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 Sep 30. 2021

Not Yet | Story #13. 바쁨과 여유

그 사이 미묘한 시소타기

Not Yet | Story #13. 바쁨과 여유, 그 사이 미묘한 시소타기


 질 문 


열 셋



바쁨 여유,


우린 균형을 잘 맞추고 있는걸까?


-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와서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느끼기 전에 스냅사진을 위한 연습에 몰두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스냅사진에 임하기 위해서 정말,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렇게 바쁘게, 열심히,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오자마자 열심히 살았고, 뿌듯하게, 떳떳하게 살았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의 3일째 아침, 

나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한가지 정말 중요한 것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떤 것이 잘못된 것도, 모자란 것도, 다른 일상과 다른 것도 없었지만, 무언가 내 마음 속에서 꼬여진 느낌이었다.


결국 그 느낌은 바쁨과 여유 속에서 시소타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었다.

세 명의 ‘일’에 책임을 다해 바쁘게 앞만 보고 전진하는 그 자세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떳떳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우리들은 여행을 온 것이고, 또 무엇보다도 ‘셋’이 왔고, 

그 ‘셋’의 조합에 무언가 꽤 중요한 우리들만의 시간을 기대하고 왔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심지어, 스스로에게 '우리는 왜 여행에 온 것일까?’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이 곳은 바르셀로나인데, 왜 여행을 온 느낌이 들지 않을까.'





조금 이 곳을 느낄 수 있는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check-in, check-out 하는 시간을 가지는 본질적인 이유는, 

조금 그런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마음 속 생각들을 알아가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가운데 조금 현실 속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집중함으로써 여유를 찾길 바람이었는데, 

나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몰랐다.

그렇게 나는 겨우 바르셀로나에서의 3일째 된 날에, 둘과 함께 있는 시간이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조금 더 멀어진 느낌이 들어 아쉬움을 느꼈다.


혼자 여행온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함께 이야기나누고, 함께 하지 못했을 때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조금 특별하기에,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기에, 더 신경쓰이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린 대화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에 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좋아하고, 

그 시간을 기대하며 이 곳에 함께 여행을 왔는데, 

우리가 이런 시간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조차 잠시 잊고 있었던 듯 했다.

낯선 일상을 적응하느라 잊고 있었던 듯 하다. 

그렇지만 서로 문제의식을 잘 느끼고, ‘꿍’하는 것 없이 잘 풀어나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감사했다.





여유로운 일상을 원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여유로운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싶고, 개인적인 일도 정말 많이 하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 큰 배움을 주기에.

그러나 일을 하는 동시에, 마음에서 여유를 가지고, 하루에 잠시 회고하며, 

정말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을 주는 것 같다.


바쁨과 여유 속에서 미묘하게 시소를 타는 것.


이것은 일 뿐만아니라, 연애, 친구관계, 생활습관, 시간분배 등등 정말 많은 것들에서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우리 또한 알아가고, 배워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것들에 대한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근데 우린 정말 말 그대로 ‘아직인사람들’이니까, 

아직 해결하지 못했을 뿐, 해결 못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믿는다.

서로 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인지하며,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또 서로에 의해 조금씩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감사할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고, 맥주 한 캔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그래서 감사한 하루였다.


Written By. Ryu




  

Not Yet | Story #13. 바쁨과 여유, 그 사이 미묘한 시소타기


 



매거진의 이전글 Not Yet | Story #12. 지속가능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