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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21. 2024

초록의 시간 870 늦가을 손 편지

마음을 나누는 시간

꽃보다 붉은 이파리 뚝뚝

무심히 떨어져 쌓이는 늦가을은

마음을 나누기 좋은 계절입니다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기에도 좋은

적막하고 쓸쓸한 계절이기도 해요


일 년에 두어 번

띄엄띄엄 만나지만

단톡방 톡수다 덕분에

마음만은 늘 지척인 친구님들과

오랜만에 손 편지 나눔을 했습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는

다독다독 눌러 담은 마음이어서

손 편지 나눔의 시간은

정겹고 포근했어요


말로는 쑥스러워 생각 속에서만

떠돌다 머무르던 그리움과

차마 건네지 못한 사랑 그리고

애틋한 사연을 전하는 시간이었죠


글로는 오랜 시간

자주 오고 가는 사이였으나

글씨는 거의 주고받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서 새삼 정겹고

뜬금 재미난 시간이었습니다


분홍 그녀 편지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이

잘 정돈된 한 편의 에세이입니다

애틋한 우정의 19년 역사가

잔잔한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어요


미처 몰랐습니다

여전히 소녀 마음 젤숙이 그녀는 

글씨까지도 기도하는 소녀처럼

예쁘고 단정하고 감성적인

소녀 글씨를 쓰는군요


취향 존중 하트 뿜뿜 

의기양양 의리대장 순이의

순이다운 재치와 천진난만함이

알알이 붉은 루비알처럼 반짝이고

웃음도 덩달아 뿜뿜뿜입니다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는

고요한 기억의 벽에 간직해 두고 

이제는 자비로운 기도 안에서

잔잔한 일상을 다독이는

공주배꼬비 눈에 선합니다


꾸밈 따위 필요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만남이 귀한 인연이라

스스로 행운아라는 차분숙이는

글씨까지도 담담하고 진중합니다


귀여운 아가들의 소풍 편지지에

한마음의 기쁨을 담아 건넨

손명이의 간단 편지에는

그녀의 초롱 눈빛 같은

영리함이 반짝입니다


미색 유선노트 한 장 가득

모범생 깨알글씨로 빽빽이 채워

핑크 꽃봉투에 정성껏 담은

풀꽃숙이의 편지에서는

진심의 풀향기가 폴폴~


현관을 향하는 작은 복도길을 지키는

 따뜻한 엽서 한 장에 기대어

다정하게 차 한 잔을 나누자는 

그녀수줍은 초대에 언제라도

달려가고픈 마음 한가득~


오랜만입니다

아니 처음입니다만~

카멜레온 매력쟁이 끼쟁이 그녀

식이의 편지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아요

벚꽃 이파리 향기롭게 우수수 흐트러집니다


고전미 기득한 편지지에

귀염뽀짝한 스티커도 붙이고

개똥 같은 편지라며 생글 미소에

사르르 녹는 눈웃음 건네는

봄낭낭이는 센스쟁이~


연보라 편지지에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의

사랑을 담은 그녀 유재

은은한 라일락 향기를 닮아서

미스유라일락이라 부르고 싶어요


세상에는 예쁜 것들이 너무 많다며

오래오래 함께 예쁜 것들을 바라보자는

예쁜 아우 율리의 편지지에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가 있어요

고래처럼 어디든 갈 수 있는

그 마음이 더 예쁩니다


그리고

안녕히 계세요~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배꼽인사로

멋지게 가을 편지놀이 마무리한

얼굴 하얀 순이 덕분에

송이송이 웃음꽃 피어납니다


깊고 춥고 더 적막한

겨울이 오면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무릎담요 따스이 두르고 앉아

답장을 써야겠어요


찬바람과 함께 깊어가는 겨울은

함박눈 닮은 포근 마음으로

답장 쓰기 좋은

휴식의 계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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