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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선물

by 푸른 나무


2월 그의 기일을 넘기면 4월의 내 생일이라는 또 한 번의 고비가 더 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꽃들이 화사해지는 계절, 내 생일을 핑계로 여기저기 나들이를 다녔었다.

작년까지는 그런 생각도 못했었는데 올해는 유난히 또 다가오는 생일에 풀이 죽어갔다.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슬슬 마음이 빠져나간다.


생일 전날, 일전에 야생화들 사이로 쌓인 낙엽들을 치워줬는데 이제 꽃들이 폈으려나 하며 산소를 들렀다.

세상에나. 계단을 올르면서 묘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는데,

작년에 심어둔 매발톱꽃이 활짝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이런... 순간적으로 마음이 어찌나 훈훈해지는지. 작년엔 잎만 폈었는데.

그리고 조금 더 가가가니 더 놀라운 일이.

시골집에서 파서 심어뒀던 각시붓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올라오지 않아 두더지가 뿌리를 파먹었나 보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작은 기적 같은 일일까.


생일이라고 영차영차 피워줬구나 싶어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기쁜 소식. 존경. 신비한 사람. 기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선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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