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by 은파

다음 날 아침, 하린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찰서를 향해 출발했다. 어젯밤 내내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고민하느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연쇄 살인 사건의 전담팀이 꾸려진 모양이었다. 하린은 급하게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 문을 열자 이미 여러 명의 형사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이민준이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하린을 바라보았다.

민준이 입을 열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윤지우도 회의실에 들어왔다.

민준이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섰다.

"지금까지 발생한 살인 사건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사건 날짜와 피해자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1. 6월 15일 - 김미연 (30세)

2. 7월 2일 - 이수진 (31세)

3. 7월 20일 - 박지은 (30세)

4. 8월 7일 - 최예린 (29세)

"그리고 어제 발견된 5번째 피해자, 정다은 씨(30세)입니다. 모든 피해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었고, 목 졸림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현장에서 똑같은 표식이 발견되었습니다."

하린은 주의 깊게 정보를 살폈다. 피해자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겉보기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였다.

"피해자들 사이의 연관성은 발견되었습니까?"

하린이 물었다.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없습니다. 직업, 거주지 등 모든 면에서 아직 공통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느낀 '복수'의 감정이 사실이라면, 피해자들 사이에는 반드시 어떤 연결고리가 있어야만 했다.

"혹시 피해자들의 과거 이력은 조사해 보셨나요?"

하린이 다시 물었다.

"학창 시절이나 어린 시절의 기록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요."

민준은 잠시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약간의 흥미가 느껴졌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제안이군요. 즉시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직감이 옳다면, 피해자들의 과거에서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는 계속되었다. 팀별로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앞으로의 수사 방향을 논의했다. 하린은 모든 내용을 주의 깊게 들으며 메모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준이 말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께서도 어제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내용을 공유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시선이 하린에게 쏠렸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

"어제 현장에서 발견된 표식을 통해 저는 살인범의 감정 상태를 일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하린이 계속 말했다.

"살인범은 강한 분노와 슬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차갑고 냉정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회의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몇몇 형사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한 형사가 하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하린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능력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설명을 하는 일은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제 생각으로는,"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 살인범은 복수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얼어붙어 있어요. 그래서 차갑게,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겁니다."

회의실에 다시 한번 침묵이 흘렀다. 몇몇 형사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다른 형사가 물었다.

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능력을 설명하는 일은 항상 어려웠다.

"저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그 흔적을 물건이나 장소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세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감정을 조종할 수도 있어요.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잠시 회의실에 술렁임이 일었다. 몇몇 형사들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민준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의 이런 '특별한 능력'이 이번 수사에도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하린은 민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읽을 수 없었다.

"네,"

하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 능력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민준은 잠시 하린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정하린 프로파일러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하린은 지우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괜찮아?"

지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린은 한숨을 쉬었다.

"응, 괜찮아. 그냥···. 항상 이렇게 설명하는 게 너무도 힘들 뿐이야."

"이해해,"

지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정말 대단해. 네 능력이 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하린은 미소 지었다.

"고마워, 지우야."

그때 하린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발신자는 이민준이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민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바로 현장으로 와주세요. 새로운 게 발견되었습니다."

하린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일인가요?"

"와서 직접 확인하세요,"

민준이 말했다.

"주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하린은 지우를 바라보았다.

"가자,"

하린이 말했다.

"새로운 단서가 발견된 것 같아."

두 사람은 서둘러 현장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그곳은 서울 외곽의 한적한 주택가였다. 경찰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이 노란색 POLICE LINE을 설치하고 있었다.

하린과 지우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민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민준이 손가락으로 한 집을 가리켰다.

세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이미 과학수사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하린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거실 벽면 전체에 거대한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둥근 원 안의 십자가. 그리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건···."

하린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맞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살인범의 은신처로 추정됩니다."

하린은 천천히 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렬한 감정들이 그녀를 덮쳤다.

분노, 슬픔, 절망, 그리고 차가운 복수심. 이 모든 감정이 뒤엉켜 하린을 압도했다.

"하린아, 괜찮아?"

지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린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벽에 적힌 글자들을 읽기 시작했다.

"복수···. 정의···. 고통···. 배신···,"

하린이 중얼거렸다.

"이 단어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민준이 다가와 벽을 자세히 살폈다.

