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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셋이었다면 좋았을걸

by 푸른 나무

자기가 떠나고 나서 내가 가장 후회했던 건,

자기를 외롭게 혼자 뒀던 것 같다는 거였어.

한 번씩 내가, 왜 얼마나 힘든지 아픈지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냐고

왜 책만 읽고 있냐고 왜 나와 나누려고 하지 않냐, 내가 그렇게 못 미덥냐 등등 괜한 시비를 걸었잖아.

참,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


이제야 조금 알 거 같기도 해.


나는 셋이었으면 좋았겠어.

좀 거리를 두고 보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는 나,

밥하고 청소하고 자기의 몸을 보살피는 나,

오로지 자기의 마음을 살피는 데만 집중하고, 자기에게 꼭 안겨있는 나.


나는 두 번째밖에 못했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자기의 몸 챙기느라 다 쓰고 지친 내게,

외롭다 두렵다 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지, 자기는.

그냥 내게 고생했다, 힘들지, 미안하다 이런 말만 하는 사람이었지.


첫 번째의 내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그만하라고, 먹거리를 챙기는데 이제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이제는 그냥 그와 함께 그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그리고 곧 내게도 닥칠 그것들을

함께 오래오래 나누고 준비하는데 시간을 쓰라고 해줬다면 참 좋았을 것을.



사랑하는 이가 많이, 많이 아플 때, 꼭 그의 마음도 보살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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