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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이통3사,
역대 총 68일 최장 영업정지

49부. 불법보조금 활개, 단말기유통법 도입

by 김문기

불법 보조금을 뿌리 뽑겠다고 시작된 단통법 국회 논의가 주춤하는 동안 이동통신 시장은 여전히 불법이 판치고 있었다. 이통3사 마케팅 출혈경쟁이 극에 달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와 LG전자 G2, 심지어 아이폰5S까지 저가 제품에 준하는 기기값이나 심하게는 '공짜폰'으로 둔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보조금이 살포될지 연일 주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보다 못한 정부가 불법 보조금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2014년 1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불법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한 사실조사에 착수한 것.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음에도 시장이 혼탁해지자 다시 칼집에 칼을 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1)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2014년 1월에만 이통사를 전환한 가입자가 무려 106만명에 달했다.


결국 터질게 터졌다. 방통위가 칼을 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120만원의 보조금 과열경쟁이 벌어진 것. 혹자는 보조금이 살포된 이날을 고려해 '211 대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공짜폰에 웃돈을 얹어주는 행위까지 번지자 정부의 분노도 끝간데 없이 치달았다. 처벌 수위도 과징금을 넘어 영업정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2)


방통위는 사상 최대 과징금 처벌을 받고도 과잉 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통사에 대한 추가 제재 검토에 나섰다. 시정명령 이행 여부 조사도 완료했다. 지난 1월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이통3사에 이미 1064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는 방통위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제재 카드가 많지 않았다.3)


방통위는 이통3사에 최소 한달 이상의 영업정지를 담은 추가 제재안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겼다. 미래부는 이 자료를 검토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과징금 등의 처분을 결정키로 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후 논의를 통해 이통사에게 최소 45일 영업정지를 부과할 것이라는데 가닥을 잡고 행정처분 제재안을 마련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이통사보다 제조사가 좌불안석이었다. LG전자와 팬택 모두 신작 출시 시점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LG전자는 본래 출시 패턴보다 일찍인 2월 전략 모델 'G프로2'를 투입시키기로 했다. 팬택은 출시일을 정하지 못한채 하릴없는 시간만 보냈다. 이같은 사정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공교롭게도 '갤럭시S5' 출시일이 영업정지일과 겹칠 확률이 높았다. 또한 삼성전자는 국내 판매량 대비 글로벌 판매량도 비교적 높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고려해 출시일을 수정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영업정지가 3월에 내려질 것으로 알려지자 유통망도 들썩였다. 유통망의 경우 영세할수록 생사가 걸려 있는 절체절명의 시간이었다. 3월이 오기전에 재고를 최대한 털어내야 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준 경고음은 다시 보조금 대란을 불러 일으키는 웃픈 신호탄이 되버렸다. 그리고 업계는 그 마지노선인 '228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 예견했다. 다만, 마지막에 이통3사의 자정능력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단순 헤프닝으로 종결됐다.

다운로드 (8).jpeg 이통사 영업정지를 반대하는 이통 유통망 종사자 결의대회 현장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3월 과도한 불법보조금을 지급 중단 명령을 어긴 이통 3사에 시정명령 불이행을 근거로 최소 45일 이상의 영업정지를 실시하겠다고 결단했다.


실제로 이행된다면 역대 가장 긴 영업정지였다. 그 규모로 인해 어떤 방식으로 영업정지를 내릴지 논의가 계속됐다. 만약 이통3사 모두가 동일하게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다면 애꿋은 고객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2개사 동시 영업정지를 제안했다. 신규가입과 기기변경도 어디까지 풀어줄지 옥신각신했다. 당장 영업정지에 따라 대리점과 판매점 피해는 불 보듯 뻔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고객과 유통망 모두가 전멸할 수도 있었다.


이에 앞서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4)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대책을 논의하는 동시에 제재 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이 자리에서 이통3사 CEO는 최소 45일 영업정지 판단에 이견이 없으며,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황창규 회장은 "보조금 근절없이 국내 IT산업은 미래가 없고, 우리나라 보조금 경쟁이 부끄럽다"고 말했으며, 이상철 부회장 역시 "보조금 경쟁 근본은 점유율 경쟁 문제로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성민 사장은 "보조금을 국민 편익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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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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