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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와 엄마

by 노랑코끼리 이정아

낮게 핀 채송화,

키 작은 울 엄마를 닮았다.


더워도, 비가 와도

더워서, 비가 와서

꽃을 피우는 채송화,

담담히 인내한 울 엄마가 그랬다.


줄기는 연해도, 뿌리는 강한 채송화,

여린 마음에, 단단한 자존감을 가진 울 엄마를 닮았다.


어디에 옮겨 심어도 잘 정착하는 채송화,

어떤 힘듦도 감내한 울 엄마가 그랬다



채송화는 오래도 사는데

울 엄마는 그것만 안 닮았다.


엄마도 좀 오래 사시지.

막내딸 효도도 좀 받아보지.

친정엄마 투정이 귀찮다는 말도 좀 하게 하지.


어린 내 자식 아끼느라

늙은 엄마 돌보지 못한 서러움이 깊다.


이 좋은 세상에서

겨우 딸 둘 키우느라 기진맥진인데,

그 어려운 시절에 울 엄마는

그 많은 자식을 어째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을까?


시집가는 딸에게 퉁명스럽게 굴던 엄마,

내 딸 결혼시켜 보니 이제야 겨우 알 것 같다.

딸이 아까운 엄마의 마음이었다.

딸 엄마의 섭섭함이었다.



화분에 심은 채송화를 보면

장독대에 채송화를 가꾸던

울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진다.


채송화는 겨울을 지내고 다시 움틀 텐데

엄마의 가여운 인생도 되돌리고만 싶다.



옆집 채송화 몇 줄기를 꺾어다 화분에 심었더니,

비가 내린 다음날에 바로 꽃을 피웠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장독대에는 늘 있던 채송화였다.

분꽃, 맨드라미, 꽈리 사이에 나지막하게 자리한 채송화가 나는 제일 예뻤다.

어른이 되어서도 키 작은 채송화만 보면 그 장독대 생각이 나고, 엄마 생각이 난다. 많은 자식 키우느라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울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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