 LTE’는 단일 대역폭 자체를 물리적으로 확장한 개념이었다. 기존 LTE가 10MHz폭에서 작동했다면, 인접 대역을 추가해 20MHz폭으로 확장한 서비스가 바로 광대역 LTE였다. 단일 대역폭이 두 배로 넓어졌기 때문에 이론상 속도도 75Mbps에서 150Mbps로 올라간다. 반면, LTE-A는 서로 떨어진 주파수를 묶어(예컨대 10MHz+10MHz) 동시에 사용하는 개념이므로 결과적으로 ‘속도는 같더라도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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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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