"이 글씨들, 전부 피해자들의 혈액으로 쓴 것 같습니다."

하린은 몸을 떨었다. 살인범의 광기와 집착이 이 벽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하린이 물었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 집은 몇 년째 비어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린은 다시 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벽 한구석에 적힌 작은 글씨에 고정되었다.

"여기···,"

하린이 말했다.

"이 부분을 보세요."

민준과 지우가 다가왔다. 벽에는 작은 글씨로 '우리의 약속'이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의 약속?"

지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린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이 글자에서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슬픔과 배신감, 그리고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이게 중요한 단서일 것 같아요,"

하린이 말했다.

"살인범에게 매우 의미 있는 문구인 것 같습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겠습니다."

하린은 계속해서 벽을 살폈다. 그녀의 눈에 또 다른 특이한 점이 띄었다.

"여기 보세요,"

하린이 가리켰다.

"이 숫자들···."

벽 한쪽에는 일련의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15 - 02 - 20 - 07 - ??

"이건 도대체 뭘까?"

지우가 물었다.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건···. 날짜예요!"

하린이 외쳤다.

"피해자들이 발견된 날짜와 일치해요."

민준은 즉시 메모장을 꺼내 확인했다.

"맞습니다. 6월 15일, 7월 2일, 7월 20일, 8월 7일···. 그리고 마지막 물음표는 어제 발견된 피해자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우가 말을 이었다.

"이 살인범은 모든 걸 처음부터 계획했다는 거네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건 우연한 살인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계획된 연쇄 살인이에요."

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왜 마지막 날짜는 물음표로 남겨뒀을까요?"

하린은 다시 천정을 자세히 살폈다. 그녀의 눈이 물음표 옆에 희미하게 적힌 글자에 고정되었다.

"여기 보세요,"

하린이 천정을 가리켰다.

"'마지막 선물'이라고 적혀 있어요."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살인범의 의도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었다.

"살인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하린이 말했다.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민준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서둘러야 합니다. 다음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반드시 그를 잡아야만 합니다."

하린은 다시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이 모든 글자와 표식에서 살인범의 감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분노와 슬픔, 그리고 차가운 결의. 이 모든 게 뒤섞여 하린을 압도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민준이 그녀를 불렀다.

"당신의 '능력'으로 더 알아낸 것이 있나요?"

하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천천히 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벽에 닿는 순간, 강렬한 감정의 물결이 그녀를 덮쳤다.

"아···."

하린이 작게 신음했다.

"하린아!"

지우가 걱정스럽게 외쳤다.

하린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너무나 아파하고 있어요,"

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어요. 그리고 그 상처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민준은 조용히 하린을 지켜보았다. 그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줄 수 있나요?"

민준이 물었다.

하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너무 복잡해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그 분노의 근원에는 '배신'이 있습니다."

"배신이라···."

지우가 중얼거렸다.

하린은 천천히 손을 벽에서 뗐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땀방울이 이마에 맺혀 있었다.

"괜찮아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약간의 걱정이 묻어났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그냥···. 너무나 강렬한 감정이어서요."

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피해자들의 과거에서 '배신'과 관련된 사건을 중점적으로 찾아보겠습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의 약속'이라는 문구도 꼭 확인해 주세요. 그게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아요."

"잘 알겠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이제 현장 감식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두 분은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린과 지우는 현장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정말 괜찮아?"

지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린은 미소 지었다.

"응, 괜찮아. 그냥···. 조금 지쳤을 뿐이야."

두 사람은 잠시 침묵 속에서 걸었다. 그때 하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자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

하린이 전화를 받았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서울중앙지검의 강태우 검사입니다."

하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최근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 시간 되시면 잠시 뵐 수 있을까요?"

하린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검찰과의 협조도 필요할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만나면 될까요?"

"오늘 오후 3시에 제 사무실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소를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하린은 지우를 바라보았다.

"누구였어?"

지우가 귀를 쫑긋하고 물었다.

"강태우 검사라고 하더라. 우리가 수사 중인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 만나자고 하네."

지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검찰까지 나섰다고? 이번 사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그만큼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 해. 반드시 이 살인마를 잡아야지."

두 사람은 다시 경찰서로 돌아왔다. 하린은 책상에 앉아 지금까지의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다.

