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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sun Dec 14. 2020

2020 가나대선: 전현직 대통령이 붙었는데 승자가..

무소속 국회의원

서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희망: 가나에서는 12월 7일에(일주일 전)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동시에 뽑는 대선과 총선이 이루어졌다.


가나는 1992년에 헌법이 개정되고(4공화국)에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래로 4년에 한 번씩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른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동시에 뽑는 바람에 정부권력과 의회권력이 동시에 유지/교체되는 격변이 일어나기 때문에, 4년에 한번씩 나라가 온통 선거바람에 휩싸이게 된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이번 선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전임대통령(NDC 당의 John Mahama)와 현직 대통령(NPP 당의 Nana-Akufo Addo) 대통령의 3번째 리턴매치라는 사실이다. 평생을 정치 라이벌로 살아온 두 사람이 1차례씩 대통령직을 주고받았고, 대통령은 2번만 할 수 있다는 가나의 헌법에 의해 마지막 삼세판의 성격을 가진 이번 선거는 Mahama가 NCD 대선 후보로 지명된 2년 전부터(2019년 2월) 그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현직 Nana-Akufo Addo 대통령의 낙승이 예상되어 왔다. 그 이유는 1) NPP와 NDC 간에 8년(대통령 임기 2회)씩 정권을 주고받은 이력 2) 지난 2016 대통령 선거에서 NPP의 큰 승리 (대통령 54:45, 의석수 169:106) 3) 현직 대통령의 Advantage. The Economist 紙의 EIU Report와 University of Ghana의 여론조사 결과 모두  일찌감치 Nana Addo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 듯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정치 판세는 그 자체로서 위태롭다. 현직 대통령이 무난히 수성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선거 판세는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치열한 공방전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흘러갔다.


가나의 선거관리위원회(Electoral Commission)는 12월 7일에 이루어진 선거에 대한 결과를 24시간 이내에 공표할 것을 일찌감치 공언해왔다. 과거 개표방법과 집계에 대해서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그 결과 선거관리위원회의 결과 공표가 늦어지면서 많은 혼돈과 무질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표가 진행되면서 예상외로 표 차이가 크지 않고 개표 진행이 늦어지는 지역이 많아지자, 선거관리 위원회는 '성급하게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라고 입장을 바꾸었고, John Mahama는 현 정권이 선거조작을 통해 자신의 승리를 빼앗으려고 하고 있다면서, 본인의 승리를 선언했다.


선거 마감 후 48이 지나서 선거 관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Nana Akufo Addo 51.3% vs. John Mahama 47.4%, 국회의원 NDC:NPP:무소속:*개표중 137:136:1:1 Nana Akufo Addo 대통령의 상처뿐인 승리였다. 결과는 이겼지만, 내용은 완전히 패배한 선거였다. 1) 1백만 표 차이로 승리했던 2016년 선거에 비해서 재임기간 4년이 지난 지금 표 차이는 그 절반인 50만 표로 줄어들었다. 2) 가나의 수도권인 Accra와 Tema를 아우르는 Greater Accra 지역을 빼앗겼다. 3) 무엇보다 의회에서 과반의 입지를 놓쳤다.

*개표중인 1석은 Sene West 지역으로 투표함이 도난되었다가 회수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Sene West가 속한 Bono East는 NDC 우세지역이다.


가나 대통령 선거 결과 비교 (2016 vs 2020)


그렇다고 해서, John Mahama가 영광의 패배를 한 것도 아니다. 그가 NDC의 대선후보로 나설 때부터 NDC에서 이미 부통령과 대통령을 한 사람이 혼자서 12년째 대선후보를 독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한 그는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의 자리를 포기하고 '패배한 대선후보'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재산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동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본인은 대통령으로 선택받지 못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성상, 대다수의 선거인은 같은 정당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패배를 마지막으로 Mahama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NDC의 국회의원이 선전한 다수의 지역(초록색)에서 같은당 대통령 후보 Mahama는 패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의 승자는 없는가?  아니다.

선거의 진흙탕에서 절치부심의 승리자가 있으니, 바로 무소속 국회의원 Andrew Asiamah이다.


무소속 국회의원 Andrew Asiamah는 원래 NPP소속으로 NPP의 아성인 Ashati 지역의 Fomena 지역구(위 지도에 빨간 동그라미 표시) 국회의원이었다. 여당 국회의원이던 그는 2020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Primary)에서 떨어지고, 무소속으로 출마 준비를 하다가, 선거 2달 전인 2020년 10월에 NPP로부터 제명되고 국회의원직도 박탈당하게 된다. (https://www.ghanabusinessnews.com/2020/10/15/mp-for-fomena-has-vacated-seat-npp/)


가나의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당선 시점의 당적을 이탈하게 되면 자동으로 국회의원직도 상실하게 되어 있다. NPP는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Andrew Asiamah를 당적에서 제명함으로써 국회의원직도 박탈하는 강수를 둠으로써 당내 경선 결과에 승복하도록 경고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당 내외에서도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NPP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리고 NPP는 선거 기간 중에 Andrew Asiamah을 낙선시키기 위해서 힘썼다.  

“1992 가나 헌법 Article 97(1)(g): A member of Parliament shall vacate his seat in Parliament if he leaves the party of which he was a member at the time of his election to Parliament to join another party or seeks to remain in Parliament as an independent member.”


그랬던 Andrew Asiamah가 무소속 당선되어 사지에서 돌아왔다. 그것도 NPP의 심장인 Ashanti 지역에서 하필이면 NPP:NCD:무소속:개표중 137:136:1:1 인 상황에서  당선된 것이다. 개표 중인 Sene West 지역이 NDC 우세 지역임을 감안할 때, 총 275개의 의석수가 NPP:NDC 137:137로 동수를 이룬 상황에서 Andrew Asiamah가 예산편성, 입법 등의 과정에서 다수를 결정하는 막강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 것이다. 이는 특히, 확고한 양당체제를 갖추고 당원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이견을 낼 수 없는 앞에서 언급한 선거법을 감안할 때, Andrew Asiamah의 한 표는 국회가 심의하는 거의 모든 사안에 결정권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당혹스러운 선거 결과를 접한 NPP의 당대표(General Secretary)인 Mr. John Boadu는 "Andrew Asiamah가 NPP에 재입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며, 입당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였다. 재선에 성공한 Nana-Akufo Addo 대통령은 "Andrew Asiamah가 당에 재입당한다면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Andrew Asiamah는 "나는 NPP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은 제스처를 주고받는 양상이다. 하지만, 내부자의 소식에 따르면 당선 이래로 Andrew Asiamah의 전화통에 불이 나고 있다고 한다. NPP는 Andrew Asiamah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온갖 공세를 하고 있는 반면에, 그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https://3news.com/fomena-mp-elect-avoiding-my-calls-npp-candidate/)


호사가들은 Andrew Asiamah는 곧 가나에서 가장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는 그의 지역구는 어떤 예산이던 우선적으로 배정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Andrewe Asiamah의 지역구가 Ashati 지역인 이상, 그가 NPP를 버리고, NDC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가 무소속으로 남고자 하면, 향후 4년간 가나의회에서 최고 권력가의 지위를 즐기게 될 것이다.


NPP와 NDC는 2020년 선거를 위해서 온 나라가 들썩이도록 싸웠는데, 그 트로피는 어이없게도 NPP에서 버림받았던 Andrew Asiamah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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