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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엄마 못 말리는 공주

by 꽃피네

딸기는 날개 꺾인 천사였다. 그러나 그녀가 존재함으로써 주위에 행복이 있었다. 그녀와 닿는 사람들은 절대로 불행으로 끝나지 않았고 결국에는 행복하였다.

"욕쟁이 오빠 너무 멋있다. 딱 내 스타일인데"

"참 기술도 좋아. 어떻게 몸속 깊은 곳에 짱 박혀 사는 나쁜 만딩고를 대못질을 해서 죽이냐. 대단하다! 대단해!"

"그럼 여자가 된 딸기는 이제 고통에서 해방된 거네요"

아이샤, 파티마, 제니가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진심 어린 감탄사를 연발하자, 라비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영혼은 원래부터 천사였어. 어느 누구에게 능욕당한다 해도 저절로 승화되는 꽃이야"

"덕분에 욕쟁이만 땡잡았네요"

"그런가?"

유령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호스텔 뒷마당에 울려 퍼졌다.

"우리 쟤네들이 이 밤중에 무슨 짓 하나 궁금하지 않아?" 마르코가 엿보고 싶은 듯이 제니를 쳐다보았다.

'오! 제니. 너 그만둬. 싫다고 하란 말이야!' 이런 내 영혼, 푸어박의 외침과 달리 제니는 한 번 보자고 동의하는 것이었다.

3월 26일 밤,

조선대학병원 정형외과 병동 중환자실, 딸기는 칸막이 커튼을 치고 가져온 딸기 팬티를 남편에게 흔들어 보였다.

욕쟁이 남편의 호흡이 가파지며 바이탈 모니터가 삑삑 거렸다.

"오빠여보. 당신이 원하는 게 먼데. 왜 남들 앞에서 쌍욕을 하는 데? 그것도 병원에서!" 딸기가 남편을 나무라며 다그쳤다.

"자기가 좋아하는 줄 알았지 머. 이제 욕설 아예 않을 게. 한 번만 봐주라"

"누가 하지 말래? 내가 머랬어? 욕설은 침대에서만 하랬지. 오빠 바보야? 나도 나이가 들어서 남들 앞에서 욕하면 창피하다고! 침대에서만 해. 반드시! 알았지?!"

엉엉~ "알았어. 그럴게"

욕쟁이는 똥개 발발이가 되어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있었다.


"자 자, 이번에는 몇 번을 이야기할까? 아이샤와 파티마의 소원처럼 찐한 거 할까? 샴 너네들 가상 경험이라도 하라고" 라비가 짓궂게 웃으면서 샴쌍둥이를 놀렸다.

"샴만 유령인가? 제니도 좋아하는데!" 제니가 자신에게도 관심 좀 가져 달라는 듯이 투덜거렸다.

비밀이야기 순서는 가장 진한,

2. 딱딱한 만딩고가 좋아!

4. 남첩이라도 좋아. 나만 버리지 마!

5. 이 애 호적 올려주면, 아이 낳아 줄게!로 정해졌다.

마르코도 극동의 동방예의지국 사람들이 어떻게 연애하며 사는지 궁금했던 차에 화끈한 순서대로 정해지자, 열렬히 손뼉 치며 환호하였다.

"2번 딱딱한 만딩고를 좋아하는 별명이 앵두인 채앵이 하고, 4번 남첩, 전등을 갈다 떨어져 다친 '전등남' 우영은 혼인신고만 한 부부야.

전등남 집에서 자기들끼리 혼인신고를 해버린 앵두라는 여자를 며느리로서 부정했는데,.애초부터 사기결혼이라 인정할 수 없었다는 거지.

5번은 참 애매하네. 처음엔 오빠와 여동생으로, 첩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애를 못 낳는 본처의 아이를 대리모가 되어 임신해주고 그 댓가로 서류상 부인인 앵두를 이혼시키고, 자신이 전등남의 처로 혼인신고를 하게 된 '이고녀 태희'의 이야기야.

어느 날 남편이 낙상 사고로 다쳐 입원하게 되자, 보호자 겸 간병인으로서 남편을 돌보는 이야기야"라고 라비의 입에서 이야기가 줄줄 쏟아졌다.

"그래서? 그래서?"

"이야 이거 벌써부터 지기는데"

" 이 집은 앵두라는 천하의 육체파 요녀가 어릴 적 연애할 당시에, 전등남의 호적에 자신을 올리고 부인이 된거야.

그리고는 호적상 남편을 자신의 남첩으로 취급해. 그러니까 남편이 남첩으로 전락한 엽기적인 이야기야! 그런데 3대에 걸친 이야기라 너무 길어. 좀 생략하면 안될까?"

