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vergreen
Sep 15. 2023
다들 잘 지내고 계셨어요?
가끔씩 여러분들의 글이 뜨면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가 있으면서 글을 읽기도 했고
여전히 마음 아픈 글들을 읽을 때면
영혼의 슬픔을 감히 가늠할 수 없어
속으로 작은 기도를 읊조리기도 했어요.
당신이 조금은 편안해 지기를 바라면서요.
저는 똑같이 지내고 있어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글이죠,
'똑같이 지내고 있어요.'
이상하게 이유 없이 눈물이 툭 떨어지기도 하고
쓰레기 버리러 나가서
바람이 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면
'아, 내가 살아 있구나.'를 느끼면서 혼자 조물주 하나님께 감사하기도 해요.
코로나에 처음 걸리기도 했어요.
한창 백신을 권하던 때에 나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던 때라
부작용이 두려워 맞지 않았더니
정말 쌩으로 코로나를 앓았지 뭐에요.
근육통, 고열, 장염, 불면증, 비염, 인후통,
거기다 브레인 포그가 아니라 마인드 포그까지 겹쳐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어요.
사실 오랫만에 브런치에 글을 끄적이는 이유는
요즘 심심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해요.
몸이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데 기댈 친정가족이 없다는 거,
이게 좀 서러워요.
두 아이를 낳고도 몸조리 해 줄 친정식구가 없어
시어머니표 조리를 받으면서 어쩔수 없이 아들과 며느리 편애를 받으면서
그래도 애써 행복하다며 버텨냈는데
내 나이 서른 여덟,
마흔을 바라보면서 친정 엄마가 너무 애타게 그리운데
그분은 내가 생각이나 날까요.
이 나이에 엄마타령이나 하고 앉아 있으려니
배부른 투정 같기도 하고 철없어 보이지만
한번도 온전히 누려보지 못했던 애미의 정이
왜 시간이 갈수록 더 그리워 지는 걸까요.
나는 가끔 상상을 해요.
내게 엄마가 있다면 나는 두 아이들을 맡겨놓고
"엄마, 나 좀 자고나올게. 애들 좀 봐줘요." 하고 편히 한잠자고 나오면
엄마가 한끼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 놓고
자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상상을 해요.
아팠을 때에
어느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 곳이 없었어요.
해열제를 먹고 정신이 들면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해야 했고
아이들 내신 기간이라
마스크를 쓰고 수업도 했거든요.
이번 생은 좀 글른것 같기도 해요.
엄마가 없다는 것 자체가
좀 망한 느낌이 들어요.
미안해요, 오랫만에 글을 썼는데 여전히 철없는 투정을 해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이렇게라도 쓸 곳이 필요해요.
당신들은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을까요,
우울이 디폴트 값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처럼
이런 나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을까요.
나를 낳아준 엄마는 그 철창 병실 안에서
가끔 내 생각을 할까요?
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데 나를 떠올리면 눈물이 안 난다는
생모의 편지가 떠올라요.
그럼 나는
누가 나를 그토록 애절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해 주나요.
기도의 문도 닫겨 버린 요즈음,
기도의 동앗줄을 내려 달라고 투덜거려봐요.
썩은 동앗줄이라도 좋으니 내려 주세요.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면 내게 제발 무언가 내려 주세요.
나는 오늘도 외로워요.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