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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n 15. 2021

타일의 쓸모

- 건축주가 알아야 하는 내부 마감

내부 마감 설계도를 받고



철거를 하면서 시공이 시작되면 건축주는 바쁘다. 설계 미팅 때까지는 마치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꿈에 부풀고  행복한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시공이 시작되면 설계된 도면대로 배선 및 배관등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자재들의 위치 선정도 해야 하므로 내외부 마감 자재를 바로 체크해야 했다.


추가 설계도를 받았을 때 내외부 마감 자재가 설계되어 있었다. 초보 건축주여서 설계 도면에 있는 것과 똑같이 준비해야 하는 줄로 알았다. 그래서 종일 검색을 하면서 머리가 아팠다. 대형 자재들은 지방으로 가야 하는 것도 있었다.

실제 건축주들 경험담을 읽으면 지방에 자재 문제로 몇 개월씩 혹은 그 이상 다녔다는 말이 거의 다여서 정말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마감 자재는 한번 결정이 되면 아주 오랫동안 바꾸기 힘들어 자재들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가 필요해 보였다.   


몹시 고민하는 중에 설계사무소 팀장님이 내부 마감 인테리어가 빨리 되어야 한다는 언질을 주셨다.

다행히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내부 마감 자재들을 많이 사용해보고 다루어보아서 우리가 사용해본 것 중에서 고르기로 결정했다. 설계 도면에 표시된 마감들은 일반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 우리도 대체로 만족했다.

도면의 내부 마감 자재들은 제품과 업체까지 표기되어 있는데  나중에는 비슷한 제품을 고르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업체명까지 있어서 오히려 비슷한 곳에 가서 살펴보면 되니 시간이 절약되었다.  


지나 놓고 보니 집 짓기를 미리 계획한다면 내부 마감 자재도 많이 보고 공부해서 준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설계 도면에 마감 자재와 업체들이 명시되어 있어서 편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도면과 무관해도 되었고, 우리가 선정한 자재를 설계사무소에 알려주면 시공사가 날짜를 조율해서 알아서 구입했다.



타일 고르기




현관입구는 단토타일, 자재 설명서, 논현가구거리의 윤현상재


타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지방 소도시에서 살 때 흰 타일로 덕지덕지 붙인 벽들을 많이 봤다. 작고 흰 타일은 늘 깨져있고 지저분했다. 그래서 타일이라고 하면 그 이미지가 떠올라 내키지 않다가 시공을 하면서 많은 타일을 보면서 선입견이 싹 사라졌다. 어떻게 그런 디자인들이 나오는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설계 도면의 타일 자재 구입처인 윤현상재는 임시 거주지에서 가까운 논현 가구거리에 있어서 먼저 갔다. 처음에는 딱 한 번만 가서 보고 고르기로 하고 방문했다.

주변에는 소규모 타일 가게들이 많았다. 윤현상재처럼 대형 타일 가게들은 아니지만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결국 윤현상재 한 군데만으로도 충분히 고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현상재만으로도 결정장애가 올 정도로 많았다.   


정말 마음에 드는 타일이 있다면 일찍 주문을 해야 한다.

우리도 마음에 드는 타일이 있었는데 주문하면 준공 이후에나 도착하는 수입 타일들이어서 그냥  윤현상재에 있는 것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원하는 타일의 양이 창고에 남아있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마음에 들어서 골랐는데 양이 적은 것은 다시 다른 것으로 골랐다.  

결국 윤현상재를 3회나 가게 되었다. 우리가 처음 갔을 때 핑크가 너무 이뻐서 콕 찍어놓았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모두 판매되어서 아쉬운 적도 있다.

 

갈 때마다 타일 종류들이 바뀌었다. 그 산적한 타일 중에서 알맞은 것을 고른다는 일도 쉽지 않았고, 이전에 골라놓은 타일을 다시 찾아내기도 보물찾기 하듯 어려웠다.

다시 타일을 보려면 타일 넘버를 잘 메모해야 했고, 본 것들도 이미 판매되어 더 이상 수입이 힘든 것들도 있었다.  

 

윤현상재에 갈 때는 견적을 내어 봐야 타일 잔량을 확인하니까 설계 도면을 가지고 갔다. 설계 도면만 보고도 얼마의 양이 필요한지 바로 견적을 내면서 남은 양이 있는지 창고에서 확인해주었다.  

