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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단통법 나비효과..."아! 팬택"(1)

49부. 불법보조금 활개, 단말기유통법 도입

by 김문기

삼성전자와 애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LTE 시장에서 2위를 수성한 곳은 다름아닌 벤처신화로 불린 팬택이다. 두 번의 워크아웃을 이겨내고 재활 의지를 다졌다. 대기업 틈바구니 속에서도 꿋꿋히 견뎌내며 단말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킨 효자기도 하다. 경쟁은 곧 품질 향상과 가격 인하를 부르기에 팬택의 생사여부는 고객들에게는 득이 더 많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LTE 시장에서 발생한 과열경쟁은 체급이 낮은 팬택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선 대기업과는 달리 팬택은 황새 따라 가랑이가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뱁새였다.


옥신각신하며 2위와 3위 사이를 오간 팬택은 또 한번의 재기를 노렸다. '메탈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라는 카피를 통해서 흥행 기회를 찾은 팬택은 '베가 아이언'의 후속작을 기획했다. 다만, 그 타이밍이 썩 좋지 않았다. 출시 직전 이통3사가 역대 최장기간인 순차 영업정지에 돌입했다. 출시하고 싶어도 내놓을 수 없는, 팔고 싶어도 공급할 수 없는 시간이 계속됐다.


더군다나 이통3사는 순차 영업정지 기간 동안 점유율 상승 또는 방어에 나서야 했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스마트폰에 목을 멜 수밖에 없었는데, 그 제품이 스태디셀러인 '갤럭시S5'였다. LG전자의 경우 영업정지 직전과 이후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압박에 나선 상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팬택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물론, 엄밀히 말해 정부가 선택한 이통3사 순차 영업정지 때문에 팬택이 몰락했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그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팬택 박병엽 부회장 [사진=팬택]

팬택, 초라한 시작…화려한 성장


직원 6명. 자본금 4천만원.


1991년 당시 창업주인 박병엽 부회장의 팬택 설립 당시 재원이다. 팬택은 1992년 4월 무선호출기 내수 및 수출 판매를 시작해 첫 제품군인 PP X01 시리즈로 성공의 신호탄을 쐈다. 시작은 작았을지 몰라도 성과는 대단했다. 그해 팬택이 세운 매출은 28억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이만큼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무선호출기 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본 팬택은 1997년 CDMA 단말기 사업을 시작했다. 사세는 당연히 확대됐다. 같은해 CDMA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을 시작한 후 6월 시티폰 CT-2 플러스를 출시했다. 1998년에는 당대 1위인 모토로라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같은해 'IM-700'을 개발해 세상에 내놨다.


2001년은 팬택의 전환기가 마련된 시기다. 팬택은 자신보다 더 규모가 큰 현대큐리텔 인수에 성공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 삼킨 셈이다. CDMA에 이어 GSM 단말기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5년에는 SK텔레콤이 운영했던 SK텔레텍까지 인수한다. 내수 시장에서 성공기록을 세운 팬택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고통없는 성장은 없었다. 팬택이 너무 빠르게 해외진출을 서두른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그에 따라 팬택은 첫번째 시련을 맞이했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사업자이기는 했으나 2007년 첫번째 워크아웃을 경험했다.


물론 팬택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무엇보다 그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팬택은 휴대폰 2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일본 시장에 판매된 팬택 시리우스 알파 [사진=팬택]

팬택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그치지 않는 혁신에 있었다. 덩치는 작았지만 재주가 많았다. 또한 그 자신감을 통해 워크아웃 당시에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2010년 5월 첫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했는데, 이 제품은 89만9천800원이나 할 정도로 고가 하이엔드 모델이었다. 통상적으로 후발주자 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 틈새 또는 엔트리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을 노렸겠지만 팬택은 늘 정면승부를 택했다.


'시리우스'는 다양한 폼팩터로 출시됐다. 당시 스마트폰의 유통의 주체는 이통사였고, 그러다보니 제조사에서 나온 모델은 특정 이통사에 단독 출시되거나 타 이통사에서는 그에 맞게 커스텀돼 다른 이름으로 판매되는게 보통이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S'는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됐지만 KT에서는 '갤럭시K', LG유플러스에서는 '갤럭시 U'로 출시됐다. 성능은 원조 모델의 정통성을 부여한 듯, 이후 출시되는 변종 모델일수록 떨어졌다.


팬택 '시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시리우스는 KT에서는 '이자르'라는 이름으로 LG유플러스에서는 '미라크'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그나마, 예외적으로 '미라크'는 SK텔레콤에도 도입된 바 있다.

배우 차승원이 광고모델로 나선 팬택 베가 [사진=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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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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