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사유리, 구하라씨가 남긴 사회적 화두
전통적으로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가 가정을 이루는 행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동성 부부, 혼외자, 나홀로 출산, 동거, 미혼부, 비혼주의 등 전통적 결혼관을 넘어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가족법과 사회적 규범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최근 배우 정우성 씨가 던진 화두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는 비혼 상태에서 임신 사실을 알린 상대방의 결혼 요구를 거부하고, 양육에는 참여하지 않겠지만 경제적 지원은 약속했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비혼 출산에 대한 법적 책임과 윤리적 논의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우리 사회는 이제 새로운 가족법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비혼 출산의 경우, 여성의 출산 권리와 남성의 동의 권리, 생물학적 부모의 책임 범위 등 다양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이는 기존 결혼과 가족법 체계가 더 이상 현대적 가족 형태를 포괄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호적 제도에서 부모란이 사라지거나, 국가가 출산 후 모든 책임을 지며 양육자를 지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결혼의 의미에 대한 재정의도 필요하다. ‘결혼’이나 ‘혼인’을 의미하는 한자 ‘婚’은 5천 년 전 갑골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婚’은 종교적 의미로 신과의 언약을 따르는 행위로 여겨졌다. 이후 인본주의 시대를 거치며 결혼은 인간 사이의 서약과 가정을 이루는 약속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사랑이나 서약만으로 정의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와 가족이 존재한다. 새로운 결혼의 재정의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출산을 위해, 경제를 위해, 군대를 위해, 세금을 위해 억지로 결혼을 유도하는 전통적 규범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젊은 세대에게 이를 강요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규제와 법에 대한 담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상호 동의 없는 출산, 나홀로 출산, 생물학적 부모의 권리와 책임 등 현대적 가족 문제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법적 개혁이 아니라, 변화하는 가족의 본질과 인간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젊은 세대를 향한 도덕적 비난과 비판으로는 결혼과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어떤 이는 젊은 세대가 개인의 안락함만을 추구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오해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 우리 사회에서 세 집 건너 한 마리씩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젊은 세대가 단지 이기적이거나 '워라밸'이나 '웰니스' 중독에 빠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반려동물과의 삶은 위안과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비용과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 세대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그들이 책임과 정성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결국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필요하다.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인 일명 구하라법은 우리사회가 전통적으로 당연시해왔던 생물학적 부모의 책임과 권한을 재정의하는 법률로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재의 도덕적, 법적 잣대만으로는 변화하는 가족과 출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결혼과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현대 사회의 요구에 맞는 법적·사회적 틀을 마련해야 할 때다. 출산율 증가는 이러한 재정의와 사회적 합의 이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