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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단디 단 꿈

by HeySu

지난해 찾았던 제주, 바닷가에 위치한 레트로 소품 가득한 카페에서 옛 시절과 만났다.이리 말하면 누군가는 글쓴이의 대략적 나이를 헤아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만,그랬다.

옛날엔 핫한 시내 거리마다 리어카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팔았다.곳곳마다 커다랗게 그 즈음의 인기가요들이 귀가 따갑도록 흘러넘쳤다.

거리마다 흥이었다.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흥얼거림이 귀에 연신 들리곤 했었다.


나는 최신가요 카세트테이프의 앞뒤 수록곡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트로트가 한 곡이라도 끼어있으면 질색하던 사람이었다. 혼자만의 치열한 마음의 협상을 끝내고 테잎하나 구입해 돌아가는 길은 아주 기분이좋았다. 집에 가서 라디오 카세트에 철컥, 버튼을 눌러 밤새 듣겠다는 설렘, 그리고 싼 가격에 좋은곡들만 친절하게 알아서 쏙쏙 담아둔 '최신가요 짬뽕테잎'은 말그대로 '최신'을 따라가는 가성비 좋은 방법이었다.

가끔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신청곡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녹음버튼을 딱!맞춰 누르고 끄는 그런 날도 있었다. 좋아하는 곡들을 테잎 앞뒤 꽉차게 녹음하기 위해 인내해야 할 날들은 꽤나 오랜 시간이었다.

애정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용도의 녹음테잎이 비로소 완성이 되었을때, 그 지극한 정성에 스스로 감동하며 꽤나 그럴듯한 결과물에 흡족하곤 했던 시절이었다.


카페의 작은 소품하나에, 아주 달디 단 꿈을 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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