왜 살인범은 이 다섯 명의 여성을 목표물로 삼았을까? '우리의 약속'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

하린은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다음 희생자를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2시 30분이었다. 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우야, 나 검찰청으로 가볼게."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하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하린은 택시를 타고 검찰청으로 향했다. 강태우 검사의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그녀의 마음은 약간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그는 하린을 보자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반갑습니다. 강태우입니다."

하린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했다.

"안녕하세요, 검사님."

강태우는 하린에게 자리를 권했다.

"여기 앉으세요.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강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정하린 씨,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해 검찰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언론의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요."

하린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래서,"

강태우가 계속해서 말했다.

"검찰에서도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정하린 씨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하린은 강태우 검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강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의 특별한 능력에 관해서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하린 씨의 능력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하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녀의 능력에 대해 검찰에서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떻게···. 제 능력에 대해 아셨나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강태우는 미소 지었다.

"우리에게도 나름의 정보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능력이 이미 여러 사건에서 입증되었다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기 능력이 이렇게까지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불편했다.

"그래서,"

강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저에게도 공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에도 참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상황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더 복잡해질까?

"검사님,"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 조건이 무엇인가요?"

"제 능력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사람들만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제가 결정하게 해주세요."

강태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정하린 씨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그녀의 능력이 불필요하게 노출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하린 씨."

강태우가 말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검사님."

회의를 마치고 나온 하린은 복잡한 마음이었다. 이제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까지도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사건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하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이 사건을 해결하고 말겠어.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린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살인범의 동기, 피해자들 사이의 연관성, 그리고 '우리의 약속'이라는 문구의 의미···. 모든 게 잔뜩 뒤엉켜 있었다.

그때 그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자 이민준이었다.

"네, 형사님."

하린이 전화를 받았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민준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들렸다.

"방금 검찰청에서 나왔어요. 무슨 일인가요?"

"지금 바로 경찰서로 와주세요. 중요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하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서로 가겠습니다."

그녀는 서둘러 경찰서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회의실로 곧장 들어갔다. 이민준과 다른 형사들은 이미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죠?"

하린이 급하게 물었다.

민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눈빛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

"피해자들 사이의 연관성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민준이 어깨를 올리며 말했다.

하린의 눈이 더 커졌다.

"정말요? 어떤 연관성인가요?"

민준은 테이블 위에 몇 장의 서류를 펼쳤다.

"모든 피해자가 10년 전 같은 고등학교에 다녔습니다."

하린은 숨을 들이켰다.

"10년 전이요?"

"네,"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해에 같은 학교에서 한 여학생이 자살했다는 겁니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하린은 천천히 서류를 살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 자살한 여학생의 이름은···."

하린이 물었다.

"박소연입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당시 19세였죠."

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렇다면···. 이번 연쇄 살인은 10년 전 그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거군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추정됩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연관성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살인범의 감정들이 떠올랐다. 분노, 슬픔, 그리고 복수심···.

"살인범은 분명히 박소연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하린이 천천히 말했다.

"아마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일 것만 같아요. 그리고 그 사람은 소연 씨의 죽음에 대해 이미 살해된 다섯 명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아요."

민준은 하린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게 당신의 '느낌'인가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우리의 약속'이라는 문구···. 아마도 소연 씨와 살인범 사이의 약속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회의실에 다시 한번 침묵이 흘렀다. 모든 사람이 이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럼 좋습니다,"

민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는 수사 방향을 좁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소연의 가족과 친구들을 조사하고, 당시 학교 관계자들도 면담해야 합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인범이 말한 '마지막 선물'이 무엇인지도 알아내야만 합니다."

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정하린 프로파일러님, 당신의 능력이 이번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하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이 순간이 올 것임을 예상하였다.

"네,"

그녀가 대답했다.

"박소연의 유품이나 그녀와 관련된 장소를 살펴볼 수 있다면, 뭔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하린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윤지우에게 새로운 발견에 관해 설명했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은 거네."

지우가 말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우리는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고, 다음 피해자를 찾아야만 해."

지우는 하린의 어깨를 토닥였다.

“넌 할 수 있어, 하린아. 난 네 능력을 믿어."

하린은 미소 지었다.

"고마워, 지우야."

그날 밤, 하린은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비록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지만, 적어도 그들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 순간에도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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