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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Nov 22. 2024

초록의 시간 871 그 시절 그대와 나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타임머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요


빛의 속도를 거꾸로 거슬러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그 시간 속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대와 나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그 시절 그대와 내 모습을

우연히 서랍 속에서 만났습니다


십 년 전 그대의 편지를

이제 와 새삼 다시 읽으며

내 마음은 휘리릭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오릅니다


십 년 전의 그대는

이렇게 말했어요


~어린 시절 함께 놀던

몽실언니를 닮았던 그 친구가

문득 그립습니다

연분홍빛 살구꽃도 복숭아꽃도

모두 그립습니다

그때는 그 친구도 지천으로 피던 꽃도

그리 곱고 예쁜 걸 왜 몰랐을까요

곱다 예쁘다 사랑한다

말이라도 한마디 했었더라면

지금 이 그리움이 조금은 덜할까요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십 년 전의 그대는

이렇게 마음을 건넸습니다

십 년 전의 나는

어떤 답장을 보냈을까요


답장을 보냈는지 아닌지

잘 기억나지 않으나

십 년이 지난 후

지금 내가 쓰는 이 답장은

간직함에 대한 것입니다


서랍에 고이

그대의 편지를 간직했다가

종종 꺼내 읽으며

그 시절의 그대와 나를

가만가만 추억하곤 했어요


지금보다 더 젊고 철없던 시절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해도

십 년 후에는 어김없이

지금 이 자리로 흘러와 있을

그대와 나~


그리하여 지금 내 답장은

사랑으로 오래 간직함입니다

앞으로 십 년쯤 흐른 후에도

여전히 고이 간직할게요


그 시절 그대와 나

지금 이 시간 속의 그대와 나를

펄럭이는 세월의 소매자락에

꽃처럼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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