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자식들과의 입씨름으로 진저리가 난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말로서는 자식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생각 끝에 무엇인가 실제 사례를 보여 납득시키겠다는 궁리를 해냈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한 다발의 싸리나무를 끊어 오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한 다발로 묶어 한 사람,한 사람에게 그것을 꺾어 보게 했다. 아무도 그것을 꺾을 수 없었다. 그 다음엔 그 다발을 풀어 한 가지씩 꺾어 보게 했다. 그랬더니 모두가 쉽게 해내고 말았다.
한참 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너희들 형제가 힘을 합해 뭉치는 한, 누구라도 너희들을 당해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상통하지 않아 따로 떨어지게 되면, 곧 공격을 당해 꺾어지고 말 것이다.”
“20% 리더가 아닌 80% 팔로어가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 변화의 시대”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조직 발전에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10~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90%는 리더를 따르며 보좌하는 팔로어의 힘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팔로어의 역할과 기능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대체 팔로어십(followership) 이란 무엇일까? 리더의 행동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따르는 방식을 말한다. 간단하게 말해 부하직원의 자질을 의미한다. 이는 리더십(leadership) 반대 개념으로, 리더 자질 못지않게 이를 뒷받침해주는 팔로어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이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건재한 기업들의 성공 비결도 바로 직원들의 역량 있는 팔로어십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팔로십의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와 1997년 우리국민이 보여준 ‘금 모으기 운동’을 꼽는다. 그동안 우리에게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강조되며 영웅으로 간주됐지만 이는 우리 태극전사 즉 팔로어들의 강한 책임감이 따른 팔로어십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500일 동안에 걸쳐 지시한 혹독한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선수들이 스스로 컨트롤하면서 완성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장 안에서 <붕대 투혼>을 보이며 헌신한 선수들의 태도는 어쩌면 감독의 능력 밖의 일인지도 모른다. 태극전사들이 <승리>를 위해 불굴의 투지로 창의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팔로어십으로 인해 소위 히딩크의 `마법`은 마침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위대한 행동으로 일치단결을 보여준다. 나라가 외환위기로 절대 절명의 상황에 처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던 금붙이를 들고 나온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은 능동적 팔로어십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이처럼 한 기업이 일류기업으로 거듭나려면 훌륭한 리더(Leader) 못지않게 뛰어난 팔로어(Follower)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만든 < L -> F ->P > 라는 성과지향 리더십 모형이란 게 있다. 이 모형은 리더(Leader)리더와 팔로어(Follower)와 복잡한 관계를 쉽게 정립한 것이다. 이 모형을 쉽게 말하면 이렇다. 첫째, 리더(L)는 팔로어(F)가 있어야 정립이 되고, 둘째, 리더는 팔로어와의 관계는 “나를 따르라!” 라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Partner) 관계이고, 셋째, 리더는 팔로어를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한 조직의 운명은 리더가 아니라 팔로어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로어(Follower)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을까?
첫째, 모범형이다.
이들은 솔선수범하고 주인의식이 강한 사람들이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팀과 리더에 협력적이고 자기가 맡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협동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소외형이다.
스스로 조직의 양심이라고 생각하고 약자의 편에 있는다. 그래서 팀플레이보다는 불만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소극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리더의 입장에서 본다면 냉소적이고 부정적이고 나아가 시비조이다. 조직 내에서 약 15-25%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강하게 말하면 파괴자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수동형이다.
리더의 판단과 사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지시를 받을 때만 행동한다. 이렇다보니 자신의 몫을 못한다. 이런 유형이 탄생하는 이유는 리더가 전적으로 목표를 설정해주고 의사결정을 하는 등 사사건건 챙기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도피자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순응형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리더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헌신적인 편이다. 부정적 측면에서 보면 독립적 사고나 창의성이 부족하다. 흔히 Yes Man으로 불리는 층으로 복종과 순응으로 살아간다. 특히 인기 없는 업무는 회피하는 경향이 크다. 종속자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실무형이다.
이들은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한다. 조직이 극단을 치닫지 않도록 중용을 견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규칙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한다. 다만 모험을 기피하고 적당한 열정을 보인다. 리더의 결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사리를 위해 흥정하는 모사꾼으로 비칠 수도 있다. 타협자라고 할 수 있다.
