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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Oct 24. 2024

초록의 시간 859 그대와 나의 걸음

작은 걸음 큰 걸음

그래요 나도 가끔은

걸음을 멈출 때가 있어요

작은 걸음 큰 걸음 종종걸음

그리고 이리저리 비틀 걸음

그러다 문득 멈출 때가 있죠


와락 두려울 때도 있고

부질없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주저앉고 싶을 때도

물론 있어요


그럴 땐 걸음 멈추고

하늘을 봐요

서 있을 때 높아만 보이는 하늘

주저앉으면 더 멀어지는 하늘을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그리고 중얼거려요


온통 새파란 하늘이거나

보송한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 쏟아지거나

먹구름 뒤덮여

빗줄기 쏟아질 때도

하늘은 늘 하늘빛으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난 알아 그리고 기억해~

변하는 날씨에 상관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빛

그대로 하늘이 물든다는 걸

잘 알아요

그리고 기억합니다


내가 시인정원이라 부르는

꼬맹이 친구의 동시를 읽으며

소녀의 걸음이 기특하고 대견해서

한참을 그 걸음 곁에 머무릅니다


소녀의 작은 걸음도

이미 어른인 나의 큰  걸음도

거기서 가기 비슷하게 멈추고

어설프게 비틀대고

바람에 흔들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녀 정원이의 동시가

자신 없거나 두려울 때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가만가만 자신을 다독이는

대견한 한 걸음이라는 생각에

나도 따라 수줍게 웃어봅니다


그럼요

걸음은 잠시 멈추어도

마음은 멈추지 말아야 해요

시인정원이의 말처럼

또박 걸음으로

세상을 활짝 펼쳐봐야죠


작은 걸음이든

큰 걸음이든

때로 비틀대는 걸음이더라도

가을 한복판으로 또박또박

걷고 또 걸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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