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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마지막 파도,
제4이통의 끝을 향한 항해

51부. 제4이통사를 찾아라

by 김문기

제4이통 논의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2014년, KMI는 다시 일어섰다. 다섯 번째 도전에서 주파수 신청 마감 직전 서류 미비로 스스로 걸려 넘어지며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그 실패는 오히려 여섯 번째 도전의 명분을 강화했다. KMI는 “실수는 있었지만 본질은 아니다”라며 절치부심했고, 3월 19일 기간통신사업 허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1) 전국망 구축 시점은 2016년 1월로 미뤄졌고, 자본금 8,530억 원, 주주 579명으로 조정한 계획은 실패를 딛고 다시 균형을 잡아가려는 몸부림이었다.


미래부는 다시 2.5GHz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다. 이용기간이 4년 9개월로 줄어들면서 최저경쟁가격 역시 2,627억 원으로 조정됐다. 경쟁자는 사라졌고, 경매는 KMI 단독으로 치러지는 국면이 펼쳐졌다. 이번만큼은 자금조달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지 않도록 KMI는 6월 2일 주파수 할당 신청을 마무리했고,2) 6월 23일 적격심사까지 통과하며 본 심사만을 남겨두는 데 성공했다. LTE-TDD 전환이라는 기술적 선택도 이미 시장과 정책 당국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었다. 모든 조건이 이번만큼은 KMI에게 유리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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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7월 24일, 미래부는 KMI의 본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보통신 연구기관, 학회, 회계법인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15명의 심사위원단이 4일간 검토한 결과는 참담했다.3) 점수는 62.3점. 이번에도 70점의 허가 기준을 넘지 못했다. 역대 최저점이었다. 기술 계획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재무 건전성과 자본조달 계획이 다시 치명적 약점으로 지목됐다. 최대주주가 설립 예정 법인이라는 구조적 한계, 해외자본 조달의 불확실성, 안정적 투자자가 부재한 점 등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결정지었다. 여섯 번째 도전마저 이렇게 무너졌다.


정부의 지원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통신시장 경쟁 촉진,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시대적 요구가 정점을 찍던 시점이었다. 알뜰폰이 이미 시장에 안착했음에도, 정부는 제4이통의 필요성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책적 관점을 강화해 신규 사업자에게 우선할당, 단계적 전국망 구축, 기존 이통사의 로밍 의무 제공 등 파격적 지원까지 약속했다. 그만큼 정부도 ‘경쟁 부재’와 ‘요금 구조의 경직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2015년 5월 29일 미래부는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4) 하지만 한편에서는 제4이통의 구조적 난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회의론도 더 크게 고개를 들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기간통신사업 허가 절차가 강화됐고, 알뜰폰이 이미 ‘저가 경쟁’의 일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미래부는 8월 30일 신규 사업자를 위한 주파수 할당 계획을 최종 확정했다.5) 주파수 할당 신청접수는 업계 의견을 반영에 10월 30일까지로 정했다. 연말까지 기간통신사업 허가 대상법인으로 선정된 곳을 대상으로 심사를 실시해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결국 10월 30일 마감일에 제출된 제4이통 출사표는 3개 컨소시엄뿐이었다.6) 오랜 도전의 주인공이었던 KMI와 IST는 끝내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 퀀텀모바일, 세종모바일, K모바일 등 새로운 컨소시엄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신선함보다는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피로감이 시장에 더 짙게 깔렸다.


그리고 2016년 1월 29일.7) 모든 시선이 미래부로 쏠린 가운데 발표된 결과는 또 한 번의 좌절이었다. 퀀텀모바일 65.95점, 세종모바일 61.99점, K모바일 59.64점. 단 한 곳도 70점을 넘지 못했다. 재정 능력 부족이 이번에도 치명적이었다. 기술이 아니라 돈, 의지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 비전이 아니라 재무적 실체가 문제였다.

다운로드.png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이 제4이통 심사결과를 발표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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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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