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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브런치, 안녕?

by 나모다


안녕하세요? 나모다입니다. 나모다라는 필명을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이 1년 하고 5개월 만입니다. 내게 고유의 이름 외에 필명이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 정도로 개인적으로 꽤 바쁘고 긴박한 일이 있었다면 그동안의 공백에 대한 구차한 설명이 될는지요? 자세한 내용은 차차 글을 통해 소개드리겠습니다. 별다른 인사 없이 브런치를 방문하지 못했음에도 그 사이에 제 글을 읽고 가시거나 구독까지 하신 분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합니다. 이제는 다시 글 쓰는 터에 돌아와 글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되었음을 느끼며 오늘 드디어 역사적으로 다시 문을 두드리는 순간입니다. 글에서 멀어진 공백을 지나 다시 선뜻 펜을 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을 되뇌며, 일단 쓰면서 전체 그림을 만들어가자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용기가 생깁니다.


브런치가 10주년이 되었네요. 덕분에 많은 작가들이 이 등용문을 이용하여 글쓰기를 시작하거나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자신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글쓰기와 삶을 이어가는 흐름이 진행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그 거대한 흐름에 아주 작은 둥지를 틀고 드나들며 브런치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게 됩니다.


혼자 쓰는 일기와 달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글로 발행을 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장치가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글로 공명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 생각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하는 일반적인 생각은 자주 나를 위축하게 하지만, 제가 즐겨 읽는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읽다 보면, 한 개인의 위대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봉준호 영화감독이 작품 <기생충>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받아 들고 수상소감으로 '개인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한 것처럼, 개인의 이야기는 결국 더 큰 범위의 세계, 우주와 연결되어 있고, 그것의 파장은 근원적이고 광범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소한 이야기 속에 우주의 질서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해서 나의 이야기와 너의 이야기는 곧 우주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나의 이름 나모다가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모른다의 줄임말입니다. 여전히 지금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알 것 같다가도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안고 60이 넘도록 살았건만, 질문은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이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글쓰기는 그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진기한 경험까지 덤으로 얻게 됩니다. 다시 한번 글쓰기의 장을 마련해 준 브런치에 감사하며, 또 함께 가는 많은 작가님들과의 소통을 기대하며, 각 개인의 지문이 다르듯 삶 역시 어떤 사람의 삶도 같지 않은 고유함을 가졌기에 우리의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지치지 않는 듯합니다. 이렇게 빛나는 각자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많이 어색합니다. 매거진 양식으로 같은 결의 글을 묶기도 하고, 때로는 단편으로 쓰며, 나아가 브런치 북으로 발행해서 개인적으로 책을 출판하는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책조차 구하기 힘들었고, 글자 아닌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했는데, 인쇄술의 발달을 지나, 지금의 디지털 혁명의 시대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범람의 상황이기도 합니다만 이 가운데서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보겠습니다.


사진: Unsplash의 Benjamin S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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