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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잔치국수

9살 아들의 잔치국수 사랑

제 아들은 잔치국수를 사랑합니다. 한해 전 동물원 입구 포장마차에서 먹은 잔치국수의 맛에 홀려서 일 년을 노래 부르며, 여기저기 잔치국수를 맛보다가, 엊그제 다시 동물원에 가서 같은 집, 같은 국수를 먹고는 싫망,


절망하는 아이에게, 동물원 매점의 잔치국수를 먹이고, 그렇게 또 하루 있다가, 어제 동내 잔치국숫집엘 갔습니다.


여섯 시가 조금 넘어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이미 소주 두 병을 드시고 자리에 앉아 꼬맹이와 함께 온 아저씨를 노려보는 어르신까지 계신 가게에 들어서서


“잔치국수 두 그릇 주세요”

“인당 하나예요, 여기 규칙이에요”

당황해하는 아내였지만, 싸우기 싫었는지, 쓱 일어나서 차에 가있기로 하고, 아들과 저는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아들을 위해서 온 곳인데, 분위기를 망칠 수는 없었죠.


기분 좋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한참 뒤에 멸치국물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잔치국수 두 그릇이 나왔습니다.


아들은 커다란 잔치국수를 받아 들자마자, 젓가락을 휘휘 저어서 호박이며, 파, 다른 재료를 잘 섞은 후에 한 젓가락 찍어 입안으로 넣었습니다. 그러게 몇 번 우물거리며 입에 넣더니

“아빠, 꿀맛이다”


저도 한 젓가락 입에 넣어보니, 깔끔한 국물에 적당한 야채 간으로, 지저분한 조미료냄새가 거의 없는 담백한 잔치국수의 맛이었습니다. 모자라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담백한 국물맛과 은은한 계랸향까지

“그래, 여기 엄청 맛있네”


그렇게 두 부자는 이십 분 정도, 후루룩후루룩 부드러운 면발을 국물과 함께 입에 가득 채우며 맛있는 잔치국수 식사를 했습니다.


어린 아기가 잔치국수를 맛나게 먹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여기저기서

“귀여워~”

소리가 흘러나오더군요. 그렇게 칭찬까지 가득 들어가며,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서, “잘 먹었습니다~!”

하고 폴더인사까지 하고, 아내가 기다리는 차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내는 뽀루퉁 해서 그 집 못난 인심 흉을 보더군요

“태어나서 이렇게 쫓겨나보긴 또 처음이네”

“그러게, 고집이 있어”

“다신 오나 봐라”

“그래, 다신 오지말자”

“아빠, 근데 엄청 맛있던데”

”... “

“잔치국수 맛있는데 찾아줄게, 여긴 노야 노”


그렇게, 삐진 아내 눈치를 보며, 다음에는 더 맛있는 잔치국숫집엘 가보기로 약속하고, 든든해진 배를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은, 그 맛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던지

“아빠, 나중에 우리 둘이서 몰래 가면 안돼?”

“그래, 나중에 한번 몰래 가자, 엄마한텐 비밀이야”

그렇게 하이파이브로 마무리를 하고, 어제의 맛집투어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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