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주재로 열렸던 '학교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는 세계적인 배구스타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학교체육계에서 장기간 활동한 지도자, 교수, 연구원들이 함께 참여하였는데 최근 일련의 엘리트 스포츠계 문제의 원인으로 "대한체육회의 막강한 권력과 예산권 집중으로 인해 작금의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의 붕괴가 비롯되었다"는데에 중지가 모여졌고, 대한체육회의 권력집중에 대한 성토의 장이 열렸다고 한다.
다음은 현상 진단이다.
'이번달 개최되는 파리올림픽에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출전한다. 구기종목은 여자핸드볼 외엔 모두 예선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예상 메달수도 금메달이 5개 정도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계속 내리막이다. 학교체육을 중심으로 양성되던 국가대표 등 엘리트체육 체계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2024.07.03)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이 역대급 성적을 낸것! 다른 기사를 찾아봤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최소 규모(144명)로 꾸려진 선수단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21개 종목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 총 32개의 메달을 수확해,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함께 한국의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이다. 전체 메달 32개는 1988 서울올림픽 33개(금12, 은10, 동11)에 이은 2위 기록이다. 한국이 여름올림픽 종합 순위 10위 안에 든 것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8위를 한 뒤 8년 만이다.' 한겨례, 정인선 기자(2024.08.13)
앞선 토론회 장에서 대한체육회의 독점적 권력과 막대한 예산권으로 작금의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이 붕괴되어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파리올림픽의 전망이 역대급으로 어둡다고 선을 그었는데, 정확히 한 달뒤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적에 문체부를 위시한 체육계는 당황, 대한체육회는 구겨진 체면을 조금은 회복하는 모양새다.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의 시상 발언으로 비롯한 온갖 스포트라이트가 종목단체의 전횡으로 쏠리면서 반대급부로 대한체육회는 이슈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국면전환이다.
파리올림픽은 세 가지 시사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첫째, 총균쇠도 아니고 총칼활! 우리나라 전통적 효자종목의 강세(양극화)
- 양궁(금5), 사격(금3), 펜싱(금2)에서 할 수 있는건 다했다고 봐도 되겠다. 태권도도 금2, 동1, 유도(은2, 동3) "이정도면 전투민족인데?"
둘째, 구기종목의 약화
- 협회장의 무능과 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인해 안팎으로 내홍에 휩싸인 대한축구협회의 현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는듯, 40년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축구가 대표적 사례, 그외에 이렇다할 성적을 낸 구기종목이 없다.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한 핸드볼 역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
- 구기종목의 약화는 한국 프로스포츠와 실업스포츠의 태생적 한계로 비롯되는데, 문제는 직업선수로서의 안전함이 리그 수준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운 국면, 단편적인 예로 우리나라 여자배구의 경우 '자기들끼리만 즐거운, 우물 리그'라는 오명을 얻게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외모관리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멀리한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선수들의 국제경쟁력은 그들의 연봉을 결정하는 아무런 요인이 되지 않아도 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개인종목의 두각이다.
- 수영, 복싱, 근대5종과 같은 개인 종목의 약진으로 인해 메달 개수를 보탰으나, 이 또한 협회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 육성되지 않으면 스타선수 한두명에서 대가 끊기는 사례를 수없이 봐아왔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로 학교 체육과 지역 스포츠클럽에 대한 관리가 이원화된 점이 문제다?
- 애초에 우리나라는 학교체육에 기대하는 포커스가 잘못 맞추어져있다. 학교체육이라하면 아직도 엘리트 체육의 산실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풀뿌리 일반학생체육의 활성화가 선수준비반으로 선수준비반에서 전문학생선수로 선순환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함에도 여전히 학교체육의 심볼을 엘리트학생선수에 포커스를 맞추고 몇명 출전하지도 않는 전국체육대회에서 국가대표급 엘리트 선수를 선발하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려다보니, 항상 인력풀이 부족한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지금으로부터 약 25년전 일본이 진행했던 학생스포츠클럽의 활성화와 엘리트선수풀 확대과정에서의 국가 체육경쟁력 약화를 비관적으로 전망한 국내 체육계 인사들의 시각이 편협했다는 결과로 이번 파리올림픽에서의 일본의 성과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일본은 어느덧 미국, 중국 다음으로 세계 3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