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65 초저녁별 개밥바라기
목자의 별
금방 깜깜해지는 가을 저녁
이른 저녁을 먹고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니
수줍은 미인의 눈썹 닮은 초승달 곁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 하나~
너무도 또랑해서
별인가 아니면 UFO인가
한참을 바라보다가
친구에게 톡 문자를 보냅니다
친구야~
가을저녁 초승달 가까이
반짝이는 별이 무슨 별?
톡 문자를 보내고는
아차 싶었죠
친구라면
별 이름을 금방 알려줄 텐데
이집트로 순례여행을 떠나
비행기 안일 테니까요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파는 법이니
가을저녁 밝게 빛나는 별 하나
대체 이름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바로 금성입니다
해가 질 무렵 부지런히 떠올라
가장 크게 빛나는 별이라서
어두운 밤 뱃사람들과 목자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금성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
비너스라 불리기도 합니다
해가 뜨기 전 동쪽하늘에서
첫새벽의 문을 여는 금성을
밝음을 알리는 별이라는 이름
계명성이라 부르기도 하고
우리말로는 샛별이라 부르기도 하죠
해가 질 무렵에는 서쪽하늘에 떠올라
저녁별 태백성이라 부르고
강아지 밥 주는 때 뜨는 별이라
개밥바라기별이라는
재미난 이름도 있는데요
신기하게도 금성에서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요
금성은 자전의 방향이
지구와 반대이기 때문이고
자전의 속도가 너무 느려서
하루의 길이가 240일 정도라니
길고도 아주 긴~~~하루
그 또한 해가 서쪽에서 뜰 일입니다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별
금성은 우리 지구와 가장 가까운
자매별이라 눈에 잘 띄는데요
내게는 알퐁스 도데의
스테파네스 아가씨 별로 보입니다
하늘의 별들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려와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노라~는
목동의 순수한 마음을 떠올리며
한참 동안 오래오래 바라보는
초저녁별 개밥바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