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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Y Oct 20. 2020

엄마의 밤

아이를 재우고 남은 집안일을 하다가 우리 엄마의 밤을 상상해 보았다

드디어 두 아이를 재웠다.

내가 매일 아침 눈뜰 때부터 기다리는 바로 그시간!! ㅎㅎ


나는 왜 잠들지 못하는가?


그런데 사실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또 해야할 일들이 많다.

아이들과 있을 때 할 수 없는 일들,

그리고 내일 아침을 위해 미리 해 놓아야 하는 일들..

샤워, 밀린 설겆이,주방과 식탁정리, 빨래개기,식판 물병 소독, 내일 아이들이 입을 옷 선정, 가끔 화장실 청소...

내일은 또 뭘 해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휴대폰으로 새벽배송,총알배송 주문까지....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입에 단내나게 일했는데

집안일은 참 끝도 없고 티도 안난다...

그리고 나서 체력이 허락을 하는 날은

가끔 육아와 전혀 상관 없는 책 한권을 꺼내 읽는 척 해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연예기사나 인기드라마를 멍때리며 보기도 한다.

유난히 마음이 힘든 어느날은 일기를 쓰기도 하고,

남편도 아이들도 모르게 청승맞게 숨죽여 울기도 한다.



엄마의 밤이 그려졌다.


그러다 문득..

우리엄마도 나 어릴때

나를 재우고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들고 살았을까...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땐 어린이집도 없었고,

학교 다니면서 부터는 도시락도 싸야 했고,

배달반찬도 없었고, 온라인 배송도 없었다.


다정한 남편도 아니고

지금처럼 남편과 육아가사를 나누니 뭐니 하는 문화도 아니었는데,,,

낮에 일하고 밤에는 밤대로 고단한 몸 한숨 돌릴 새도 없이..

가족 다 잠든 밤에 다시 일어나 얼마나 외롭고 긴 밤들을 보냈을까..  


중학교때 엄마가 퇴근하며 닭도리탕을 솥째로 끓여 오신 날이 있었다.

다음날 닭도리탕 먹었냐고 묻는 엄마에게

오빠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다 먹었다고 했을때

숨이 턱 막혀하던 엄마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일하는 곳에서 눈치를 보며 끓여서  퇴근길 버스로..

자식들 먹이겠다고 그 무겁고 냄새 나는 솥을 들고 왔을

엄마의 수고를.. 고생을..가늠하지 못했다.

그 고생을 하고 가져 온 음식을 먹보친구랑 하루만에 먹어치웠으니..

친구와 나눠 먹은걸 뭐라 하지도 못하고 가슴이 탁 막혔을 것이다...

그 밤 엄마는 어떻게 잠들었을까..

지금에서야 나에게 속도 털어놓지만

친구도 없이 어린딸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답답한 가슴을 어찌 담고 살았을꼬..

한 쪽 코끝이 찌릿해지는 밤이다.



나는 엄마와 다를 수 있을까?


난 자식들에게 마음에 걸리는 부모는 아니고 싶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은 곳에 여행갔을 때,

엄마가 떠올라 목에 가시처럼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울 엄마는 나보다 좋은거 더 잘챙기지~ 싶은

조금은 이기적인 엄마가 되고 싶다.

자녀들의 어느밤 엄마를 떠올릴 때..

ㅋㅋㅋ 웃는 에피소드가 많은

조금 모자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언제라도 자녀의 선택앞에

 '너 알아서 해~' 쿨하게 멘트날리는 엄마게 되고 싶다.


이런 청승떠는 일기가 써지는 걸 보니...오늘 나의 하루가 수월했나보다..!!


 2018.10.6


#자아엄마

#쿨한엄마

#모자란엄마

#청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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