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54 오늘의 복 한 송이
수고 한 잎
엄마님의 복이랍니다
거저 얻는 복이 아니라
전생에 애써 쌓아 모은 복을
이생에서 받으시는 거랍니다
세상에 그 어느 것 하나 공짜 없으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 없고
오다 주운 복도 없고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복덩이도
안타깝지만 물론 없답니다
복이라고 쓰고
수고라 읽어야 하는 걸까요
수고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니
남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인 걸까요
부처님 제자는 아니지만
부처님 말씀을 따르며 사는
친구님들 덕분에 어깨너머로
듣고 배운 윤회라는 말을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 좋은 덕담 한 마디를 들었거든요
이웃에 사시는 어느 분이
절에 기도하러 가시는 길에
우연히 내 곁을 스쳐 지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을 건네십니다
엄마가 전생에 복을 두둑하게 쌓으셔서
이생에서 복을 누리신다는 말씀인데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라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씀이었어요
엄마는 전생에 복을 쌓아
이생에서 그 복을 누리시고
딸들은 이생에서 복을 쌓아
다음 생에서 누릴 거라고
넉넉한 미소와 함께
무심한 듯 깊은 위로를 건네십니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위로의 말씀 한 마디
그 덕분에 웃습니다
그렇군요
전생의 빚으로 인한
이생의 수고로움이 아니라
전생의 수고 덕분에
이생의 복을 누린다니
그것 참 다행이고
이생에서 빚을 지지 않고
수고하며 복을 쌓아가고 있으니
슬며시 웃을 만합니다
지금 수고라고 쓰고
나중 복이라 읽습니다
다음 생이 있든 없는
이생의 수고로움이
다음 생의 복이 된다니
감사한 일이죠
이 수고로움이 버겁지 않고
그런대로 견딜 만한 것 또한
크지 않아도 풀꽃처럼 잔잔한
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 봅니다
어제 견디어 낸 힘도
복 한 송이
지금 버틸 수 있는 힘도
꽃 같은 복 한 송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