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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 비교하고, 조금 더 나답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기

by 이제트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저만 제자리인 것 같아요.”


그녀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이었다.
그녀의 말끝에는 깊은 무력감이 배어 있었다.

며칠 전,

깊은 우울 속에서 약을 삼킨 채 응급실로 실려왔다.


“그냥 다 지쳐요.”

직장에서는 늘 웃으며 인사했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다.
친구들의 SNS 속 웃음, 동료들의 모임 사진, 선배들의 승진 소식.
그녀는 매일 비교의 늪에 빠져 스스로를 작게 만들고 있었다.

“회사에 나와서 뭐 하고 있나 싶어요.
남들은 다 잘 어울리는데, 저는 겉도는 것 같아요.”

남들과 비교만 하며 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실망하며,

자신을 몰아세우는 반복되는 삶에 지쳐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제자리에 머문 사람’이라고 느꼈고,
그 감정은 점점 자신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속으론 비교가 계속돼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사실 그건, ‘나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표현은 아니었을까요?”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상하게 조금은 위로가 되네요.”

그렇게 말하며 지친 숨을 내쉬었다.
비교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던 사람의 힘겨운 숨이었다.


“저는 진짜 실패자예요.”

상담을 이어가는 내내 그녀는 스스로를 ‘실패자’라 불렀다.
그녀의 말은 단호했다.
모두 다 잘 나가고, 자신만 제자리 같다고 했다.
그 말이 얼마나 오래된 상처였는지,
그 단어는 마치 자기 이름처럼 굳어 있었다.


“그 말 안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 있을까요?”
“...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냥... 잘하고 싶었는데.”
“그럼 ‘실패자’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네요.”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자기 비난의 벽을 허물고, 자기 이해의 문을 여는 첫 순간이었다.


그녀는 회사에서의 불안을 털어놓았다.
“인사해도 대답 안 하는 사람이 있으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나요.”
“그럴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어요?”
“‘역시 나를 싫어하나 보다.’ 그런 생각이요.”


나는 물었다.
“혹시 그게 사실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요? 정말 못 봤을 가능성음 없었나요?“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음… 모르겠어요. 근데 항상 그렇다고 느낀 것 같아요.”

그날, 우리는 ‘느낌’과 ‘사실’을 구분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판단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녀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축구선수가 경기에 나가서 '반드시 이겨야지'라고 생각하는 거보다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하여 패스를 더 정확하게 하고, 슛을 더 강하게 차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지만, 행동과 생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회사에서의 일, 사람들의 반응, 결과는 통제할 수 없어요. 하지만 내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본인 안에 있어요.”

상담을 이어가며 그녀는 스스로 방법을 찾았다.


“그럼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먼저 해보면 되는 거네요.”

“맞아요. 그게 바로, 스스로를 지키는 시작이에요.”

그녀는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

현관문을 열기 전 주문처럼 속삭인다고 한다.
“비교하지 말자. 오늘은 나답게 살자.”

그 한 문장은,

그녀가 다시 살아가기로 한 다짐과도 같았다.

마지막 상담 날,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이제 실패자란 단어는 의식적으로 안쓰려고 노력해요.”


나는 그녀의 노력에 대해 응원을 보내며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들려주었다


“네가 외적인 일로 고통받는다면, 너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너의 판단이다. 그 판단을 멈춰라. 고통을 없앨 힘은 네 안에 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처음 만났을 때 없던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판단을 멈추고 마음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이미 회복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상담을 마치며, 그녀가 짧은 쪽지를 수줍게 전했다.


“실패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제가 제 삶을 더 신파로 만든 것 같아요. 이제는 담백하게 제 이야기를 다시 써보기로 했어요. 감사해요.”


그 문장을 읽으며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 본 글은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내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내용을 변경 및 각색하였습니다. 내담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음을 밝힙니다.



바꿀 수 없는 것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있는 것은 바꾸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라인홀드 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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