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아직도 한 번씩 그 목소리가 떠오른다.
원체 깔끔한 스타일이라 아침저녁으로 씻던 사람이었는데
병세가 깊어지면서부터는 씻는 일이 어려워졌다.
살과 근육이 빠지면, 일반 의자에 앉혀서 씻기기도 버겁다.
환자용 목욕의자도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구입이 제한된 것처럼 보여서 그걸 제대로 알아볼 여유도 없었다. 마침 지인이 수영장에서 쓰는 용도라며 실리콘으로 된 푹신한, 물 빠지는 방석을 줘서
의자 위에 방석을 놓고 앉힌 다음 천천히 몸을 씻어나갔다.
두레생협에서 파는 흰색때수건이 아프지도 않고 부드러워 그걸로 한 번씩 때를 밀어주면 시원하다면서도 그 '미안해, 고마워'는 반복되었다.
온몸에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고, 빨아둔 잠옷을 입고 수면양말을 신긴 후 괄사로 발바닥을 마사지하면 간지러워하면서도 좋다고 웃었다. 그동안 피곤해져서, 바로 잠에 떨어졌고 잠시라도 숙면을 취하는 것 같았다.
"뭐야, 그 멋진 근육이 다 사라져 버렸어!"라고 놀리면,
"괜찮아, 좀 나아지면 또 열심히 수련해서 만들면 돼"라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꼭 "미안해, 내가 자기를 너무 힘들게 한다"라고 덧붙였었다.
그런 그의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괜찮아"
아마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다정다감하게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아프면 자기는 더 잘해줄 것 같은데?
자기가 뽀송해서 기분 좋아하면 보는 내가 너무 좋아. 그러니 걱정하지 마,
별로 힘들지도 않아. 매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마음 같아선 매일 해주고 싶지. 이렇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해" 뭐 이렇게?
더 쇠약해지면서 씻는 것도 자주 할 수 없었다. 좋아하던 목욕을 하고 싶어 했는데 호스피스에서 집으로 돌아와도 진통제패치를 붙이고 있는 이상 욕탕에 들어갈 수 없었다. 재입원하면서는 샤워도 쉽지 않았다. 그 자체가 환자의 힘을 너무 소진하므로. 그리고는 그런 욕구 자체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씻길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었는데.
마음속으로만 다정다감했어.
너무너무 후회하며, 조금은 더 다정다감하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여전히 서툴지만.
다 자기 덕분이야, 내가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은.
이제 완전히 봄을 지나 여름이 오고 있어.
잘 지내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