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챌린지] 소프넛으로 설거지하기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액체세제의 자리를 고체 설거지 비누로 대체한 건 ‘노 플라스틱No Plastic’ 주방 만들기의 첫 도전이었다. 설거지 비누 사용이 익숙해진 에디터는 궁금해졌다. 보글보글 거품 나는 열매 ‘소프넛’이 노 플라스틱을 넘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주방의 꿈을 실현시켜줄까?
지구에 덜 해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새 습관을 만드는 30일간의 도전 ‘당장챌린지’. 완전히 습관이 된 도전도 있고, 챌린지 이전 생활로 돌아간 것도 상당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챌린지를 이어가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경 문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도 깊어진다는 것. 지구에 덜 해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 비슷한 맥락에서 친환경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관심있게 지켜보는데, 소프넛이라는 열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소프넛이 뭘까?
소프넛은 갈색 껍질로 된 나무 열매다. 솝베리라고도 불리는데, 비누처럼 거품이 난다고 해서 비누열매라고도 한다. 열매에서 거품을 얻어 세척에 사용한다. 비누가 물에 녹으면 거품이 나고, 비누거품을 문지르면 때가 분해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소프넛에 대한 의심과 확신
보글보글 거품이 나는 열매의 기능과 사용 방법, 친환경 효과에 대한 궁금증은 에디터가 써보면서 풀어봤다.
□ 정말 쓰레기가 안 나오나?
천연 열매 과육에서 거품이 나는 성분을 추출한다. 열매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세제와 비교하면 쓰레기는 확실히 적다. 거품이 나는 성분을 추출하고 난 열매 껍질은 자연 분해된다.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 어느 것으로도 배출 가능하다. 남은 껍질을 빻아서 화분에 뿌리거나 흙에 섞으면 퇴비가 된다. 노 플라스틱, 제로웨이스트에 상당히 가깝다.
□ 거품이 잘 나는가?
소프넛 파우더를 물에 풀고 휘휘 저으면 보글보글 거품이 났다. 수세미에 거품을 묻혀가며 그릇을 닦는데, 기름기까지 충분히 잘 닦였다. 한두 번만 헹궈도 미끌거리는 감촉이 없었다. 수세미에 세제를 꾹 눌러 짠 다음 그릇에 거품을 묻혀가며 설거지를 할 때보다 더 개운한 느낌이었다. 지난 날의 설거지는 그릇을 닦은 것인가, 비누거품과의 전쟁을 벌인 것인가. 그동안 액상세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쓴 건 아닌가. 세제 잔여물이 남지 않을 만큼 헹구려고 얼마나 많은 물을 낭비한 건가. 거품이 부족해 설거지가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쓸모 없어졌다.
□ 사용이 번거롭지 않은가
소프넛 사용은 플라스틱 용기를 성공적으로 퇴출시킨 다음, ‘친환경력’을 레벨 업하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 소프넛은 주로 물에 담가서 거품이 나는 성분을 우려내거나 끓여서 액상 형태로 만들어 쓴다. 성분 추출의 번거로움에 냉장보관 해야하고, 사용기간이 짧다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최근에 파우더타입의 제품이 나오고 있어 챌린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유리병에 덜어 두었다가 설거지할 때마다 물에 풀어서 쓰고 있다.
□ 안심하고 쓸 수 있는가?
소프넛을 처음 들일 때부터 세탁보다는 설거지용 세제로 낙점했다. 소프넛 세탁은 맹물로 빨래를 빠는 것과 다름 없다며 세정력에 대한 논란이 있다. 섬유에 깊이 벤 찌든 때는 강력한 화학세제로도 잘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다. 지독한 냄새와 눈과 코를 자극하는 독한 성분이 사람과 자연 생태계에 좋을 리 없다.
아무튼 설거지용 세제로 써본 결과 세정력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헹궈도 미끌거리던 촉감 때문에 세제 잔여물을 걱정했는데, 그 찜찜함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 당장챌린지를 마치고 난 뒤에도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액상세제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 챌린지를 시작합시다
사람들은 말이나 글로 자신의 결심을 공개하면 그 생각을 더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 선언을 한 순간 뒤로 물러날 수 없게 되어 그것을 이루려는 동기가 높아진다는 것. 이를 ‘공개 선언 효과’ 라고 일컫는다.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당장챌린지’를 선언하고 30일간의 도전해보자. 당장 실천할 수 있고, 생활 습관을 만들고 싶은 행동 하나면 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일회용 컵 대신 개인컵 쓰기,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꾸기, 분리배출 제대로 하기. 매일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다 보면 익숙한 편리함은 내려 놓게 되고, 도전이 끝날 무렵 지구를 구하는 새 습관 만들기에 성공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사진 출처 맘앤앙팡, 프레시버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