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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Aug 24. 2024

책을 읽지 않았더니

학위를 위한 공부가 끝난 뒤, 졸업이라는 목표를 이루자마자 나는 독서에서 탈출했다.

어릴 때에는 책을 읽으면서 길을 걸어 어른들의 걱정을 샀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독서에서는 탈출했더라도 그 잔재는 7평짜리 원룸을 그득그득 채운 책으로 남아있다.

조금이라도 넓은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쓸고 닦고 세우고 조립하고 꽂으며 4년을 보낸다.


다시 학위를 위해 책을 읽어야 할 때가 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위를 위한 글을 써야 할 때가 왔다.


글을 쓰려고 워드를 켜고 앉았는데 떠오르는 것이 없다.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얼 공부하고 싶은지, 공부를 하고 싶은 게 맞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일단은 유보를 선택했다. 그러고 1년이 흐른다.


다시 워드를 켜고 앉는다. 역시나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실물 책을 한 권 샀다.

이제껏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이북을 주로 구매하던 나는, 실물 책이 주는 압박감을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

읽지 않은 페이지가 한눈에 보인다니, 그 볼륨, 그 양이 죄의식을 자극하고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읽다 보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이걸 해야겠다!' 까지는 아니라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을 제거하여 마음을 편하게 한다.


이전에는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서 딱히 생각하지 않았다.

읽고 싶으니 읽고, 읽기 싫었던 적은 없었으니..


하지만 이젠 안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 길게 이어진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했던가. 다른 이의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책은, 읽어야 한다.

이상한 위로를 건네는 캐릭터 책이 서점의 서가를 채우고 있다 비웃으며 읽지 않는 행동은 그마저라도 읽는 것보다 최악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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