"우와 기대된다!. 절대 생략 불가! 전부 다 해줘. 우린 들을 준비 됐다고!"

"라비! 최고야 최고! 그러나 뻥치면 안 된데이!"

"이것들이 속고만 살았나. 거짓말하면, 시바의 파괴와 창조를 이 브라만이 어떻게 견디겠느냐!"라고 라비가 응수하며 긴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전등남의 아버지는 고아였다.

1971년 겨울부터 신림동 하천가 근처 주택에서 가내수공업에 필요한 잡일을 하며 밥을 얻어먹고 있었다. 즉 머슴이었던 것이었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13세, 만으로 12세, 학력이라고는 당시 국민학교, 현 초등학교 1학년 중퇴였다. 그래서 그는 글씨를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까막눈이었다.

그 집에서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민무늬의 플라스틱 새 인형을 도매가로 사다가, 청둥오리며, 백조며, 원앙을 그려서 남대문시장의 도매업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젊은 사장은 우영상사라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쓴 조그만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였는데, 장사가 잘 되었다.

그러자 우영상사 사장은 보라매 공군사관학교-현재의 보라매공원-근처의, 신림동 사람들은 신림천이라고도 했던 도림천이 흐르는 신림동과 신대방동 주변의 논들을 사들였다.

여느 날처럼, 잠자리에 든 부부, 아내의 베갯머리송사가 이어졌다.

"여보! 쟤도 우리 아들인데, 애가 크면 요 사거리 옆 논 두어 마지기 줘요. 저렇게 착하고 월급도 없이 일만 하는데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봐요? "

"나도 예전부터 저 녀석을 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었오. 그렇게 합시다. 내일부터 틈나는 대로 한글을 가르치라고 공주에게 일러야겠오 " 부부의 선한 언약 때문이었을까 우영상사는 날로 번창하였다.

우영상사 사장 내외에게는 10살짜리, 요즘 나이로 9세의, 사랑스러운 어린 딸이 있었다. 훗날 저 천애고아 녀석 하고 가약을 맺어 전등남의 어머니가 될 소녀였다.

소처럼 일만 하는 착한 고아머슴에게 있어 소녀는 공주였고, 한글 스승이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동생이었다.

우영상사 사장은 딸이 너무 살갑게 이 고아머슴을 대하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서도, 자기 식구들이라도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랴 하는 측은지심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소녀와 고아머슴은 의좋은 남매로 의지하며 살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어린 소녀는 어엿한 숙녀가 되어 대학생이 되었다. 고아머슴 또한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고아머슴 오빠는 공주인 동생을 넘보지도 않았지만, 대학생 여동생은 오빠를 오랫동안 사모하며 기다렸다.

마당 앞뜰에 심어 놓은 복사꽃이 한창 흐드러지게 피던 1981년 4월 17일 늦은 밤, 여동생은 내일부터 남이섬에서 2박 3일 문학동아리 MT에 참가하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공주의 어머니는 일하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저녁 식사 대접해서 보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늘 해 온 것처럼 난장판인 부엌을 정리하고 자리에 들 생각이었다.

고아머슴은 마당에서 민무늬 새 인형 플라스틱을 정리하고 있었고, 사장은 집안에서 막 도착한 코끼리 인형을 꺼내 들고 어떻게 칠할까 골똘히 연구하고 있었다.

사장은 생각대로 일이 잘 안 풀리자, 밖에 나가 담배나 한 개비 피우려고 막 일어난 순간, 샘플을 칠하려고 뚜껑을 열어놓았던 시너통이 그의 발길에 걸려 넘어졌다.

시너통은 옆에 있는 기세 좋은 석유난로를 덮쳤고, 화마는 순식간에 집채를 집어삼키기 시작하였다.

화라라락 "툭 툭!" 불이 타며 내는 소리에 마당에 있던 고아머슴이 깜짝 놀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이 사장을 삼키고 있었다.

"불이야!" 고함소리에 이웃주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영등포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응급실, 새까맣게 불에 타버린 우영상사 사장과, 얼굴과 손에 심한 화상을 입은 고아머슴, 유독가스를 잠깐 들이마신 엄마와 딸, 일가족이 응급실 침상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우영상사 사장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피부의 표피는 물론 진피, 피하조직까지 전부 손상된 상태였다.

설상가상 그는 유독가스마저 흡입해 기도가 부어올랐고, 폐가 손상되어 말을 하기는커녕, 생명 또한 위독하였다.

반면에 고아머슴은 얼굴과 손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엄마와 공주 딸은 고아머슴의 용감한 희생 때문인지 별다른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사장은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손짓으로 모두를 불렀다. 그들이 곁으로 다가오자, 아내와 딸의 손을 이끌어 고아머슴의 양손에 쥐어 주었다. 사장은 3일 후에 숨졌다.


