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59 그대와 나의 걸음
작은 걸음 큰 걸음
그래요 나도 가끔은
걸음을 멈출 때가 있어요
작은 걸음 큰 걸음 종종걸음
그리고 이리저리 비틀 걸음
그러다 문득 멈출 때가 있죠
와락 두려울 때도 있고
부질없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주저앉고 싶을 때도
물론 있어요
그럴 땐 걸음 멈추고
하늘을 봐요
서 있을 때 높아만 보이는 하늘
주저앉으면 더 멀어지는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그리고 중얼거려요
온통 새파란 하늘이거나
보송한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 쏟아지거나
먹구름 뒤덮여
빗줄기 쏟아질 때도
하늘은 늘 하늘빛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난 알아 그리고 기억해~
변하는 날씨에 상관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빛
그대로 하늘이 물든다는 걸
잘 알아요
그리고 기억합니다
내가 시인정원이라 부르는
꼬맹이 친구의 동시를 읽으며
소녀의 걸음이 기특하고 대견해서
한참을 그 걸음 곁에 머무릅니다
소녀의 작은 걸음도
이미 어른인 나의 큰 걸음도
거기서 가기 비슷하게 멈추고
어설프게 비틀대고
바람에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녀 정원이의 동시가
자신 없거나 두려울 때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가만가만 자신을 다독이는
대견한 한 걸음이라는 생각에
나도 따라 수줍게 웃어봅니다
그럼요
걸음은 잠시 멈추어도
마음은 멈추지 말아야 해요
시인정원이의 말처럼
또박 걸음으로
세상을 활짝 펼쳐봐야죠
작은 걸음이든
큰 걸음이든
때로 비틀대는 걸음이더라도
가을 한복판으로 또박또박
걷고 또 걸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