타일 선택 후는 각 타일들의 넘버를 설계사무소에 넘기면 시공 날짜와 맞춰서 알아서 주문해주니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것들을 너무 편하게 해 주어서 설계사무소의 팀장님에게 늘 감사한다.   





 

#1. 현관 입구 외벽 타일



 1F, 3F 외벽타일 Bergklamm IN-30 DANTO 설계, 잠자리가 앉은 부분은 입주 후, 오른쪽은 시공 과정



대문 들어가기 전의 1층 타일은 입주자 마감으로 1F, 3F 외벽타일 Bergklamm IN-30 DANTO 단토 타일로 설계되었다. 입주자 마감은 시공비 포함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3층도 설계 시는 외벽을 단토 타일로 했는데, 이때는 시공비가 너무 들어가서 3층은 취소된다.

주택 시공 시의 타일들이 들어가는 곳이 다 윤현상재지만 단토 타일은 이 회사에 직접 주문해야 한다. 이 주문도 설계 사무소와 시공사가 날짜를 맞추어서 알아서 했다.


단토 타일은 동경에서 거주할 때 익숙하게 본 타일이었다. 일본 주택들은 거의 이 단토 타일로 외장을 치장해서 매우 단정해 보였다.

단토 타일은 130년 이상 오랜 역사의 일본 외장타일 전문업체 단토가 생산하여 전용 탄성 접착제를 이용하여 줄눈 시공 없이 타일을 빨리 손쉽게 시공이 된다.

단토는 석기질 타일로 점토를 단번에 구웠다고 한다.


시공 당시에 기술이 좋아야 한다고 듣고, 잘못 붙이면 탈락의 위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아무 문제없이 잘 접착되어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우리가 선택했던 단토 타일은 엣지형태의 세로로 긴 형태를 층층이 쌓는 것으로 선정했는데 시공 후 와보니 고 네모난 모양의 데미룬 (DEMILUNE)으로 시공되어 있었다.


우리가 선정했던 타일보다 집에 이 모양의 타일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자꾸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KBS 방송국에서 2일간 집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오신 피디님이 이 단토 타일을 특히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집 촬영을 전국으로 다니면서 했지만 이런 모양의 타일은 처음 본다고 했다. 

여름에는 잠자리도 한참 쉬었다 간 타일이다. 아마 타일이 차갑고 시원해서 잠시 열을 식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게 내가 곁으로 가도 꼼짝도 안 하고 앉아만 있다.




#2. 1층 근생 공간 타일




1층 근생 공간과 1층 근생 화장실은 지정색 에폭시 마감으로 현장에서 시공으로 설계, 변경해서 근생 바닥은 흑백 교차시공으로 마감



설계 도면에는 1층 근생 공간과 1층 근생 화장실은 지정색 에폭시 마감으로 현장에서 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당시 시공 소장님과 얘기를 나누면서 에폭시 마감은 바닥이 잘 파이고 또 에폭시를 바르면 냄새가 온 동네에 1주일도 더 퍼진다고 했다. 그러면 심각한 민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에폭시는 물에 약해서 들뜰 수 있고, 고객들이 미끄러워서 넘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즉시 타일 마감으로 변경했고 설계사무소에 얘기했는데, 더 좋아하는 느낌을 받은 것을 보니 아마 우리가 시공비가 부족해서 쩔쩔매는 것을 보고 에폭시 마감으로 정하지 않았나 추측했다.


근생 공간 바닥은 흑백으로 교차 시공으로 변경했다. 지정색 에폭시로 내부 설계 마감된 부분은 결국 모두 타일 마감으로 변경되었다.




#2.  화장실 타일과 현관 입구 타일



지정타일 마감 1F, 2F, 근생 화장실 300x300 Frammenti 윤현상재, 도면과 다르게 건축주가 골라서 변경했다


화장실의 타일은 바닥과 벽의 크기가 달랐다. 바닥은 300*300으로, 벽은 300*600으로 정했다. 바닥은 너무 큰 타일을 하면 깨지기 쉽다고 한다. 이때 미끄러운 타일을 쓰면 안 된다.

욕실은 아이보리로 했다 그동안 살아본 아파트들에서 어두운 타일과 밝은 타일을 다 보았는데 욕실이 어두우면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칙칙하게 느껴져서 밝은 것이 좋았다.


