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들바람이였어

227.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9월 24일)

by 임선영





벌써 걷는 거리거리 온 천지가 산들바람이다.

거리에 나무 풀 저마다 속없이 기지개를 펴며 그 긴 더위를 잊은듯 속을 활짝 열고 흔들린다.

산들산들 엊그제 땀으로 목욕하던 계절 어느사이 떠나고 이렇게 고운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내며 흔들린다는것 참으로 신기하고 얼마나 고마운 자연인가.

계절이 바뀌여도 꽃이 피지 않고 이렇게 흔들리게 하는 계절 바람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끔찍한 세상이겠는가.

어디서 이 바람은 불어 오는지....

무엇 때문에 들판에 그 고운 야생화들은 그렇게 보는 사람 없어도

곱게 피여 대는지,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도 피여서 서늘한 바람 아래

흔들리며 방긋방긋 웃어대는지 쳐다보는 이 이렇게 한적해도 말이다.

모진 겨울 추위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그 인고의 세월을 한 줌의

흙에 의지하여 참고 인내한 세월 곱게 피어

향기를 품어내며 계절을 맞이하다니 아름답고 아름답다.

가끔씩 자연에 몸 맡기는 여행이 주는 행복은 바람과 꽃들이 안아주고 다독여

주는 마음 치유의 여유로움속에 빠지는 맛이리라.

바라는것도 달라는것도 원망도 무심으로 오로지 자신의 일들에

충실한 자연속 향기, 물소리, 바람소리 그들이 들으라, 보라

배우라, 무언이었지만 그 충고가 가슴 울리는 지고지순한 소리이다.


요즘 사람들 입만 열면 돈타령, 팔자타령 늘어놓느라고

자신들이 지닌 아름다운 속 뜰을 보지 못하고 들어내지 못하며 사는 시대이다.

전철을 타면 가만히 눈 감고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 별로없이

어른이나 아이나 손 안에 들어있는 기계에 정신을 놓고

혼자 웃었다 중얼 거렸다 흔들었다 하는 무언극의 도사들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지 물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들은 손으로 핸드폰의 자판을 때리며 말하기 사작한다.

"야! 요사히는 걱정의 시대야 인간성의 소멸 시대야"

걱정이다. 그 주인공들이 주인공인줄 모르고 글자를 때리기만한다.

글을 읽고 느끼며 울고 웃고 쓰고 대화하며 풀어가는 서정의 시대는

갔는가?

대화가 없어지는 인간성 소멸의 시대, 감성이

메말라가는 시대에 우리는 동참하여 살고 있다.

흔들리는 감성 가을에 부는 산들바람처럼 사르르 흔들리는

감성이 없어지는 때이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매력은 이러한 매력을 다시 찾는 시간이리라.

자연속에 묻히여 자연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호흡하며

무디어진 감성을 자극하여 산들바람 불게 하는 일이리라.

철따라 꽃이 피어도 볼 줄을 모르고, 철 따라 바람 달라져도

느낄 줄 모르며 정신없이 물질에 쫓끼여 사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증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치유의 예방책

바로 여행이다.

자연이란 무엇이던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원초적인 터전이다.

여행이란 이 원초적인 터전에 몸과 마음을 적셔 고갈된 인간의 감성을

녹슬지 않게 하는 일, 그래서 정을 잃어 버리고 숨 쉬고 사는 인간을

숨 쉬게 하는 순간의 마취제 장일 것이다.

그냥 아이로 돌아가 웃으며 철따라 꽃이 피듯 활짝 웃어도 보며

벗의 웃음소리에 시 한구절의 중얼거리며 귀 기울이며 문향의 운치에

취하며 아름다운 세상이 결코 먼데 있지 않다는사실을 알게된다.


다듬지 않아도 피여나는 차창 밖 초록속에 묻히여 있는 다양한 빛갈의

수채화의 현장에 눈을 두고 고민을 열어도 보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털어 놓으면 가슴에 짐은 훨씬 가벼워지고 자연에게서 받는

무언의 가르침은 두 눈을 조용히 감고 사색에 잠기게 한다.

신비한 우주의 조화가 아니고 뭐겠는가.

가슴에 산들산들 불어오는 산들바람, 우리의 드세진 인생사에서

짜증은 늘고 말과 행동은 거칠어지고 싹쓸이 아니면 무풍이어야

하고 폭언 아니면 무관심의 세상에서 자연과 가까히 하는

시간은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마음을 담담하게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아니겠는가.

누구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우리의 24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 쪼개여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진다.

누구나 바라는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각자의 마음 가짐에서 온다는 생각을 한다.

순간순간 긍정적으로 쓰고 있는가, 부정적으로 쓰고 있는지

자신이 자신에게 시시때때로 물어야 할 것이다.

조용히 자연과 더불어 배우며 물어보는 시간 그건 여행이다.

철없는 여인의 아직도 떠나지 않은 여름을 품은 초가을의 여행

이 행복해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내 곁에서 꽃들이 나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모처럼의 여행이 그러했냐고 다행이라고....


해인사의 자연을 눈으로 한없이 더듬는다.

한 나무도 한 풀도 한 꽃도 서로 닮지 않았다.

그리고 닮으려 애쓴 흔적이 없다.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생긴대로의 조화속에

무성한 숲과 언덕이 사이사이 숨어 치장을 해준다.

저마다 자기다웁게 그 터 그 환경에 알맞게 구성지게 짜임새 있게

어울리며 작으면 작은데로 크면 큰데로 눈부신 조화를 이루며

깊숙히 숨어서 각자의 개성을 뽑내고 있다.

자신들의 분수에 맞는 만큼만 흡수하면서 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닮아가야 하겠지, 바로 자연 전체가 성전이고 성서이다.

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그 해인사의 자연속에 현세의 큰 스승이였던 성철스님의

사리탑이 물은 물이요 구름은 구름이다

외치는듯 고요적적히 서서 우리를 맞이하여 큰 절을 올리게 한다.

자연과 같이한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

덥다고, 춥다고 약속 어기지 않는다, 소리없이 그 자리를 채우며

와서 울고 불고 때 쓰지 않고 의젓하다.

저 맑은 하늘아래 꽃송이 하나 풀잎 하나, 나뭇가지 하나

큰 스승이다 스승이야

나를 무언 무심으로 가르키고 다독거린다.

자연은 내 심신의 교육장

해인사 소나무 한 가지 지나가는 나를 툭 친다

"어디서 왔소"

"인생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왔지요"

고개들어 숲 사이로 쳐다 본 하늘이 푸르디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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