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또 Mar 08. 2016

끔찍한 밤 버스.

뿌에르또 이과수행 밤 버스 탑승.

2015년 1월 4일

남미에서 첫 장거리 밤 버스를 타는 날이다.

남미 여행 중 장거리 버스 탈 일이 많을 거란 얘기를 듣고 왔는데 드디어 첫 장거리 버스를 탄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숙소에 큰 짐은 보관해두고 3박 4일의 짐만 들고 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터미널 가는 도로가 통제 중이다. 무슨 행사를 한다고 경찰이 차량을 우회시킨다. 택시기사도 난감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어주신다. 터미널이 멀리 보여 우리는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고 분위기도 밝은 큰길이기에 한 결정이었다. 공원을 가로지르는데 노숙자들이 많다. 갑자기 다시 긴장되고 발걸음이 빨라지고 등에 땀이 난다. 왠지 겁난다.


겁쟁이. 여행 초반이라 그런 거겠지!! 괜찮아지겠지??


날씨는 여전히 좋다. 파란 아르헨티나.


터미널 근처는 어수선하다. 노점상도 많고 알코올 중독으로 보이는 사람도 길거리에 뒹굴고 있다. 노숙자는 우리나라 기차역의 노숙자와 비슷하다.



터미널에서 짐을 부치고 버스에 올랐는데, 내가 상상한 그런 버스가 아니다.

그냥 두꺼운 우등버스 좌석 같다. ㅋㅋㅋㅋ


그런 것치곤 버스 가격이 너무 비싸잖아!! 이런,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다. 잘 사면, 비행기 가격이 더 저렴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뭘 몰랐다.


좁아터진 좌석. 그래도 짐 검사는 확실히 한다. 표검사도 꼼꼼히 한다.


근데 아무래도 진짜 버스표를 비싸게 주고 산 것 같다 . 버스가 여기저기 많이 멈추고 계속 사람을 태운다. 직행이라더니!!! 덕분에 창가에 앉은 나는 '내 짐을 누가 가지고 가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자꾸 짐칸에 눈이 간다. 짐칸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여행 전 사건 사고 글을 많이 보고 와서 그런지 자꾸 신경 쓰인다.


사실 몽땅 없어져도 여행하는데 지장 없는 것들 뿐인데..



거기다 버스에서 나오는 음식 맛이 없다.

예남이는 예남이 답게 한입 먹어본 후 안 먹는다고 잠을 잔다. 난 배고파서 반 정도 먹다가 그만두고 눈을 감았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멀미하며 잠들었다. 자면서도 멀미하는 느낌이였다.


밥이 사진에 보이는 만큼만 맛있었어도 행복했을 텐데..


몸이 간지러운 거 같다. 벼룩이 있나? 기분 탓인가? 새벽쯤엔 추워서 준비해간 침낭을 꺼냈다. 몸은 오돌오돌 떨면서 속은 울렁울렁.


잠결에 눈부셔 (지저분한)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보니 아침이 오고 있다. 버스에서 본 새벽은 아름답지만 다른 무언가있었다. (기린을 본것도 아닌데,아프리카도 아닌데) 생명력 같은게 느껴졌다.

이것이 정글의 아침인가?! 잠시 멍하니 감탄하다 커튼을 꼼꼼히 닫아버렸다. 감동은했지만 눈부셔서 오래 볼 수 없다 ;ㅅ;


이것이 밤 버스에서 맞은 나의 첫 아침.



이제 파란 하늘이 보인다. 하얀 구름도 보이고, 푸른 나무도 보인다. 이과수에 가까워지고있나??


버스가 멈추더니 기사가 "!@$#%%"한다.  못 알아 들어 우왕좌왕하니 어떤 사람이 영어로 설명해준다. 비가 많이 왔는지, 공사 중인 다리가 문제인 건지, 탑승객들 모두 버스에서 내려 걸어서 다리를 건너가야한다고.


허허허.


공사중인 다리
흙을 밟으니 기분이 좋다

그나저나 버스에서 내리니 살 것 같다.


이 나라는 휴게소에 들르는 법이 없다. 오래 달려도 버스가 서질 않는다.  몇  시간만에 버스에서 내려 땅을 밟으니 기분이 좋다. 날씨도 좋고!


다시 달리고 달려 터미널에 도착.


17시간 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 텔모, 뷰티풀 선데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