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71 그 시절 그대와 나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타임머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은 기억이 있어요
빛의 속도를 거꾸로 거슬러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되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그 시간 속에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대와 나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그 시절 그대와 내 모습을
우연히 서랍 속에서 만났습니다
십 년 전 그대의 편지를
이제 와 새삼 다시 읽으며
내 마음은 휘리릭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오릅니다
십 년 전의 그대는
이렇게 말했어요
~어린 시절 함께 놀던
몽실언니를 닮았던 그 친구가
문득 그립습니다
연분홍빛 살구꽃도 복숭아꽃도
모두 그립습니다
그때는 그 친구도 지천으로 피던 꽃도
그리 곱고 예쁜 걸 왜 몰랐을까요
곱다 예쁘다 사랑한다
말이라도 한마디 했었더라면
지금 이 그리움이 조금은 덜할까요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십 년 전의 그대는
이렇게 마음을 건넸습니다
십 년 전의 나는
어떤 답장을 보냈을까요
답장을 보냈는지 아닌지
잘 기억나지 않으나
십 년이 지난 후
지금 내가 쓰는 이 답장은
간직함에 대한 것입니다
서랍에 고이
그대의 편지를 간직했다가
종종 꺼내 읽으며
그 시절의 그대와 나를
가만가만 추억하곤 했어요
지금보다 더 젊고 철없던 시절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간다 해도
십 년 후에는 어김없이
지금 이 자리로 흘러와 있을
그대와 나~
그리하여 지금 내 답장은
사랑으로 오래 간직함입니다
앞으로 십 년쯤 더 흐른 후에도
여전히 고이 간직할게요
그 시절 그대와 나
지금 이 시간 속의 그대와 나를
펄럭이는 세월의 소매자락에
꽃처럼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