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나름 교만해지는 시간이 가끔 오는 것같습니다. 제 경우엔 바로 설교시간입니다. 목사님 설교를 분석해서 평가도 하고 나름 강의 때 사용도 합니다. 신앙 초기엔 분석과 평가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짓(?)은 안하고 말씀하신 내용을 확대 재생산해서 저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설교내용에 아주 집중하는 편입니다. 혹시 큰 대어를 낚을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강의를 하는 중간에 제가 말하는 톤이나 접근방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제가 목사님 목소리나 재스처 또는 톤 등을 따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를 채곤 합니다. 속으로 “야! 무섭구나! 한 사람이 주는 영향력이란 게 이처럼 파급 효과가 크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설교 내용 중 강의할 때나 글을 쓸 때 더러 인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저는 설교를 무척이나 좋아 합니다. 거의 100% 몰입을 합니다. 특히 제 생각 코드와 맞는 말씀을 주실 때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들은 설교 내용이 다 좋지만 그 중 백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무조건 <감자부침>입니다. 도대체 <감자부침>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다니는 교회 원로목사님이 전하는 기도 방법론(?)입니다. 좀 더 쉽게 풀이하면 하나님과 소통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감자부침>이 맘을 당긴 건 기도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이 기법으로 신실한 기도를 할 수 있는 지름길을 하나 터득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감자부침>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이 레시피를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감>입니다.
기도할 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건 바로 <감사>입니다. 목사님은 예배의 핵심으로 <감사를 강조하십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전라도 지방에서 잔칫날 빠져서 안 되는 음식이 있습니다. 그건 <홍어>입니다. 동해 지방에서는 <문어>입니다. 그리고 ‘약방에 감초’처럼 한약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게 바로 <감초>입니다. 하나님과 소통하려고 문을 두드릴 때 우선 순위 즉 맨 앞에 놓은 건 <감사>입니다. 기도는 <감사>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입니다.
여기서 <자>는 바로 <자백>입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먼저 이실직고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공의로운 분이십니다. 그래서 꼭 심판하십니다. 그러나 죄를 자백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면 용서 해주신십니다. 물론 그 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회초리를 드십니다. 그리고 바로 잡아 주십니다. 이렇듯 ‘자백이 없는’ 감자부침은 설익어서 맛도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감자부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선 ‘자백’이고 후 ‘간구’입니다. 이렇게 하시면 하나님이 가장 좋으신 방법으로 가장 좋은 때 해주십니다.
다음엔 <부>입니다.
바로 <부탁>입니다. 이 대목에 할 말이 많습니다. 기도를 많이 했지만 이 방법을 몰라서 <간구> 즉 <부탁>을 안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무것이나 기도로 간구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늘 기도가 거기서 거기였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앙꼬없는 찐빵’식으로 빵이 완성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니 기도를 못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고민 아닌 고민을 늘 했습니다. 어떤 기도 제목과 어떤 방식으로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감자부침을 알고서 나서 그 고민이 풀렸습니다. 하나님께 진심으로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앞선 작업인 감사와 자백을 한 후에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것을 체득하는 데 대략 8년이란 세월을 지불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침>입니다.
바로 <침묵>입니다. 새벽기도를 하거나 금요 기도를 할 때 많은 기도 제목들을 나열하곤 합니다. 가령 “이것도 주세요. 저것도 주세요. 그리고 더 주세요.” 이런 식으로 부탁 리스트를 올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살아계신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이 클로징 멘트는 입에 배어 있으니까 멋지게 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보 이제 우리 기도를 다한 후 한참 있다가 일어나자” 나는 “왜 그러는데” 그러자 아내가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봐 하나님께 부탁을 했으면 그 분께 말미를 드려야지 그 분도 생각하셔야 할 것 아냐! 그리고 응답이 오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 이 소리에 한방 먹은 기분이 이었습니다.
목사님이 이런 설교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도와 응답 사이엔 시차가 있습니다. 하나님 바로 주시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기도한 후 즉 부탁한 후 깊은 침묵의 시간을 가지세요.” 가만히 보니까 저는 기도를 후다닥 해치우고 후다닥 응답을 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좀 심하게 말씀하면 하나님을 간구나 부탁의 도구로 사용한 셈이지요. 그래서 <침묵의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그놈의 급한 성격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감자부침>론을 조금씩 체득화 해가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제대로 이 기법을 몸에 익혀서 하나님과 올바른 소통, 거룩한 소통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자세로 하나님이 주신 멋진 레시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부침>을 하나님께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은 <감자부침>일 것입니다. 그리고 <감자부침>에 브랜드를 하나 입힐 생각입니다. 바로 <하나님표 감자부침>입니다. 이것을 죽을 때까지 팔 생각입니다. 물론 공짜로 말입니다.
혹시 <하나님 표 감자부침> 한 판 드실래요?
성경말씀 ☞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 너희 관용을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으로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 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