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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Aug 22. 2020

전신마취 첫 경험

마음이 방황하다

전신마취에 이런 저런 걱정을 막연히 했다. 마음이 떠돌았다. 드라마나 가끔 언론을 보면 전신마취 과정에서 돌발 상황으로 인해 위급상황까지 전개되고,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있다. 왠지 내가 전신마취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불상사가 일어난다는 것은 열심히 산 내 인생 이야기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림프종 조직검사를 위해 부분 마취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그런데 정작 수술 당일의 이야기는 달랐다. 전신 마취를 한다는 것이다. 첫 경험이다.



조직진단을 위한 의료 행위와 수술은 다른 것이다


  조직검사를 위해서 환부를 절개하거나 도려낼 수 있다. 기본 목적은 조직검사이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 수술이 들어간다. 나는 조직검사를 목적으로 해도 수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사는 계속 조직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치료의 효과가 있다고 보았지만, 의사는 치료를 위한 의료행위가 아니었다. 이러한 용어 정의가 서로 공유되지 않아서 초기에 오해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이 진행되었다.


  병동 앞으로 환자 운반카stretcher car 도착했다. 환자를 수술실로 데려가는 서비스이다. 나는 보조원의 안내에 따라 환자 운반카에 올라가 누웠다. 보조원은 흰색 시트로  몸을 덮었다. 시트는 따듯했다. 순간적으로  생각을 했다. 지금은  몸을 덮지만, 결과가 최악이면 전신을 덮을 것이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보조원이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래 맞다.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출발이다. 나는 영화의  장면을 연상했다. 천정을 보니 형광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지나갔다. 흔히 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이 위급한 상황에서 수술실로 이동할 ,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삶에서 이런 장면을 실제 경험해 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나는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연은 모든 것이 가능한 운영원리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수술실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하는 회복실


  간호원은  이름과 출생년월일을 확인했다. 모든 의료 행위 전에 신원을 확인했다. 이어서 수술실로 이동했다. 수술실은 우리가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나는 흰색 천으로 둘러싼 수술대 위에 올라갔다. 간호원은  몸에 맥박 등을 탐지하 장치를 부착했다. 이어서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마취는 주사액과 마취 가스를 함께 사용했다. 나는 심호흡을  번째 시도할 즈음 깊은 마취에 빠져들었다. 영화에서는 서서히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지만, 현실에서는 순간적으로 의식할  없는 상태가 된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모든 시술이 종료된 뒤였다. 일장춘몽이다. 나는 회복실에서 천정과 주위를 살폈다. 순간 짝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왔다. 나는 처음 경험해 보았지만, 짝은 이미 몇 번을 경험했다. 사실 짝은 결혼 후에 경험한 전신마취에 대해서 내게 말한 적이 없다. 어느 날 서로에 대해 '속마음 대화'를 하던 중, 신혼 초반에 있었던 경험을 내게 들려줬다. 짝은 내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도 나름의 사회적 고민이 많을 때였다. 이 시기에 자신의 고민을 추가해 내게 힘든 시간을 증폭시키고 싶지 않았다.


  "여보 미안해."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전신마취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면, 짝의 입장을 더 공감하고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각자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신마취가 갖는 정서와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라도 조금 알 수 있어 다행이다. 나는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짝과의 공감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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