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58 그녀의 멋진 美친 짓
영화 '내일의 안녕'
가을이라고 쓰고
작별이라고 읽을까요
멋지게 美친 짓 한 판 해도
괜찮은 계절이라고 해도 좋을까요
꽃밭의 가을꽃 유난히 애잔하고
가을옷 입기 시작한 이파리들이
성급하게 떨어져 흩날리는 걸 보며
이것이 계절이고
이 또한 인생이라고 중얼거립니다
가을이니
내일의 안녕~
작별의 인사 건네는
영화 한 편을 봅니다
마그다의 남편에게
어린 애인이 생겼답니다
철학과 교수인 마그다의 남편은
어린 애인과 여행 중이라
마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혼자
아들의 축구 경기를 보며
멋진 아들을 응원하는 게 기쁨이죠
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중
뜻밖에 암 진단을 받고
아들 다니의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유명 유소년 축구팀의 스카우터
아르투로(루이스 토사)를 만나게 되는데
아들 다니의 재능을 알아봐 주니
그저 고마울 뿐~
함께 축구 경기를 보던 중
아르투로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딸은 죽고
아내는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에
함께 병원까지 동행하게 됩니다
'지금 제가 가진
모든 기운을 다 드릴게요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면요'
자신의 아픔이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아르투로에게 진심 위로를 건네는
마그다는 밝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어요
두 사람은 아픔 속에서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기대고
의사 훌리안도 그녀에게
따뜻한 힘이 되어줍니다
'나에겐 오늘이 있고
또 하늘을 날 수 있는
내일이 있으니까
삶을 마음껏 누리고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지
최대한 행복하게'
항암 치료로 머리가 빠져
휑해진 머리를 밀고
가슴 수술을 하는 사이에
아내를 저 세상으로 보낸 아르투로는
축구로 친해진 다니와 함께
긴 머리 가발을 선물합니다
마그다와 아르투로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지만
당신 축구팀 색깔이라며
수술 6개월 후 전이 결과가 담긴
하얀 봉투를 아르투로에게 내미는
마그다의 마음은
짙푸른 슬픔으로 젖어들어요
말없이 아르투로를 끌어안고 울며
자신이 강해지도록 도와달라는 마그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을 뿐
게다가 그런 그녀가 임신을 했답니다
'나는 천국이 아니라 삶을 믿어
삶이 우리의 소유인 것만은 아니니까
삶을 마음껏 누려야 해
저 세상이 있다 하더라도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야 해
자기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하면서
힘차게 살아야 해'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 다니에게
엄마가 없는 세상에서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런저런 당부를 합니다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아들 다니의 물음에 이렇게 답해요
'기쁨을 주는 것을 가까이하고
아픔을 주는 것은 멀리 해야지
하지만 신중히 선택해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도록'
9개월 잘 견디고 싶다며
아기가 딸이면 좋겠고
살아서 아기를 만나 의기양양하게
세상과 작별하겠다는 그녀에게
아들 다니가 또 물어요
엄마 뱃속에 뭐가 있는지 묻자
여동생이라고 대답합니다
여름 끝무렵에 태어날 아기는
아르투로와 아들 다니에게 남기는
그녀의 선물입니다
마그다가 긴 머리 가발을 벗고
짧은 머리에 꽃 한 송이를 꽂은 채
태어날 딸에게 남기는 영상을 찍는 장면이
잔잔히 슬픔으로 여울집니다
넌 지금 날 미래에서 보고 있어
너와 나 둘이서 함께하는 거야
난 너의 시작을 그리고
넌 내 마지막을
둘이서 함께 하는 거야'
미래의 딸에게
내일의 안녕을 건네는
마그다의 담담한 슬픔까지도
희망차 보입니다
그녀는 엄마니까요
다니 아빠가
마그다에게 용서를 빌자
그녀는 용서하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당신이 사랑을 찾아 날 떠났던 몇 년 동안
나는 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아르투로와 아들 다니와 함께
세 사람은 바다로 작별 여행을 갑니다
1년을 기념하며 마그다에게 건네는
반지에 새겨진 문구가 감동입니다
'당신은 우리의 인생입니다'
치료과정을 함께 하며 친구가 된
줄리안(메시어 엑센디아)이
마그다를 위해 부르는 노래 또한
뭉클합니다
'마그다 당신께 바칠게요
당신의 멋진 미친 짓에
우리에게 해준 모든 것에
우리한테 남길 모든 것에 바칩니다
크나큰 고통에 괴로워요
그러니 울어요
맞서 싸워요
행복이 당신께 왔어요
그러니 웃어요
언제나 앞을 향해 걸어요
그것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이것이 인생이에요'
딸 나타샤를 낳아
가슴에 안고 미소 지으며
그녀는 세상과 작별합니다
다니는 누이동생의 눈을 들여다보며
엄마 사랑해~라고 중얼거려요
동생 나타샤의 눈망울 속에
엄마가 있는 것처럼
다니는 나타샤를 볼 때마다
엄마의 작별 인사를 기억하겠죠
'다니야 엄마 영혼은 늘 네 곁에 있어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니까'
쓸쓸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계절
가을에 잘 어울리는 영화
'내일의 안녕'을 보며
삶을 마음껏 누려야 한다는
마그다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것이 인생이니
최대한 행복하게 오늘을 살아야죠
나와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웃으며 힘차게 지금을 살아야 하는
쓸쓸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