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역할 모델이자 선망인 한국의 CEO들은 어떤 소원을 가지고 살아갈까?
우리나라의 한 카드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내 생애 최고의 소원’이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응모한 225명 중에 40%의 CEO가 주문한 소원은 극히 단순했다. 바쁜 업무로 소홀히 했던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19%는 전투기 탑승, 히말라야 등반, 남극 탐험 등의 도전, 모험과 관련된 소원을 꼽았다.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보니 열정이 사라졌고, 열정을 다시 불러올 기회를 갖고 싶다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CEO도 많았다. 16%가 장애아동 연주단의 해외공연 지원, 아프리카 현지 봉사활동 같은 사회봉사를 최고의 소원으로 꼽았다. 6%의 CEO는 바쁜 일정 때문에 늘 마음으로만 품고 있었던 배움의 기회를 갖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색소폰 연주처럼 학창 시절부터 연주하고 싶었던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대답한 CEO가 많았다. (동아일보 발췌)
거미와 개미와 꿀벌 인간형
이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무엇인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들이 장애아동 연주단의 해외공연 지원, 아프리카 현지 봉사활동 같은 사회봉사를 최고의 소원으로 꼽았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거미형’이다. 거미는 곤충들이 잘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놓고 벌레가 걸리면 재빨리 달려와서 잡아먹는다. 인간도 이 거미처럼 남에게 해를 입히며 자기 만족을 채우는 사람이 있다.
둘째는 ‘개미형’이다. 개미는 열심히 일을 하는 곤충이다. 근면하고 성실하기로 소문이 난 개미는 열심히 일을 해서 여름에 먹을 것을 준비해두지만 그것을 나눠줄 줄을 모른다. 이처럼 사람들 중에도 내가 노력해서 번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들은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형 인간이다.
셋째, ‘꿀벌형’이다. 꿀벌은 항상 열심히 일을 해서 온갖 꿀과 로얄젤리를 만들고. 이렇게 애써 만든 것을 인간에게 건네주는 곤충이다. 사람들 중에도 이와 같이 남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빈함은 그냥 가난이 아니다
미국 심리학회지에 의하면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이나 오래 산다고 한다. 장수 부부 세 쌍에서 두 쌍은 선행을 일상처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나누는 것이나 봉사와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은 일찍 죽을 확률이 두 배나 높다는 조사도 있었다.
앞서 우리가 살펴본 4종류의 부자 중에 가장 행복한 부자를 꼽으라면 단연 마음(心)부자다. 실로 철학자 강신주는 기부 즉 나눔을 이렇게 쉽게 정의한다.
“전철에서 타인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좌석은 하나의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전철에서 누구나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좌석이니까. 타인에게 좌석을 양보했을 때 한 시간 이상 서서 가야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소중한 좌석을 양보할 때 그만큼 우리의 다리는 피곤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행복감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점이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을 내어주는 것, 즉 스스로 가난해지려고 하는 자에게만 행복이 찾아든다. 실제로 ‘빈(貧)’이란 한자는 ‘나누어주다’는 의미의 ‘분(分)’과 ‘조개화폐’를 의미하는 ‘패(貝)’라는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소중한 것을 내놓아 가난한 것은 게을러서 발생하는 가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옛사람들이 청빈(淸貧)을 강조했던 것도 선물로 발생하는 가난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선물로 발생하는 가난은 소중한 것을 축적했을 때보다 더 많은 행복을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다.”(동아일보 발췌)
선량한 사람이 이긴다
강의 차 갔던 한 중소기업 사내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 직원들의 점심 풍경은 다른 회사의 점심 풍경과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한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물 컵 살균 보관대로 가더니 뒤따라오는 동료들에게 컵을 하나씩 꺼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단 그 한 사람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물컵 보관대 문을 연 사람은 누구나 다른 동료에게 먼저 컵을 전달해주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핀볼 효과(pinball effect)라는 게 있다.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 하나가 도미노처럼 연결되고 증폭되어 세상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언론인 곽병찬의 글도 비슷한 내용이 전개되어 있다. 정치학자인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사회나 개인을 위해 경쟁과 협력 중 무엇이 더 이로운지를 따지는 실험을 했는데, 변형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적용한 결과 단연 협력이 월등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이 실험을 마친 액설로드는 이렇게 충고했다고 한다.
“굳이 오래 살 생각이 아니라면 협력하지 말라. 사람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면 배반하라. 그러나 그 밖의 상황이라면 무조건 협력하라. 착한 사람이 결국 이긴다.”
기부 바이러스가 세상을 바꾼다
개성상인들에게 내려오는 속담 중에 하나는 “다 퍼줘서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기부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부문화가 형성되면서 이제 더 많은 기부 참여의 길이 열렸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이 기부야말로 사회복지 이상의 든든한 안전장치이다. 그리고 나부터 기부를 시작하는 일은 이런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행복까지 덤으로 얻는 행복안전보험과 같다. “버는 것은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무엇이든지 나누면 커진다. 작은 돈, 지식이나 재능도, 아니면 작은 시간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어 보자. 물론 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부자가 되는 통장을 하나 장만해야 하는데, 이것은 적금(積金)통장이 아니라 적심(積心)통장이다.
마음부자는 결국 스스로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나누면 부자가 된다. 마음을 열면 세상은 따뜻해진다. 기부 바이러스를 퍼뜨려라. 선한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선한 사람은 경청을 경청으로 공감을 공명으로 바꾸어 가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