고통은 세월이 약인 법,

남편,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엄마와 딸은, 신림동 집이 전소해 머무를 곳이 없어서, 엄마는 잠실 신천 새마을시장 근처에 방 2개, 거실 하나, 공동화장실 하나와, 뜰이 있는 조그만 새마을주택 2채를 웃돈을 주고 급히 샀다.

그리고 새마을주택 한 채에서는 셋이서 살고, 나머지 한 채는 일단 세를 주었다.

공주의 엄마가 새마을주택 2채를 사게 된 이유는 신림동 뚝방 옆의 주택은 가내수공업을 할 만큼 부지도 넓었는데, 새마을주택은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담만 허물면 신림동 주택만큼 넓은 마당이 되도록 2채를 사게 된 것이다.

그녀들은 성실했던 가장과 그를 추억할 수 살림살이들을 모조리 태워 버린, 끔찍했던 신림동을 떠나야만 했기에 이처럼 서둘렀다.

그리고 새마을 전통 시장통 중앙에 쇠고기, 돼지고기를 파는 정육점 가게와, 도축한 고기를 숙성하는 용도의 숙성창고를 새마을시장 내 인근주택가에 마련하였다.

이제 그들에게 시장 상인이라는 제2의 삶이 펼쳐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과부 엄마의 아들이 된 고아머슴은 행여 자신의 흉측한 몰골이 장사에 누가 될까 봐 떠날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는 떠나기 전, 잠깐 동안만이라도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여간 다정하게 구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의 육감이랄까 그 미묘한 감정차이를 불안하게 느낀 여동생이 본능적으로 이를 캐치하였다.

한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안방 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 동생이 건넌방에서 새어 나오는 오빠의 흐느낌을 들은 것이다.

그날 밤, 오빠를 지키느라 뜬 눈으로 지새운 공주는 그 사실과 함께 자신의 결심을 엄마에게 이야기하였다. 엄마 또한 서방 잃고 아들까지 잃고 싶지 않아 기꺼이 딸의 계획을 허락하였다.

"공주 너 해봤어? 어떻게 하는지나 아는 거야?"

"아잉 엄마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오빠가 돌부처인데"

"그래? 그건 이렇게 하는 거란다" 하며 딸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교육을 시켰다.

1980년대 초에는 여성의 이혼이나 혼전성교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발랑 까져 노는 여자들도 다들 처녀막수술을 하고 처녀인척 시집을 가곤 했다.

그런 점에서 대학 1학년인 딸이 남자를 모르는 처녀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81년 5월 1일,

아침 밥상머리에서 엄마가 말을 꺼냈다.

"아들, 오늘 저녁에 아빠 추도식을 할 거야. 어디 가지 말고, 반드시 참석해야 해. 알았지?"

"알았어요 엄마."

"공주 너도 어디 가면 안 된다"

"알았어 엄마. 미용실도 가고 최고로 예쁜 모습으로 참석할게" 하며 엄마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날 밤 공주 여동생은 짙은 치마, 저고리 차림에, 고개를 갸웃할 때면 찰랑대는 생머리가 눈부셨다. 머슴오빠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안 마시던 제주를 두어 잔 들이켰다. 엄마와 딸이 번갈아가며 술과 안주를 권하니 추한 얼굴이 묘하게 더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술에 떨어졌다.

이제부터 다 큰 소녀에서 여인이 되고자 하는 공주의 시간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엄마의 동의하에 머슴오빠를 받아들였다.

술에 취한 오빠의 거웃을 헤집고 잠지를 찾아내, 엄마가 알려 준 대로 그것을 입에 물었다. 잠시 후 공주의 파과가 시작되었고 머슴오빠는 그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그들은 합체하였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오누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합체하였다.

이렇게 하여 그 이듬해, 1982년 1월 25일 음력 설날, 공주가 대학 2학년 올라가던 해에 태어난 아들이 바로,

4. 남첩이라도 좋아. 나만 버리지 마! 의 주인공 전등남이었다.

이제 바야흐로 전등남의 이야기가 라비에 의해 발설되기 시작하였다. 발설에 앞서, 우선 우영상사 사장의 인생, 엄마의 인생, 딸의 인생, 머슴오빠의 인생 중 누가 가장 행복하였으며 누가 가장 고통스러웠는지 칸트의 윤리학적 관점의 시각과,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행복의 총량에 대한 유령들의 비밀투표가 엄숙히 행하여졌다.


"머슴오빠와 공주동생, 이 부부의 금슬은 온 동네에 전무후무한 전설적인 미담으로 남았지.

