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의 연구 정리
지난 1년간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 "디지털 전환과 사회변혁"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한 줄 요약: AI 시대에 경제의 작동 원리가 선형(n)에서 제곱(n²)으로 변화하면서, 생산성은 급증하지만 소수만 부를 독점하고 다수는 불안정한 노동으로 내몰리는 극단적 양극화가 진행된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근본적인 경제 구조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 산업 시대 경제는 선형으로 작동했다. 노동을 두 배 투입하면 생산이 두 배 증가했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는 제곱(n²)으로 작동한다. 사용자가 두 배 늘면 가치가 네 배 증가한다. 메트칼프의 법칙이 증명하듯,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10억에서 20억으로 늘어날 때, 가능한 연결과 가치는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더 결정적인 것은 AI가 이 "n² 구조를 자동으로 생산하고 증폭시키는 기계"라는 점이다. 과거의 도구들(증기기관, 전기, 심지어 컴퓨터)은 개별적 가치(n)를 생산했다. AI는 네트워크 가치(n²)를 생산한다. 틱톡의 추천 알고리즘은 매 순간 사용자와 콘텐츠 사이의 관계를 생성하고, ChatGPT는 10억 명의 대화에서 배워 모든 사용자에게 더 나은 답변을 제공한다. 한 사람의 입력이 시스템 전체를 개선하고, 그 개선이 다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n² 순환이다.
n² 경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승자독식이 수학적으로 필연이라는 점이다.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1위의 가치가 2위보다 기하급수적으로 크다. 페이스북이 30억 사용자를 가질 때와 경쟁자가 3천만 사용자를 가질 때의 차이는 100배가 아니라 100만 배다. (3,000,000,000)² 대 (30,000,000)²이기 때문이다. 초기의 작은 우위가 자기강화 순환을 통해 압도적 독점으로 귀결된다.
이는 사회 계층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산업시대 인구의 53%를 차지했던 안정적 중산층(전문직)이 25%로 축소되는 반면, AI 의존적 불안정 노동층(긱 이코노미)은 35%에서 65%로 확대된다.
AI 엘리트 계층(2%→5%)은 플랫폼을 소유하고 n² 시스템의 근본 원리를 설계한다. 그들의 한 가지 아이디어는 AI를 통해 즉각 구현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수억 명에게 도달한다.
동시에 AI 강화 계층(전문직)은 역설적 상황에 놓인다. 최상위 1-5% 슈퍼스타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지만(OpenAI 연구진 30명이 만든 GPT-4를 10억 명이 사용), 중급 전문가들은 AI에게 대체된다. 법률 리서치, 회계, 의료 진단, 코드 작성이 "더 이상 인간이 할 필요 없는 사냥 기술"이 되고 있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선진국 노동력의 30%가 직업 전환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권력의 성격이다. 산업시대 권력자들은 경제적 권력을 가졌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직접 조작할 수는 없었다. 플랫폼 권력은 행동의 인프라 자체를 통제한다.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30억 명의 정보 환경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구글 검색은 "진실"의 사실상 중재자가 되었다. Shoshana Zuboff가 명명한 "감시 자본주의"의 핵심은 단순히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예측하고 수정하는 것이다.
더 문제적인 것은 이 권력의 투명성 부재다. Frank Pasquale의 "블랙박스 사회"가 지적하듯, 알고리즘 권력은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 권력은 가시적이었지만(왕관, 군대, 공장), 알고리즘 권력은 코드 뒤에 숨어 있다. Lawrence Lessig의 통찰대로 "코드가 법"이지만, 입법자는 선출되고 법은 공개되는 반면, 코드 작성자는 사기업 직원이고 알고리즘은 영업비밀이다.
민주주의는 "한 사람, 한 표"의 선형(n) 시스템인 반면, 여론 형성은 이제 n² 시스템에서 일어난다. MIT 연구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거짓 정보는 진실보다 6배 빠르게 확산된다. 알고리즘은 참여도를 최대화하도록 설계되었고, 분노와 공포가 가장 높은 참여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드러났듯, 몇백만 달러로 수억 명에게 도달하는 정보전이 가능해졌다. 형식적으로는 투표하지만, 실질적 선택은 이미 n² 시스템에서 결정된다.
우리가 직면한 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경제의 DNA 자체가 바뀌는 문명적 전환이다. n에서 n²으로의 변화는 토지 경제에서 산업 경제로의 전환만큼이나 근본적이다. 핵심은 이것이 도덕적 타락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의 문제라는 점이다. n² 구조는 본질적으로 집중을 만들어내고, AI는 그 집중을 자동화하고 가속화한다.
우리는 n² 경제의 극단적 집중과 선형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광범위한 중산층에 기반했다. 중산층이 붕괴하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생산성이 n²로 증가하는 시대에, 그 생산성의 혜택을 어떻게 n 명의 시민에게 분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