한 지방의 영주가 성에서 잔치를 열겠다고 말하고 백성들에게 간단한 먹을거리와 포도주를 한 병씩 가져오라고 했다. 그래서 포도주를 광장에 있는 큰 통에 부으라고 했다. 백성들이 다 모여 한 곳에 포도주를 붓고 잔치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술통엔 술이 있는 게 아니라 물로 꽉 차여 있었던 것이다. 이유인즉 백성들이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 생각하고 술병에 술을 담아온 게 아니라 물을 담아온 것이다.
시너지 즉 ‘SYNERGY’는 SYN=Together, ERGY=Energy를 의미하는 합성어로 모두 함께 해내는 힘, 즉 팀웍(Team-work)을 뜻한다. 여기서 Team이란 단어를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렇다. ‘Together Each Attain More.’ 조직은 팀웍이다. 마음에 맞는 이들이 모여 각자의 능력을 모아 시너지를 낼 때 조직도 발전하고 그 구성원도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은 하모니라고들 한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조직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구성원 모두가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정렬(Alignment)해서 매진할 때 그 시너지가 내는 파워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직에 시너지를 한껏 불어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베스트 팔로어(Best Follower)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당신이 쓰지 않는 근육을 써야 한다. 그 근육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널뛰기 선수’가 되라.
널뛰기를 생각해 보라. 널뛰기에서 내가 높이 오르려면 먼저 상대를 위해 힘차게 돋움질을 해주어야 자신 또한 높이 오를 수 있다. 물론 상대를 높이 올려 줄수록 자신도 더 높이 오르게 마련이다. 나보다는 상사와 부하를, 나의 이익보다는 상사와 부하의 이익을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당신이 힘과 정성을 다해 상대를 위해 뛰는 만큼의 시너지가 나오는 것이다.
둘째, ‘여백’을 보아라.
하얀 종이 위에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라미 안쪽 적당한 곳에 한 점을 찍어라. 그 점과 여백 중 어느 곳이 많은가? 상사나 동료, 부하든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바로 그 여백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곳을 키워가라.
셋째, <&+> 파워를 키워라.
여기서 <&+>란 함께(&)와 플러스(+)가 합성된 기호로, 둘 중 하나를 버리는 대신 함께 어울려 시너지를 는 것을 말한다.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은 <&+> 파워로 생존한다. 이들은 사냥 전 반드시 작전회의를 한다. 10여 마리가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눈빛을 교환한다. 이 눈빛을 통해 지휘자를 포함해 각자 역할이 주어지는데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리카온은 사냥이란 게임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 회의가 끝나면 찍어놓은 먹잇감을 향해 주저 없이 돌진한다. 주로 타깃은 영양이다.
리카온 떼는 전격적으로 200㎏이 넘는 사자를 공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어렵사리 포획한 영양을 사자가 뺏으려고 할 때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30㎏ 정도에 불과한 리카온이 사자를 당해낼 수는 없는 법 그러나 리카온 떼는 결코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어도 끝까지 돌봐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카온 떼의 조직력은 거친 생존본능이 지배하는 사바나 초원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에나보다 훨씬 작은 몸집을 갖고도 당당한 포식자의 일원으로 살아남은 비결이다. 바로 <&+> 파워다.
< 개발부서에 배치됐다가 협력업체 나가서 부품 검사하고 자재 샘플 구해오라고 했더니 '개발자인 내가 왜 그 일을 하느냐'고 한 직원이 있었다. 장담컨대 10년 지나면 책상에서 개발만 한 사람보다 협력업체 부품 현장 경험하고 샘플도 구해본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 그런 사람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자기 것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남의 것도 잘되게 해야 회사가 잘 되는구나 하는 것을 몸으로 깨닫는다.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이다. 자기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조선일보 발췌)
자기중심 사고를 하는 직장인들을 꼬집은 우리나라 대표 인사통인 삼성전자 원기찬 부사장의 말이다. 성공하는 기업이란 어떤 기업일까? 바로 이런 팀웍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기업이다.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 + 1> 는 1 도, 2 도, 3 도 될 수 있고, 나아가 <1+1=∞> 라는 기적(?) 같은 결과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기업이나 조직은 시너지라는 비아그라를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누가 뭐라 해도 조직은 시너지가 萬事다! 1+1= ? 이 시너지를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어우러져서 나는 소리다. 상사의 리더십 탓만 하지 말고 당신의 팔로어십도 연마하라.
좋은 팔로워가 좋은 리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