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부. 불법보조금 활개, 단말기유통법 도입
LTE 도입으로 인해 이통3사가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되면서 그에 따른 불법보조금도 활개쳤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때때로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했으나 뿌리 깊은 나무처럼 도무지 흔들릴 기미가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발품을 팔면 더 저렴한 가격에 단말을 구매할 수는 있겠으나, 그에 따른 역차별이나 강제 부가서비스 가입, 의무 약정 가입 등 여러 부작용이 동반돼 골치를 앓았다.
'단말기 보조금'이란 유통망에서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가격 할인 또는 현금 지급액 전체를 총칭한다. 이통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제조사가 지원하는 '장려금' 모두를 ‘보조금’이라는 영역으로 수렴하기도 한다. 다소 복잡한 유통망 속에서 자리 잡았기에 그 가운데 불법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당시 유통망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통사가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 스펙과 출고가 등을 결정하면 대리점에 이를 공급한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지역본부와 대리점이 직접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를 유통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체적으로 대리점에 공급했다.
이러한 유통 인프라를 통해 이통사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 정책장려금 또는 모집관리 수수료를 지급했다. 제조사는 대리점과 판매점에 직접적으로 장려금을 줘 단말기 가격을 마케팅 상황에 맞게 조율했다. 복잡다단한 보조금은 이런 방식을 거쳐 구매자에게 할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단말 가격에 연동돼 구매자를 현혹했다.
이에 따라 불법보조금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국회 역시도 가계통신비 인하와 함께 불법보조금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조해진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은 2013년 5월 27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을 대표 발의했다.1)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고 보조금 관련 내용을 공시하며, 보조금 없이 구매한 자급제 단말의 경우 보조금에 준하는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한편, 개별 계약 강제 등을 폐지하고 위법 시 과태료 및 형사 처벌까지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단통법'이 발의되자 업계에서는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통사는 시장이 혼탁한만큼 안정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알뜰폰 역시도 자급제 활성화를 위해 단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통시장에서는 찬성하지만 영세 상인들의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은 달랐다. 당시 업계에서는 제조사가 해외보다 우리나라의 출고가를 높여 책정한 후 판매 장려금을 지급해 최종 할부원금을 고무줄처럼 조율하는 ‘역보조금’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제조사는 규제가 시장의 위축을 부를 수 있다고 반대했다.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는 치열한 물밑싸움을 이어갔다. 제조사는 지속적으로 영업비밀 공개와 이중규제, 국내 휴대폰 시장 붕괴 등을 이유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정부는 제조사 비판에 이어 단통법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3년 10월 30일 미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어 11월 1일 국감에 출석한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단통법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3)
최 전 장관은 "법안이 빠르게 통과된다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이 위원장은 "강력한 보조금 규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통법을 중심으로 갈등은 점차 커져만 갔다. 중재를 하던 정부도 폭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1월 18일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설명회를 갖고 제조사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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