1982년 1월 25일, 음력 정월 초하루 1월 1일 설날 새벽에 공주는 여자나이 20살에 큰아들 '전등남'을 낳았어.

그녀는 화재로 남편을 잃고 일찍이 홀로 된 외로운 엄마와, 자신의 남편이며 천애고아인 오빠를 위해 아이들을 좀 많이 가지기를 원했어.

그녀의 아기 욕심이 글쎄 좀 유별났던 거였지 머냐. 그래서 그 이듬해 딸 쌍둥이를, 3년 후엔 또 딸 세 쌍둥이를, 5년 후에도 또또, 7년 후에도 딸 쌍둥이들을 낳아 20대에 1남 9녀를 내리 낳은 거야.

첫 쌍둥이 딸들을 출산하고 "마지막으로 불쌍한 우리 아빠 닮은 아들, 딱 하나만 더!" 이 소원이 어쩌다가 죄다 딸만 낳아버린 결과였지.

덕분에 시장통에서 공주엄마와 공주는 또또할머니, 또또엄마라는 희한한 별명을 얻게 되었고, 하여간에 공주는 끝내주는 쌍둥이 출산 전문이었어.

그래서 또, 또또 아기 욕심 못 말리는 공주는 휴학과 복학을 거듭하면서 겨우겨우 학사 엄마 되고, 오빠머슴은 아이들이 떼거리로 올라타 등골이 휜 아빠가 되었지.

일찍 시집가서 공주 하나를 낳은 우영정육점 엄마는, 졸지에 나이 50도 아니되어 10남매 손자손녀들의 할머니가 된 거야!"

"헉! 실화야?"

"그럼 실화지. 너넨 속고만 살았냐!"

라비는 청산유수처럼 거침이 없었고, 유령들의 탄성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유령들과 나의 영혼은 지그시 눈을 감고 그 광경을 잠시 훔쳐보았다.

"또또할머니, 비결이 머야? 나한테 좀 알려줘. 언년이네는 손이 귀하잖아" 3대 독자에게 딸을 시집보낸 언년이 엄마가 해물파전과 녹두 빈대떡을 부쳐와서는 또또할머니에게 철썩 들러붙었다.

"어휴 그거 나한테 묻지 마. 언년이 소박맞아 쫓겨난다고! 공주를 봐봐. 죄다 딸만 내리 낳잖아"

어느 날은 밤방아는 그런대로 찧지만, 40이 되도록 애가 들어서지 않는 풍년떡방앗간 희자가 '진짜진짜 참기름'을 건네면서 공주에게 비결을 구했다.

"또또야! 난 딸이고 아들이고 하나만이라도 낳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이리 귀 좀 줘봐" 하고 공주에게 속삭였다.

"절대로 안 입을 게. 또또엄마! 베갯잇 속에 넣고 자면 애가 들어서는 거래. 족집게라고 소문난 만신할머니가 그러더라고. 네 낡은 팬티가 용하다고!"

"에구머니나" 하고 얼굴이 새빨개진 공주는 한사코 안된다고 거절하고는, 그 자리를 도망쳐 버렸다.

희자는 이번에는 집요하게 또또할머니인 공주엄마를 공략하였고, 이에 그녀는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잠시 후, 또또할머니는 딸의 낡은 팬티 한 장을 다산의 염원을 담아 희자에게 몰래 건네는 것이었다. 이처럼 또또엄마와 할머니는 다산으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세상에 세상에! 새끼보 한번 짱짱하네! 도대체 사람이야? 암퇘지야?"

"마르코! 너 언어 순화 좀 해라! 사람이니까 애기보라고 해야지 무슨 요크셔나 랜드레이서처럼 새끼보냐!"

"으흐흐 삼겹살은 흑돼지지! 버크셔가 진리야"

"어이구 심란해! 불쌍한 수퇘지 듀록! 이 애들을 어떻게 다 키우나"

한바탕 돼지 품종 품평회가 끝나자, 라비는 다들 조용히 하라는 듯이 헛기침을 한 번하고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화재 사고로 세상을 뜬 우영상사 할아버지가 보라매 공군사관학교 건너편 논들을 많이 사놔서, 100명을 낳아도 키우는 건 경제적으로 끄떡없었지.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된 젊은 할머니는 아이들이 마구 태어나자, 새마을 주택 두 채를 헐고, 그 자리에 크고 넓게 2층으로 신축을 했어"라고 하며 라비가 또, 또또! 못 말리는 공주와 머슴오빠의 육아일기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끝이 없었다.

한창 듣는 도중에, 나는 바이탈싸인 모니터가 삑삑거려서 병원 침상으로 급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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