벽도 까슬한 느낌의 무광 타일을 썼다. 바닥은 더 오돌토돌해서 미끄러움을 방지했다. 모두 수입타일이라 남은 양이 있을지 확인하고 선택했다.

시공 후 남은 타일들은 만약의 깨질 경우에 대비해서 시공사에서 마당 한쪽에 쌓아두었다. 타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되거나 할 때 필요하다.


욕실이 딱 1인이 쓰기 좋은 편이어서 어떻게 생각하면 좁다. 처음에는 너무 좁게 느껴져서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타일까지 다 붙이고 공정이 다 끝나니 전혀 좁은 욕실이 아니었다. 청소를 하려면 그것도 결국 컸다. 어쨌거나 좁은 욕실이라서 환한 색으로 하기로 했다.

윤현상재서 담당 직원이 따라다니면서 추천도 하니까 아무래도 우리가 타일을 고르는 것보다는 선구인이 있는 사람이 더 나아 보였다. 우리가 고르는 색에서 더 나아 보이는 것을 추천해주니 훨씬 좋아 보였다. 주택은 무광으로 했다.



근생 화장실 바닥 타일 300*300으로 도면 표시, 근생 화장실 벽은 민트 유광, 가운데는 현관 입구 화이트 마블 타일 300*300




1층 화장실과 현관 입구 타일은 바닥 타일이라서 300*300으로 도면에 표시되었다. 윤현상재서도 바닥은 전부 그 사이즈로 추천했다.


현관은 좁아서 환해 보이게 비앙코 화이트 마블이 들어간 타일을 했다. 넓은 부분에 비앙코 타일을 한 것을 보았는데 처음에 하도 유행이어서 우리도 전체를 할까 생각했다가 너무 어수선해 보여서 현관 바닥에만 해보았다. 환해 보여 좋다.

먼지나 흙이 많이 묻는 공간이라서 잔 타일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줄눈이 많으면 흙이나 먼지가 많이 낀다.


바닥 타일은 너무 넓은 것도 깨지기 쉽다니 바람직하지 않지만, 잔 타일도 청소하다 보면 무척 힘들 것 같으니 300*300으로 하라고 설계되어 있었다.

근생 공간 화장실은 어두운 바닥을 했다. 근생 화장실 벽은 65*265 크기의 민트색 유광으로 하니 고급스러워 보이고 보기가 좋았다.  작은 타일은 시공이 더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화장실 타일 시공이 오래 걸렸다.




#3.  주방 타일



사진 중 그림자진 쪽의 색이 더 맞는다



주방 타일은 600*600으로 밝은 그레이 무광으로 했는데 싱크대와 어울려 질리지 않아서 좋다. 너무 오돌토돌한 것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줄눈 사이로 조리물이 튀면 닦을 수 없어서 큰 타일로 붙였다. 주방에서 조리를 하다가 튀어도 닦기 쉬운 것으로 했다. 지금은 제일 만족한다. 조리물이 튀어도 쓱 닦으면 그만이다.

아파트서 살 때는 조리 시에 기름등이 튀어서 잘 닦이지도 않고 지저분해질까 봐 늘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쓱 닦기만 해도 깔끔하게 유지가 된다.




타일의 색도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타일의 아름다움을 건축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타일은 무엇보다 청소가 쉬워서 좋다. 어디나 쓱쓱 닦으면 반짝반짝한다.

그러나 자칫 깨지기 쉽고 변색도 잘되고 때도 잘 탄다. 시간이 지나면 관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까지는 제일 좋은 점은 청소가 쉽다는 것이다.

타일의 때는 타일 청소 세제가 있어서 분무를 했다가 곧 닦으면 다시 깔끔해진다.   


설계 도면에 타일을 어디 가서 사라는 업체명이 없었다면 아마 많이 헤매었을 것이다. 설계 시에 그런 내부 마감 자재 업체가 있다는 것만 알아도 얼마나 시간이 절약되고 고마운 것인지 알았다. 그렇다고 설계사무소나 시공사가 그 업체와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결국은 우리가 가서 다 고르고 선택해야 했으니까.


수많은 공정이 시작되어서 건축주나 설계사무소나 시공사가 함께 잘 뛰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 2인 삼각 경기처럼 어느 하나가 삐끗해도 집 짓기는 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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