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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행복해 보일 때

저마다의 짐이 있다

by 햇살샘

제법 날씨가 선선해졌다.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다니는 부부를 본다. 아이의 손을 잡고 가는 부부도 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부러움‘의 감정과 ’ 결핍‘의 감정이 교차되며 왠지 모를 슬픔이 올라온다.


2학기가 되면서 직장에 출근했다. 에너지 넘치는 직장 동료들의 모습, 새들이 재잘대듯 오고 가는 수다 속에서 낯섦을 느낀다. 난 나 혼자만의 성을 짓고, 그 속에 나를 가둔다. ‘아,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럴까?’


“선생님, 늘 힘이 없어 보여요. 건강을 잘 챙겨요.”


그랬다. 필라테스를 하고, 산책을 하고, 때로는 달리기를 하며 건강을 돌보지만, 자주 기운이 없었다. 기력이 부족했다. 점심때 동료들이 맛있게 식사를 할 때에도 겨우 겨우 음식물을 씹어 넘길 때도 있다.


나이 탓도 있는 것 같다. 마흔, 중년에 접어들면서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다. 반복된 시험관 시술 이후 꺾인 체력은 마음처럼 돌아오지 않고, 좌절된 꿈에 대한 내면의 분노는 그나마 있던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는 것은 때론 고통스러운 일이다. 꿈과 현실의 간극은 나를 미친듯한 절망으로 몰고 간다. 난 내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려 애쓰지만, 순간순간 내 마음에 아직 살아 불타는 열망, 간절한 꿈이 나를 코너로 몰아갈 때도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중년은 나의 한계를 배우는 시기일까? 나의 자원, 내 가족의 자원 내에서, 나는 자족하는 법을 배우고, 그 속에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카드패가 좋지 않다면 게임을 그만둘 수 있지만,

인생의 상황과 조건이 좋지 않다고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불가능한 이상을 좇을 때 다가오는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작지만 실현가능한 ‘목표’를 찾아 헤맨다.


1.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 가기

2. 하루에 30분 이상 글쓰기

3. 방치되었던 유튜브 채널 다시 활성화하기

4. 하루에 10분 이상 독서하기

5. 감사일기 쓰기


수없이 많은 탁월한 사람들, 그들을 부러워하기를 멈추고, 내 속도대로 다시 걷는다.


행복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괴로워하던 시선을 돌려 보통의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누구나 다 인생의 어려움이 있어. 그게 인생이지.

유한한 인생이고, 생로병사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연이잖아. 이런 인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40년을 살아왔지만, 되돌아보면 하루 꿈과 같을 때가 있다. 더 나이를 먹어 과거를 돌아보아도 그러할 것이다. 시간이 내 것인 양 열심히 관리하려 하지만, 한 번도 시간은 내 것인 적이 없었다. 그저 잡히지 않는 흘러가는 것. 나의 유한성을 마주한다.


성공, 명예, 부…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한 달렸던, 미친듯한 경쟁에서 내려온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는다. ‘추앙받는 자’가 아닌, ‘작은 따뜻함을 실천하는 자’로 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따스함을 내게도 베푼다.


‘지금까지 오느라 애썼어. 잘 살아왔어.

내 삶에 어려움이 많지만, 그 어려움이 나중엔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메시지가 될 거야.‘


내 삶을 껴안는다.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내 고유한 인생,

더 잘하라고, 더 성공하라고, 더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하던 손을 멈추고, 나에게 먼저 친절을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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