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야간개장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내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궁궐에 갈 때마다 생각한다.
이 공간에서 가장 극명하게 느껴지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이 궁궐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모두 사라지고 없어졌다.
하지만 서울의 빌딩 숲 속에 경복궁은 남아 있다.
무엇이 변하는 것이고, 무엇이 변하지 않는 걸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변하지 않은 듯 하지만 변하고 있다.
6개월 전의 당화혈색소와 오늘의 당화혈색소(당수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지표)는 다를 것이고
2년 전의 건강검진 결과와 오늘 측정이 다르다.
피부세포 같이 2~4주마다 빠르게 교체되는 세포도 있고
뼈세포나 지방세포처럼 10년 주기로 아주 천천히 교체되는 세포도 있다.
뇌신경세포, 심장근육세포처럼 거의 안 바뀌는 세포도 있지만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바뀌는 세포가 95%라면 바뀌지 않는 세포는 5% 내외다.
10년 전에 나를 알던 사람이
지금의 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때는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도 많다.
왕가들이 살던 곳. 궁궐
내가 조선시대에 살았다면 여길 구경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왕족일 확률보다 화전민일 확률이 높겠지..
세월을 잘 타고 태어나 신분차가 사라진 2025년에 살고 있는 나는, 왕족들만 다닐 수 있던 장소를 누빈다.
아마 나는 조선시대의 왕과 왕비보다 더 멋진 경복궁을 보고 왔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건물마다 은은하게 조명을 켜놓아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바닥은 어두운 밤에 위험하지 않도록 바닥에 밝은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고
근정전, 경회루는 휘황찬란하게 건물 전체를 조명으로 아주 화려했다.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와! 조명빨!"
물론 낮의 경복궁도 아름답지만
밤의 경복궁은 화려했다.
저녁 7시~9시까지 관람시간이었는데 조선시대라면 술시에 해당되었을 때.
조명빨에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 아미산을 궁중 여인들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두운 시간에 3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들어와서 관람을 하고 있을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밤에 국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경복궁 전체가 불빛으로 환히 빛나고
금천교에 물이 말라 액운을 막아주지도 못할 듯이 보이고
왕만이 걸었다는 어도에서 천한 것들(일 확률이 높은)이 걸어 다니고
사진까지 찍어대는 이 풍경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뭇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바뀌고
경복궁은 남았다.
입장료만 내면 들어갈 수 있는 이 공간에서
나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