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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찮을 땐, 다꾸가 답이지.

귀찮지만, 다꾸엔 조금 진심이야

by 흔적작가


귀찮은 게
잘못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잘못 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겨울 동안 동굴에 들어가 있었어요. 다 귀찮았거든요. 운동은 하는 데 몸은 아프지. 다짐한 일들은 작심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짐이 되어가고 있고. 돈은 스쳐 지나가고 있고. 그나마 스쳐 지나가던 돈이 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서 답답하고. 글쓰기는 이 길이 맞나 싶고. 쇼츠에 망가진 뇌는 책을 거부하는 중이고.



휴, 아무튼 이번 겨울은 동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꼼짝 않고 겨울 동굴에 있다 보니. 점점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졌어요. 귀찮음이 나쁜 건. 한번 이 놈에 빠지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귀찮아서. 그나마 귀차니즘 초기라 최소한의 필요한 일은 하고 있어요. 실낱같은 돈이라도 들어와야. 동굴을 유지할 수 있으니깐요. 참, 동굴밖에 있는 동물도 돌봐야 하고요. 귀찮아서 놓고 싶지만 놓을 수 없는 현실. 이거 슬픈 걸까요? 아니면 다행인 걸까요?


첫날(왼)은 가볍게였는데. 다음날(우)부터 화려해지고 있어요. ㅎㅎ


어떻게든지 귀찮 동굴에서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면 좋을 텐데. 그런데 애를 쓰면 그 일을 해야 되니깐. 그게 싫더라고요. 아직은 귀찮음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거지요.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나를 몰아쳐야 할 텐데. 어이구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그래서 나에게 '신년 계획'이라는 이쁜 거짓 포장지를 선물로 주었어요.


"1년을 어떻게 살지 고민을 하는 중이야."

"아직 결정을 못했어. 이번 달까지만 더 생각해 보려고."

"대충 결정은 했는데...."



어떤가요. 좀 있어 보이는 프레임가요. 음, 좀 뻔한 프레임지요. 저도 알아요. 좀 더 그렇듯한 프레임을 짜야 귀찮 동굴에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는데. 뇌가 움직이질 않아요. 귀찮아서요. 상상력의 부재가 이렇게도 아쉬울 수가 없어요. 결국 귀찮 동굴에서 조금 빠져나오기 위해 '애씀'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 애씀은 바로 [영어 필사 챌린지]에요. 물론 머릿속에서 날리날리. 날리가 났어요. 귀찮아. 귀찮게 무슨 영어 필사를 한다는 거야. 챌린지를 100일 동안 매일 한다고. 아, 몰라 몰라. 귀찮아, 귀찮아, 귀찮아. 어깨가 아프니 더 하기가 싫긴 한데. 100일 챌린지 성공하면 축하금이 있어서 일단 신청을 했지요.



신청해 놓고 후회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했어요. 그런데 신청서 취소하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하기로 했어요. 왠지 죄송하네요. 어찌 되었든 영어 필사 챌린지 시작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더라고요. 영어필사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재미없을 것 같단 말이지요. 평소라면 괜찮지만 귀찮 동굴에 갇힌 지금은 좀 위험하거든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 듯싶은데.... 번에 실패하면 귀찮 동굴이 저기 땅밑 마그마 있는 곳까지 내려갈 것 같단 말이지요. 마그마에 녹아서 형체가 사라지면 그땐 진짜.


"에잇! 몰라 막살 거야. 귀찮아. 냅둬. 귀찮음이 죄는 아니잖아." 귀차니즘의 반란이 예상되지요. 귀찮음이 죄는 아니지만. 너무 심하게 오래가면 결국 피해 보는 것은 나란 말이지요. 휴~.


역시 마테(마스킹테이프)와 스티커는 다꾸에 꽃이에요.^^


그때 한줄기 빛이 쇼츠에 중독된 뇌에서 반짝였어요. 다행이지요. 아직 쇼츠 중독이 중증은 아니었나 봐요. 감사합니다. 쇼츠 조금 줄일게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화장대 맨 아래칸 서랍문을 막고 있는 물건들을 치웠어요. 그리고 오랜만에 다꾸상자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지요. 희망이 생겼어요. 귀찮 동물에서 버틸 희망이요. 다꾸를 하면 그까짓 100일. 껌은 아니니만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귀찮은 일 투성이지만. 다꾸에는 조금 진심이거든요. 하루, 이틀, 삼일, 사일. 어떡해요! 다꾸영어필사. 너무 이뻐요. 근데 점점 욕심이 생기네요. 아-. 귀찮은데. 재미가 생겨버렸어요. 큰일이네요. 이제 귀찮 동굴에서 나갈 때가 온 듯싶어요. 근데 매일매일 해야 되는 데. 걱정이네요. 윽. 머리가 지끈거리네요. 일단 시작했으니깐. 7일~10일은 버틸 수 있겠지요. 팻말을 만들어야 할까 봐요. <귀찮을 땐, 다꾸가 답이지.> 혹, 진짜 만들면 알려드릴게요. 그럼 일주일 뒤에 만나요.



1일~4일 차 영어필사다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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