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67 지나간 한때를 그리워하듯이
단풍의 시간
지나간 한때를
간절히 그리워하듯이
단풍은 곱게 얼굴 붉히며
가을 뜨락에 한가득입니다
그립다 한들
다시 돌아올 시간도 아니고
아쉬운 마음에 고개 돌린다 해도
그 시간 속으로 달려갈 수는 없으나
창문 활짝 열어 맞이하는
진한 그리움도 사랑이고
안타까움에 한 걸음 물러앉는
아쉬움도 사랑이듯이
지금 이 자리에
묵묵히 머무르는 것
그 또한 사랑입니다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게
일렁이는 빗살무늬가 되어
모여 앉은 단풍잎 사이를 파고들 때
맑고 투명한 눈물 한 방울 또르르
종이컵에 담긴 커피 위로
반짝 이슬처럼 구르며
차가운 아침 향기를
더욱 그윽하게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도 인연이고
지금 이 순간 나란히
함께 하는 것도 인연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바삭한 단풍잎
향기롭게 깊어가는 사랑도
붉디붉은 인연입니다
그렇군요
그대가 있어 내가 있으니
그대와 나를 더 귀히 여기고
그때가 있어서
지금이 있는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계절의 옷소매에 간직합니다
내일의 나는 더 나이 들고
내일의 나는 더 작아지고
내일의 나는 더 부끄럽고
내일의 나는 더 서럽겠으나
그 또한 나와의 만남이고
고운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반갑게 맞아들여야겠어요
망설이거나 미리 겁먹거나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
차분히 웃으며 기다리고
잔잔한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제의 내가 있어
오늘이 있고
지금의 나를 딛고
내일이 오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