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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꿈:간직하거나 행하거나

이번엔, 도자기 일기

by 흔적작가


꿈은 실현되지 않으면 단지 꿈일 뿐이다. – 웨인 다이어



사실 꿈만 꾸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나'라는 사람은 하나이기에 꿈꾸는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이렇게 하나 둘. 접어버린 꿈들은 그저 스쳐가듯 흘러가기도 하고, 못내 아쉬워 흘려보내지 못해 내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다.


"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냥 잡아버려."라고 말하는 내 마음속의 나. "누가 모르냐고. 나도 잡고 싶다고. 한 번 해보고 싶다고..."라며 여전히 우물쭈물 한숨만 쉬는 현실의 나. 항상 이 둘의 치열한 다툼으로 시끄럽다. 그러면 누가 이길까? 안타깝지만 대부분 현실의 나가 이긴다.


하지만, 흘러간 유행이 다시 돌아오듯 예전에 놓았다고 생각한 꿈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이때 '아! 맞다. 예전에 해보고 싶었었는데.'라며 추억에 잠깐 빠진 다음. 바로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흘려보내기도 하고. 돌아온 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아! 자꾸 나보고 하라고 등 떠미는구나.'라며 꼬임에 홀라당 넘어가기 직전까지 오기도 한다. 다음은 자기 암시.


"한 번 놓쳤던 꿈을 또 놓친다면 이건. 뭐, 답이 없는 거지. 어쩜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일 텐데." 속이 아주 시끄럽다. 그러다 결국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하지 뭐."라며 얼렁뚱땅 꿈에 한 발 들어서기도 한다.


이렇게 나름 치열한 전쟁에서 이겨 첫 발을 내디뎠던 것이 일 년 전 일이다. 중학교 학부모였던 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도자기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되었다. 마음에 담아두었던 꿈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첫 수업을 하러 가는 길이 마냥 좋았다. 처음 흙을 받고 설레었다. 물레 위에 원하는 접시틀을 올리고 넓게 핀 흙을 올려서 작업하는 것도 신기했다. 건조를 시키고 스펀지로 흙을 다듬는 과정. 초벌이 된 접시에 색을 칠하는 과정. 흙이 도자기 접시가 되어가는 과정은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았다. 오히려 꿈을 꾸는 듯했다.


재벌을 마치고 나온 내가 만든 도자기 접시들. 고이고이 깨지지 않게 포장을 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그러다 도자기 선생님의 공방이 집 근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부터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바로 그 도자기 공방이라니. 이때부터였다. 학부모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시작되었다.


꿈속에서만 존재하던 도자기가 현실 세계의 문쪽으로 자꾸 다가오려고 한다. 운동을 다니며 오다가다. 똑똑똑. 공방과 같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다. 똑똑똑. 저기요, 여기서 도자기 수업을 하나요? 원데이는요? 정규수업은요? 오다가다 뜨문뜨문 간헐적으로 도자기 수업에 대해 조금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또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도자기 정규수업을 들어야지.'라는 꿈을. 하지만 여전히 꿈이 현실 세계로 넘어오기란 쉽지 않았다. 일단 돈을 모아야 하는구나.


그렇게 시간은 흘러 9~10개월이 넘어갔다. 아, 또 이렇게 현실의 벽 앞에서 흘러 보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다 갑자기 공방옆 카페 언니에게 재미난, 혹할만한 제안을 받았다. 네? 도자기를 만들어서 마켓에 나가는데. 거기서 무얼 하라고요? 흠.. 아직 도자기가 배회중인가 보다. 내 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도자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나왔지 뭐. 잡아야지. 냉큼.



내 폰 갤러리 (사진 못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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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